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김정대의 레퍼런스 DVD - 2005년 11월 (1)
2005-12-05
글 : 김정대

이 코너는 매달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되는 컨텐츠로서 그 달의 레퍼런스(화질, 음향, 부록 등에서 모범이 될만한) 타이틀을 엄선해, 주요 장면의 AV적인 우수성에 대한 전문가의 해설을 정리하는 코너입니다. (DVDTopic)

오즈의 마법사 SE Wizard of OZ SE

<오즈의 마법사>(1939)의 새 복원판이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글쓴이는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 출시판도 (영화의 제작 년도를 감안했을 때) 워낙 빼어난 AV 퀄리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글쓴이의 걱정은 대략 이런 것들이었다: “과연 화질이 (그렇지 않아도 훌륭했던) 기존판에서 얼마나 더 향상될 수 있을까?”, “기존 출시판이 가지고 있던 ‘사소한 문제’들이 이번 판에서는 해결될 수 있을까?”

기존판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복원 과정에서 컬러 매칭이 ‘약간’ 부자연스럽게 되어 원본 프린트의 그것과는 다소 차이가 나는 색감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오즈의 마법사>는 3색 테크니컬러의 진수를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작품이기에, 이 부분은 보는 이에 따라 더욱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은 ‘극도로 정밀한 디지털 작업’이 없는 한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였다. 둘째, 기존판에는 새롭게 마스터링된 5.1채널 사운드트랙이 실렸지만 안타깝게도 오리지널 모노 트랙은 포함돼지 않았다. 기존판의 5.1채널 사운드트랙이 부자연스럽다고 느낀 팬들이 꽤 많았던지라, 이 부분은 제법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 바 있었다. 자, 그럼 이번 SE 출시판은 과연 기존판과 비교했을 때 어떻게 달라졌을까?

일단, ‘복원 환경’만 놓고 보면 이번 복원판의 그것은 기존판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최신 4K 디지털 복원 프로세스를 통해 복원 작업이 진행됐으며, 최첨단 복원 장비 및 전문가들이 총동원되어 최대한 ‘1939년 극장 개봉 당시의 영상’에 가까운 깔끔한 영상을 추출하는 것을 지상목표로 삼았다. 그 결과 위에서 언급한 컬러 매칭 문제도 거의 99% 해결됐다. 이번 SE 판이 보여주는 화려한 색감은 지금껏 출시된 <오즈의 마법사> 판본 중 원본 프린트의 그것에 가장 가까운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잡티 역시 말끔하게 제거됐으며, 윤곽선 노이즈도 많이 줄었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커서’인지 아쉬움 역시 적지 않게 느껴진다. 우선, SE 판의 화질은 기존판의 그것에 비해 현격히 향상된 것임이 분명하나, 정작 DVD의 한정된 화소 표현력과 해상도로는 그것을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물론 대화면에서 프레임 단위로 면밀히 분석해 보면 향상 효과를 분명히 느낄 수 있으나, 평소에 이렇게 ‘현미경을 끼고’ 영화를 보는 분들은 거의 없을 테니 이 부분은 언급할 가치가 없을 것이다. 다행히도 색감의 경우는 향상 효과가 비교적 뚜렷이 느껴지긴 하나, 이 역시도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다. 이 외에 디지털 노이즈와 그레인 현상이 곳곳에서 감지되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이상 언급한 약점들은 대부분 HD급 차세대 매체가 나오지 않는 한 근본적으로 해결할 길이 없는 것들이다. 따라서 (적어도 새로운 복원판이 나올 때까지는) 이번 SE 판의 영상이 ‘궁극의 퀄리티’를 보여줬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SE 판에는 리마스터링된 5.1채널 사운드트랙과 더불어 오리지널 모노 사운드트랙이 수록됐다는 큰 강점이 있다. 부록의 분량(SE판인 관계로 코드 1 CE판에 포함된 세 번째 디스크는 없지만)도 숨이 넘어갈 정도로 엄청나니 ‘각오를 단단히 하고’ 감상하시길.

글쓴이가 뽑은 ‘베스트 신’은 토네이도에 휩쓸려 간 도로시가 문을 열자 ‘마법의 세계’가 펼쳐지는 유명한 장면이다. (이 장면을 기점으로 흑백이었던 영화는 컬러로 전환된다) 테크니컬러의 오묘한 매력이 피부로 와 닿는 인상적인 신이 아닐 수 없다. (2005년 11월 11일 워너 브라더스 출시)

벤허 SE Ben-hur SE

대한민국의 ‘국민 고전영화’ <벤허>(1959)도 4 디스크의 SE 버전으로 새롭게 출시됐다. 지난 출시 버전과 비교했을 때 이번 SE 버전은 어떤 점에서 달라졌을까? AV 퀄리티 쪽을 먼저 살펴보자. <벤허>의 기존판은 사실 출시 당시에는 (제작년도를 감안했을 때) ‘레퍼런스급’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빼어난 화질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문제점도 몇 가지 지적됐다. 우선, 마스터로 상하좌우의 영상정보가 약간씩 잘려나간 35밀리 프린트를 썼기 때문에 본래의 의도와는 ‘다른’ 영상이 디스크에 담긴 바 있다. 또, 복원 상태가 전반적으로 빼어나긴 했지만 색 재현 상태가 불안정한 부분이 꽤 있었고 그레인 현상과 잡티, 윤곽선 노이즈도 심심찮게 출몰했다. 그렇다면 이번 SE 버전은?

