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탭 조합 좌담 [2]
2005-12-06
사진 : 이혜정
정리 : 문석

가장 개런티가 높은 스탭은 길바닥씨?

이현승/ 조합이 출범한다니까 제작비 상승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더군요. 사실, 몇몇 제작자들을 만나봤는데 그들도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의 임금인상은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 사람들도 정확한 데이터를 원하고 있어요. 지금 제협을 포함해서 여러 곳에서 스탭들의 임금을 조사하고 있어요.

김성복/ 조합이 생긴다고 제작비가 반드시 오른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포커스 풀러가 있는데, 스스로 생각하는 적정 연봉이 3천만원이라고 한다면, 지금 도제시스템에서는 1년에 1편 정도를 하면서 그 안에서 다 뽑아야 하지만, 만약 도제시스템이 바뀌고 자유롭게 일한다면 1년에 1천만원씩 3편을 해서 3천만원을 받을 수 있죠. 그러면 임금은 같은데, 숙련도는 높아지는 결과를 얻겠죠.

이현승/ 현재의 문제는 모두가 감독급이 되려는 거예요.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조수와 감독급의 임금 차이가 너무 나기 때문이죠. 도제시스템을 전문화를 통해서 바꿔내면 달라지겠죠. 물론 그 전제는 제작사가 어떤 영화를 시작하는 시점과 종료되는 시점을 정확히 지켜줄 수 있는 노하우를 가져야 한다는 거예요.

권칠인/ 그렇게 정확해지면 사실, 조금 방만하고 여유있게 현장에 나가서 작업했던 감독들의 입장에서는 압박이 클 수도 있어요.

이현승/ 그동안의 작품당 계약이 감독에게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죠. 신인감독들이 많이 쏟아져나올 수 있게 한 동인이기도 하고. 현장에서 충분히 고민한 다음 아니면 다시 찍고 했으니까. 외국에서 한국영화의 완성도를 봤을 때는 그런 점도 영향을 끼쳤죠. 그런 창의성에 대한 장점을 가져가면서도 숙련도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권칠인/ 사실, 감독들이 우려하는 점은 홍콩처럼 되는 경우더라고요. 20∼30회차 만에 끝내야 하고, 현장에서는 고민할 수가 없고, 이렇게 너무 기계적으로 진행되면 창의성에 대한 손상이 있을 수 있거든요.

이현승/ 그와 반대로 제작자들은 신인감독들이 현장에서 헤매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더군요. 현장에서 편집해보고 다시 찍고 하는.

신보경/ 현장에서 나오는 농담 중에 이런 게 있어요. 예산서에는 나오지 않는데 가장 개런티가 높은 스탭은 길바닥씨다. (웃음) 화면에도 보이지 않고, 예산서에도 나오지 않지만, 길바닥에 뿌려진 돈이 가장 많거든요. 그것만 제자리를 찾아가도 훨씬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죠.

재교육, 워크숍 통한 전문화 확보가 절실하다

이현승/ 그러기 위해서도 전문화가 절실한데, 각 조합에서도 전문화 교육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심산/ 나도 그 점이 약하지만,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르는 기성 작가들도 꽤 있어요. 그래서 촬영감독님도 부르고, 편집기사도 부르면서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재교육하자는 것이죠. 그리고 법의학자라든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불러 워크숍을 갖는 것도 원하고 있어요. 그리고 조합 밖으로도 눈을 돌려서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이나 초보 작가를 위한 워크숍도 만들 생각이에요.

김성복

김성복/ 기존 스탭을 재교육하는 것은 물론이고, 추세가 점점 디지털화로 가고 있으니까 그것과 관련한 세미나를 자주 열려고 해요. 그리고 홍경표 촬영감독이 <태풍>을 찍었는데, 바다를 촬영하는 것에 관한 노하우가 만들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촬영감독들과 이런 식으로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세미나도 준비하고 있어요.

