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김정대의 레퍼런스 DVD - 2005년 11월 (2)
2005-12-05
글 : 김정대

우주전쟁 SE War of the Worlds SE

<우주전쟁> SE는 <시스의 복수>와는 다른 측면에서 DVD 마니아들에게 ‘당혹감’을 안겨주었던 타이틀이다. <시스의 복수>와 마찬가지로 <우주전쟁>은 기본적으로는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궁극적인 오락 영화 형태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스티븐 스필버그-야누스 카민스키의 트레이드 마크로 굳어져버린) 세미 다큐멘터리 식의 영상 질감이다. 이미 극장 상영 때부터 이 영상 질감에 대해서는 관객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린 바 있다.

이 영상 질감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굵은 그레인이 강조된다. 둘째, (약간 과장하여) ‘눈이 피곤할 정도로’ 질감이 거칠다. 세째 오래 된 흑백 필름을 연상시킬 정도로 색감이 ‘탈색된 듯한’ 느낌을 주고 채도도 지나치게 낮다. 따라서 DVD의 영상에 대한 평가도, 이런 기본 영상 컨셉을 선호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타이틀의 트랜스퍼 상태 자체는 대단히 훌륭하다는 것이다.

DVD의 영상이 촬영감독 야누스 카민스키(그리고 스필버그)의 의도에 거의 근접한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두운 배경이 대단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디테일 표현 상태도 빼어나고, 색감의 재현도 (촬영 컨셉을 감안한다면) 만족스럽다. 결국 문제는 ‘본래의 영상 질감’ 자체에 대한 감상자의 선호도로 귀결된다. 특히 국내 DVD 마니아들 중 다수가 ‘선명하고 화려한’ 영상을 유난히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본 타이틀의 영상에 불만을 제기할 분이 적지 않으리라는 것은 처음부터 예견된 바였다. 최종 판단은? (무책임하게 들리겠지만) 결국 감상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DVD적 측면에서만 봤을 때’ 본 타이틀의 화질 자체는 훌륭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화질과는 달리) 적어도 음향 쪽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다. <우주전쟁> SE의 DTS 사운드트랙은 11월에 출시된 타이틀, 아니 2005년에 출시된 타이틀 전체를 통틀어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셀 수 없이 다양한 음향 요소와 스코어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분리도와 입체감, 음향의 이동감도 최상급이다. 당장 천둥소리가 서라운드 전 채널을 관통하는 초반부부터 감상자는 파워 입체음향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우퍼 채널의 활용도 대단히 인상적이어서 트라이포드의 육중한 걸음 소리, 다양한 폭발음 등 임팩트가 중요시 되는 모든 장면들의 음향이 소름끼치도록 생생한 느낌으로 전달된다.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감상자는 마치 ‘전쟁터의 한 가운데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것이다.

글쓴이가 뽑은 ‘베스트 신’은 바로 앞서 언급한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는 장면이다. (2005년 11월 15일 파라마운트 출시)

폴라 익스프레스 The Polar Express

‘영상 질감의 독특함’으로 치자면, 로버트 저메키스의 <폴라 익스프레스>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단순히 영화가 ‘퍼포먼스 캡쳐’ 기법을 통해 CG로 만들어져서가 아니라, 전반적인 컨셉 자체가 ‘몽환적 느낌’을 극대화하도록 설정됐기 때문이다. 픽사의 3-D 애니메이션 타이틀과는 달리, 본 타이틀의 영상은 소프트한 느낌이 (약간은) 과할 정도로 강조됐고 그레인 역시 눈에 띌 정도로 부각된다. 색감 역시 화려하다기 보다는 약간은 희석된 느낌이다. (물론 그렇다고 ‘번짐 현상’ 등의 부작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모든 것들은 ‘파스텔 화’를 활동 영상으로 그대로 옮긴 듯한 묘한 질감을 창출하기 위한 의도적 조작이었다.

그 결과 본 타이틀의 영상에는 ‘칼 같은 선명함’이 강조된 다른 레퍼런스급 타이틀에서는 느끼기 힘든 온화함과 부드러움이 배여 있다. 영화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영상 컨셉이 아닐 수 없다. ‘소프트한 느낌’이 강조됐다고는 하지만, 디테일의 표현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아이들의 얼굴에 덕지덕지 붙은 주근깨에서부터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까지 표현하기 쉽지 않은 요소들이 모두 완벽하게 묘사되며, 어두운 부분의 디테일도 빼어나다. 잡티나 스크래치도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디지털 노이즈도 몇 장면에서만 눈에 띌 뿐이다. 성탄절 날, 어린이와 함께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레퍼런스급 영상’이 아닐 수 없다.