우선 화면비 자체는 약 2.76:1로 지난 출시판과 동일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마스터로 (지난 출시버전에서 잘려나간) 상하좌우의 영상정보가 고스란히 담긴 65밀리 프린트를 썼기 때문에 사실상 본래의 의도에 거의 부합하는 영상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색 재현력 역시 눈에 띄게 향상되어, 기존판에 비해 훨씬 화려하고 원색에 가까운 색감을 보여준다. 노이즈와 그레인 현상 역시 기존판에 비해 줄어들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단히 향상된 화질임에도 불구하고) <오즈의 마법사> SE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색상’을 제외한 영상 요소들의 향상 수준은 일반인들이 ‘현격하다’라고 체감할 정도는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 결국 이 부분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HD 급 차세대 영상 매체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5.1채널 사운드트랙은 기존판에 실렸던 것이 그대로 활용됐기에 여기서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부록도 ‘기대대로’ 풍성하기 이를 데 없다. 음성해설 트랙에는 기존판에 실렸던 찰톤 헤스톤의 음성 외에 영화사가 진 해쳐의 음성이 추가로 삽입됐으며, 미클로스 로자의 기념비적인 음악을 따로 감상할 수 있는 ‘Music-only Track'도 있다. 기존판에 삽입된 메이킹 다큐 <Ben-Hur: The Making of an Epic> 외에 이번 SE 버전을 위해 새로 제작된 다큐 <Ben-Hur: The Epic That Changed Cinema> 및 다양한 피쳐렛들도 추가로 삽입됐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합친 것보다 값진 부가영상이 세 번째 디스크에 수록돼 있으니, 바로 프레드 니블로 감독의 1925년 작 무성영화 <벤허>다. 이 영화는 DVD로는 최초로 공개되는 것으로, 1925년 당시만 하더라도 최고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었다. 당장 유명한 전차 경주 신만 봐도, 윌리엄 와일러의 1959년 작 못지않은 엄청난 물량이 투입됐음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 디스크에서 글쓴이가 뽑은 ‘베스트 신’ 역시 (‘너무 많이 봐서 약간은 지겨운’ 윌리엄 와일러의 버전이 아닌) 프레드 니블로 감독의 <벤허>의 전차 경주 신이다. (2005년 11월 11일 워너 브라더스 출시)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
Star Wars Episode III: Revenge of the Sith

그러나 ‘진정으로’ DVD 마니아들을 허탈하게(?) 한 타이틀은 바로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이하 <시스의 복수>로 줄임)이다. 이미 발매 전부터 ‘올해의 레퍼런스 타이틀’ 자리에 오를 것이 확실시됐던 본 타이틀은 기대대로 현 포맷의 DVD가 보여줄 수 있는 퀄리티의 한계점을 보여줬다.

물론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미 많은 분들이 극장에서 ‘디지털 상영’으로 이 영화를 감상했던 터라 DVD의 퀄리티에 대한 기대감은 하늘을 찌를 듯 했기에, ‘실망감’을 표시한 분들이 적지 않은 것도 너무나 당연하다. 오해는 없으시길. 본 타이틀의 퀄리티가 ‘문제가 있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Digital-To-Digital 방식으로 제작된 본 타이틀의 영상은 문자 그대로 ‘그림책처럼’ 선명하고 깨끗하다. 잡티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색 재현력과 디테일의 묘사 상태도 가히 (현 포맷의 DVD로서는) 만점 수준이다.

문제는 영화의 기본적인 영상 정보량이 현 포맷의 DVD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점을 너무나 뛰어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영화의 미장센 수준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러닝타임 전체를 통틀어 정적인 부분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정적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깨알 같은 우주선이나 사물들이 배경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극장에서 디지털 상영으로 영화를 보신 분들은, 이 부분이 얼마나 정밀하게 묘사됐는지를 ‘선명하게’ 기억하실 것이다. 아쉽게도 DVD의 한정된 화소 표현력으로는 이런 부분들을 만족스럽게 묘사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이 영화의 촬영에 사용된 HDC-F950 소니 디지털 카메라는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에 사용된 HDC-F900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으로, 보다 자연스럽고 필름에 가까운 질감의 영상을 창출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DVD에서는 그 ‘향상 효과’가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이 시점에서 우리는 (또 다시) HD급 차세대 매체의 필요성을 피부로 절감하게 된다. 어쨌거나 결론은 <시스의 복수> DVD야 말로 현 DVD 매체가 구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영상에 있어서 ‘불만 요소’들이 제법 심하게 부각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 DD 5.1 EX 사운드트랙 역시 기대했던 대로 최상급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음향 설계상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면, 다소 파워가 과다하게 강조된 전작 <클론의 습격>에 비해 음질이 보다 섬세하고 깊이 있게 다듬어졌다는 점이다. 즉, 피부로 느껴지는 임팩트감보다는 음향 요소들 간의 밸런스와 자연스럽고 깊이 있는 음장감 형성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잡다한 음향 요소들의 명료한 재생상태, 그리고 완벽한 서라운드 효과를 듣고 있노라면 스카이워커 사운드의 놀라운 음향 설계 수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가 선정한 ‘베스트 신’은 스코어와 음향 요소간의 밸런스가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클라이맥스 ‘무스타파 결투’ 신이다. (2005년 11월 3일 20세기 폭스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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