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덟 노총각 만택(정재영)의 삶은 가련하여라. 이 농촌총각은 장가는커녕, 이 나이가 되도록 여자 손목 한번 못 잡았으니 환갑이 지난 어머니의 손에는 물이 마를 날이 없다. 그 나이에 몽정까지 하니 만택이 “여자처럼 폐경기가 있으면 좋겠다”며 한탄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른 새벽 몰래 팬티를 빨아야 하는 그의 사정을 불쌍히 여긴 할아버지는 기회를 마련한다. 만택을 우즈베키스탄으로 ‘결혼원정’차 보내려는 것이다. 동네 친구이자 택시를 모는 ‘불알친구’ 희철(유준상)도 이 원정에 동참한다. 달랑 세명 뿐인 ‘원정대’의 일정은 고달프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람을 바꿔가며 우즈벡 여자와 미팅을 가져야 하며, 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농사가 엄청난 돈벌이라도 되는 양 거짓말을 해야 한다. 약삭빠른 희철은 ‘큰 사업을 할 거다’라며 잘도 둘러대지만, 순수하기 짝이 없는 만택으로서는 그 모든 일이 고역일 뿐이다. 게다가 그의 마음은 통역관 라라(수애)에게 쏠리고 있다. 그의 결혼원정은 성공할 수 있을까. 소박한 로맨틱 코미디 <나의 결혼원정기>는 풋풋한 영화다. 여기에는 과장이나 화려한 수사 대신 고단한 삶과 낮은 현실만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보는 이를 웃기는 것은 따뜻한 마음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무사> 조감독 출신 황병국 감독은 노총각의 진심어린 사랑이야기를 뚝심있게 밀어부치는 힘을 과시한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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