권칠인/ 감독들의 경우엔 배우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가 참 어려운 문제예요. 배우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연기에 대해서 어떻게 논의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연기를 끌어내는지 등을 어려워하는데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에요. 그리고 이건 류승완 감독 아이디어인데, 감독들이 감독들을 인터뷰해서 노하우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길게 보여주는 학술적인 책자도 자체적으로 낼 생각이에요.

신보경/ 우리는 미술 파트의 개념을 잡아주는 책을 낼 생각이에요. 그리고 미술쪽은 아무래도 전시회 형태로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에요. 세미나도 함께 갖고.

심산/ 그런데 조수들 단체와는 어떤 관계를 맺을 건가요.

이현승/ 결국에는 그쪽과 맞물려 가야 할 겁니다. 그쪽은 노조 형태로 묶일 전망인데,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논의가 이뤄지겠죠. 결국 조합, 조수노조, 제협이 머리를 맞대면 잘 풀려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심산/ 감독협회, 촬영감독협회, 시나리오작가협회가 이미 있잖아요. 기존 협회와의 관계 정립 이야기도 했으면 좋겠어요. 나 같은 경우에는 유동훈 시나리오협회 이사장을 만났는데,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현승/ 임원식 감독협회 이사장님도 흔쾌히 받아들이시더군요. 어쨌든 조합은 직능단체이고, 협회는 전체를 대변하는 곳이니까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요.

영화계가 최고의 ‘일터’가 되는 날까지

이현승/ 내 목표는 영화계가 정말 최고의 일터가 되는 거예요. 영화계에 들어가면 행복하고, 창조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고, 돈도 많이 받고,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도록.

권칠인/ 지금까지 나온 얘기 중 제일 멋있네. (웃음)

이현승

이현승/ 사실, 그동안 한국영화 스탭들은 너무나 열정에 의지해왔어요. 좋은 지점도 있지만, 오히려 발전을 더디게 하는 측면도 있어요. 열정 하나로 일하니까 모든 불합리한 것을 양해하게 되잖아요. 영화 하면 예술이나 창조, 이런 쪽만 강조되잖아요. 그냥 직업으로 삼아 일하는 점도 중요한데 말이죠. 좋은 일터 개념도 중요해요. 예술, 창조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냥 영화 찍는 일을 즐거워하는 사람들, 직업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는 게 더 건강할 수 있다는 거죠. 이제,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단체별로 포부를 말씀해주시죠.

신보경/ 30∼40명 정도가 모였는데, 그동안은 협회가 없어서 처마나 지붕도 없이 비바람과 폭풍을 맞아가면서 광야에 서 있었던 거죠. 조합을 시작으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생각이에요.

심산/ 우리는 40명 정도인데, 첫째로 중요한 일은 좋은 시나리오를 시장에 내놓는 거예요.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시나리오 페어 같은 것이에요. 작가들이 자기 이름을 내걸고 자기 작품을 프리젠테이션하려고 해요. 그 다음은 권익문제인데, 지금 시나리오를 좀 써서 괜찮다 싶으면 다 여의도로 가요. 충무로와 여의도 사이의 임금 차이가 너무 나니까. 이런 부분이 해결돼야죠.

권칠인/ 감독들은 30명에서 40명 사이로 모였는데, 일단 조합이 이현승 감독 말대로 영화계가 멋진 일터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면 진짜 좋을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누가 영화계에 들어온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다 걱정하잖아요. (웃음) 이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고. 그리고 권력화되는 것을 가장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합리성을 바탕으로 설득력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힘을 가질 테니까요.

김성복/ 우리는 30∼40명쯤 되는데, 결성되면 일단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해요. 서로 무언가를 공유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이현승/ 그리고 앞으로 우리 조합이 할 일이 많아요. 극장 부율을 조정하는 것도 그 하나죠. 제작사 몫이 커지면 스탭들에게 돌아오는 것도 커지니까. 조합들이 영화계의 큰 의제에 대해서도 다 같이 힘을 합쳐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봅니다.

사진 송정근·장소협찬 대학로 쇳대 카페 참석자: 이현승(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사회), 권칠인(감독), 김성복(촬영감독), 심산(시나리오 작가), 신보경(미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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