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박수칠 때 떠나라> 장진 감독의 기막힌 수사극
2005-11-14
글 : 한청남

<박수칠 때 떠나라>는 특유의 기발한 상황설정과 입담으로 유명한 장진 감독의 작품이다. 같은 장진 감독의 원작인 <웰컴 투 동막골>과 비교해도 그 특색은 더욱 도드라지는데, 수십 명에 달하는 등장인물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수사본부 세트나 장황하면서도 재치 있는 대사는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면서도 오프닝의 화려한 부감샷이나 독특한 카메라 앵글 같은 영화적 테크닉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대중영화에 익숙한 이들에게도 크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차승원, 신하균 등 주연배우들의 열연과 연극무대 출신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 살인사건을 실시간으로 TV 중계한다거나 무당의 굿으로 사건을 해결한다는 식의 황당한 전개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데에는 그들의 몫이 크다.

대중영화에 모범을 제시한 <웰컴 투 동막골> 보다도 이야기할 거리가 많았을 거라 짐작되었던 작품이었기에 DVD로도 상당히 기대되었던 작품이다. 우선 영상과 음향은 대체로 무난한 편. 스릴러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두운 장면들 보다는 밝은 조명의 세트 장면들이 많기 때문에 화질 상에 큰 약점은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영화 초반부에 초점이 잘 맞지 않아 보이는 듯한 부분들이 있으나 이는 극장 상영 시에도 지적되었던 문제로 DVD만의 문제가 아닌 촬영 때의 실수라고. 그리고 사소한 부분일 수도 있으나 브라운관 TV에서 시청할 시 화면 양 옆이 조금씩 잘리는 ‘오버스캔’으로 인해 제목 ‘박수칠 때 떠나라’가 ‘박수칠 때 떠나’로 보이는 문제도 있다.

음향의 경우 배우들의 대사나 강렬한 느낌의 테마곡 등이 주로 전방 스피커를 통해 재생되는 가운데, 자동차의 이동장면 등에서 멀티채널이 적절히 활용되고 있다. 특히 굿 장면에서 듣는 이를 감싸고 회전하는 무당의 방울 소리는 꽤나 인상적으로 장면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영화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장진 감독과 차승원, 신하균이 참여한 음성해설에서 다소 실망할 가능성도 있겠다. 신하균의 마지막 미소 등 논란이 있었던 장면의 경우 언급만 할 뿐 구체적으로 해명해주지 않는다. 관객의 상상에 맡기려는 의도일 듯싶다. 대신에 비중 있는 조역에서부터 엑스트라에 이르기까지 배우들의 연기에 관해서는 꼼꼼히 집어주고 있어, 장진 감독이 영화 제작에 있어 무엇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지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평소 과묵하기로 소문난 신하균은 음성해설에서도 역시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른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도 즐겁지만 조금은 아쉽다.

수사용어로 정리된 부록들

리허설 모습
촬영 현장

부록 디스크에 수록된 부가영상들은 영화 분위기에 맞춰 ‘현장감식’, ‘대질심문’, ‘취조’, ‘녹취’ 등 수사용어로 표기되어 있다. ‘현장감식’은 말 그대로 촬영 현장의 모습을 담은 영상물. 리허설 장면과 실제 영화의 모습을 비교한 ‘재현’이 주목할 만 한데 촬영 내내 끊임없이 연기지도를 하는 감독의 열성과 배우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미제’는 삭제장면들의 모음. 본편에서 빠진 것이 아쉬울 정도로 하나 같이 재미있으며, 그 중 마약상 역할로 카메오 출연했던 정재영의 기막힌 사연은 특히 압권이다.

연극에서 영화로 옮겨오는 과정에 관한 장진 감독의 인터뷰를 담은 ‘대질심문’도 핵심적인 부가영상 가운데 하나. 그 외 음성해설을 위해 다시 만난 감독과 주연 배우들의 진솔한 대화를 담은 ‘취조’, 세트 제작에 관한 미술감독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수사본부’ 등이 수록되어 있다.

삭제장면 중에서
장진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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