공화당원 데이비드와 민주당 지지자 리아는 가을, 뉴욕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기간에 조우한다. 남자에겐 아내가 있고 여자에겐 약혼자가 있지만 두 사람은 같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의 추억을 더듬다 사랑에 빠진다. <컨벤셔니어즈>는 컵도 같이 쓰지 않는 공화당원과 민주당원의 러브스토리를 소재로 ‘사랑이냐 신념이냐’하는 선택의 문제를 던진다. 농담이 끼어들 여지없이 진지하게 느껴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영화는 적당히 현실적이며 적당히 감성적인 태도로 쿨하게 풀어간다. 데이비드와 리아는 여느 연인들보다 로맨틱한 순간을 공유하다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우리 사랑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그리고 무모하게 몸을 활짝 펴거나, 얌전히 웅크리고 만다.
<컨벤셔니어즈>는 실제 미공화당 뉴욕시 전당대회 기간 중 촬영된 장면들로 수미를 장식하며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그러나 데이비드와 리아의 신념까지 절대적인 것으로 그려내지는 않는다. <컨벤셔니어즈>는 멋들어진 정치영화가 아니다. 뉴욕시를 뒤덮은 반전데모 행렬 속 누군가에게 얄궂은 질문을 던지는, 그 누구라도 할 법한 선택을 반영하는 영화다. 과장도 냉소도 자제하면서 로맨틱한 순간과 현실적인 순간을 교차시키는 태도가 매우 세련됐다. 어쩌면 그것이 이 영화가 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길일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