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5 겨울 해외영화 BIG 3 [2] - <해리포터와 불의 잔>
2005-10-26
글 : 박은영
사춘기, 로맨스, 그리고 스릴러

해리 포터와 불의 잔 Harry Porter and the Goblet of Fire


사춘기는 어둡고 긴 터널이다. 범상한 인간들인 우리 ‘머글’에게조차 힘겨운 그 시간이, 호그와트의 마법사 생도들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상급생만 출전할 수 있다는 위험천만한 트리 위저드 토너먼트가 다가오자, 불의 잔은 무슨 이유에선지 자격 미달인 해리를 대표로 지목한다. 해리의 출전을 염려하는 헤르미온느를 보며, 론은 자신이 그녀를 이성으로 느끼고 있다는 걸 깨닫는데, 예언자 일보는 해리와 헤르미온느의 로맨스를 예고해, 그를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삼총사의 흔들리는 우정, 혼란스러운 첫사랑, 트리 위저드 출전 부담으로 힘겨운 해리에게 숙적 볼드모트의 마수가 뻗어온다. 어둡고 힘겨운 시간이 될 거라는, 옳은 길과 쉬운 길 사이에서 방황하게 될 거라는 덤블도어 교수의 말은 그렇게 시시각각 현실이 되어 해리를 옥죄어온다.

트리 위저드 시합과 아이들의 로맨스, 두축의 이야기로 전개되는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은 이제까지 공개된 시리즈 중에서 가장 어둡고 긴 이야기다. 700쪽을 훌쩍 넘는 방대한 분량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두편의 영화로 나눠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지만, 감독 마이크 뉴웰(<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도니 브레스코>)의 판단은 곁가지 이야기를 대폭 줄여 한편으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원작의 방대한 요소들을 추려갈 수 있는 방법은 이 작품을 스릴러로 구성하는 일이었다. 재기를 노리는 악의 화신 볼드모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스릴러로.” <해리 포터>의 바통을 받은 최초의 영국 감독인 마이크 뉴웰은 이번 작품이 자신이 잘 아는 공간과 이야기와 감성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그간의 작품들에서 캐릭터 소묘가 빼어났다는 사실을 떠올려볼 때 그가 그려낼 볼드모트의 등장과 성장 호르몬으로 인한 아이들의 내적 변화, 그 폭풍 같은 여정에 자연스럽게 믿음이 실린다.

“이제까지 우리가 보여준 모든 것은 볼드모트와의 대면을 위한 포석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이번 이야기는 판타스틱하기도 해야 했고, 무시무시하기도 해야 했다. 영화를 기다리는 그 누구도 실망시켜서는 안 되겠기에.” 예고편에서 불쑥 청년의 모습으로 나타나 팬들을 설레게 했던 대니얼 레드클리프의 말이다. 실제로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은 시리즈 사상 최초로 PG13등급을 받은 영화가 되었다(이전까지는 연령제한 없이 볼 수 있는 PG등급이었다). 물론 폭력적이고 무서운 장면의 영향이다. 감독이 카리스마와 냉기를 함께 갖췄다고 극찬하는 레이프 파인즈가 코에 뱀을 매단 기괴한 볼드모트가 되어, 영화의 관람 등급을 한 단계 올려놓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해리가 통과해야 하는 관문 중 하나인 수중 세계는 실제로 물속에서 촬영되었고, 레드클리프는 무려 6개월 동안 스쿠버다이빙을 비롯한 수중 훈련을 해야 했다고 전해진다. 이 밖에도 불을 뿜는 용, 문어 모양의 괴물, 바다 인어, 마법의 미로, 그리고 크리스마스 무도회 장면이 어떻게 형상화되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드높다. 어둠의 마법 방어법 교수로, 의족과 갈고리 발톱, 안구째 튀어나온 한쪽 눈을 지닌 매드 아이 무디 역의 브렌단 글리슨, 예언자 일보 기자로서 저절로 써지는 펜을 들고 선정적인 화제만 찾아다니는 리타 스키터 역의 미란다 리처드슨이 기괴한 유머를 보태줄 것으로 보인다.

“<아이스 스톰>을 만든 사람이 <와호장룡>을 만들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냐고? 감독 스스로가 일관된 작품 세계에 연연하지 않으면 가능한 일이다. 내게도 마찬가지로, 대단한 도전이라고 여겨지는 제안이 왔을 때 수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건 사상 최대의 발리우드영화를 만드는 거나 마찬가지다. 잘 짜여진 스릴러 구조의 이야기지만, 한편으론 춤과 노래가 있는 버라이어티 쇼이기도 하다. 관객이 기대하는 오락적 요소가 있다면, 기꺼이 채워넣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마이크 뉴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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