DD 5.1 사운드트랙 역시 기대 이상의 위력을 뽐낸다. 음향 요소들 간의 밸런스도 이상적인 수준이며 서라운드 감과 음향의 이동감도 극히 빼어나다. 특히 우퍼 채널이 (어린이를 주된 타깃으로 한 영화임을 감안할 때는) 대단히 공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인데, 그렇다고 과하거나 ‘파괴적’이라는 느낌은 절대 들지 않는다. 한마디로 영상 컨셉에서 음향 설계까지가 모두 ‘어린이들의 경이감을 극대화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느낌이 지배적이다. 다가오는 성탄절,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선물로 이보다 멋진 것이 또 있으랴? (물론 한국어 더빙 트랙도 보너스로 제공된다)

글쓴이가 선정한 ‘베스트 신’은 영화의 초반부, 기차가 도착하는 장면이다. 위력적인 우퍼의 울림과 함께 ‘동심만이 느낄 수 있는 흥분과 기대감’을 만끽할 수 있는 부분이다. (2005년 11월 25일 워너 브라더스 출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단관개봉의 설움을 딛고 ‘국민 컬트영화’로 급부상한 화제작 <은하수를 위한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도 11월에 DVD로 출시됐다. 특히 이 DVD에는 국내 개봉 당시 이유 없이 삭제된 부분도 모두 볼 수 있다는 대단한(?) 메리트가 있다.

AV 퀄리티도 기대 이상으로 빼어난 편인데, 특히 선명도와 색 재현 상태가 매우 인상적이다. 보곤의 그로테스크한(?) 피부나 우주선의 낡은 벽 등 표현하기 까다로운 디테일들이 대단히 정밀하게 묘사되며 색감 역시 영화의 분위기에 어울리게 시종일관 유쾌하고 화려하다. 암부의 표현 상태도 훌륭하고 윤곽선 노이즈도 심하지 않다. 영상 퀄리티만큼은 브에나비스타에서 올해 출시된 극영화(애니메이션 제외) 타이틀 중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거친 그레인이 두드러지는 등 표현상태가 불균질한 장면이 때때로 출몰하는 등의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감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니 구매를 고려하시는 분은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

DD 5.1 사운드트랙 역시 영상만큼이나 빼어난데, ‘공격적 음향 설계’가 요구되는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음향의 박력이나 입체감은 ‘블록버스터급 액션 영화’에 준하는 수준이다. 서라운드와 우퍼 채널의 활용도 이상적이며 세세한 주변 음향의 표현 상태도 대단히 빼어나다. 예컨대, 고래와 함께 페추니아 화분이 떨어져 (멀리서) 깨지는 장면의 소리만 들어도 본 타이틀의 음향 설계가 얼마나 논리적으로 치밀한지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부가영상의 양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질적으로는 매우 알차니 하나도 빼놓지 말고 감상하실 것을 권한다. 특히 영화 본편 이상으로 익살스럽고 재기발랄한 두 개의 음성해설 트랙은 본 타이틀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글쓴이가 뽑은 ‘베스트 신’은 ‘초특급 수퍼스타’로 발돋움한 로봇 마빈이 결정적인 활약을 하는 클라이맥스 신이다. 자질구레한 설명은 생략할 테니, 이 장면의 ‘마술 같은 힘’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분은 직접 눈과 귀로 확인하시길. (2005년 11월 16일 브에나비스타 출시)

시선집중: 이 장면!
<오즈의 마법사 SE Wizard of OZ SE> 중 “양철 나무꾼의 ‘흑심’?”

<오즈의 마법사> SE의 놀라운 화질은 현대 디지털 영상 복원 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한 눈에 가늠케 한다. 특히 불후의 명곡 ‘오버 더 레인보우 Over the Rainbow'를 요즘 영화 수준의 영상과 더불어 5.1채널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DVD 마니아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혜택이 아닐 수 없다.

이 영화의 후반부에는 (요즘 식으로 표현하자면) 놀라운 ‘반전’이 하나 있다. 도로시는 오즈의 마법사와 함께 기구를 타고 캔사스로 되돌아가기로 한다. 에메랄드 시티 시민들의 환호 속에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려는 찰나, 몹쓸(?) 강아지 토토가 도로시의 품에서 뛰어내리고 도로시도 토토를 잡기 위해 기구에서 뛰어내린다. 순간, 기구는 마법사만을 태운 채 유유히 떠나고 만다. 이 신은 1939년 개봉 당시부터 무수히 많은 관객들의 ‘아쉬움의 탄성’을 자아냈던 유명한 장면이다.

헌데 영화를 몇 차례 반복 관람하신 분들은 이 장면에서 ‘수상한 인물’을 하나 발견하셨을 것이다. 바로 도로시와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삼총사’ 중 하나인 양철 나무꾼이다. 이 장면에서 그는 도로시와 마법사가 탄 기구의 끈을 풀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데 그는 도로시가 기구에서 뛰어내린 것을 ‘빤히’ 보면서도 기구의 끈을 풀어주고 만다! ‘실수’라고 보기에는 너무 고의성이 짙은(?)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의심가시는 분은 지금 당장 디비디를 재생해보시길! 혹시 양철 나무꾼은 도로시를 ‘가슴 깊이’ 짝사랑하여 ‘고의로’ 그녀를 마법의 세계에 남긴 것은 아닐까?!

(사진 설명: 양철 나무꾼은 도로시가 기구에서 내린 것을 뻔히 알면서도 기구의 끈을 풀어주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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