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저 외모에 콤플렉스 있어요”, <연풍연가>의 장동건
1999-02-16
글 : 박은영
사진 : 정진환

장동건(28)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소녀들은 환호했다. 호리호리한 몸매, 커다란 눈망울, 조각 같은 옆 모습까지, 마치 순정만화에서 그대로 빠져나온 듯하다고. 가슴속에 뭔가 내밀한 상처를 품고 있는 듯해, 그냥 애처롭고 가슴 저리다고. 장동건은 그렇게 90년대를 대표하는 청춘스타가 됐다. 그에겐 어질고 순한 사람일 거라는 믿음도 따라붙는다. 그래서 그가 긴 속눈썹을 내리깔고 “전 외모에 콤플렉스 있어요”라고 말해도, 그 거짓말 같은 참말을 그냥 믿게 된다. 진정한 ‘배우’가 되고 싶은 장동건에게 잘생긴 외모는 거추장스러워진 지 오래다. “외모로 인기 얻은 배우 중에 나중에라도 연기력을 인정받은 경우는 드물어요. 그렇다고 정말 연기를 못한 건 아닐 텐데요.” 그러나 얄궂게도 그의 이미지에 환호하는 이들은 늘어만 간다. 십년 전 한국에서 주윤발이 그랬듯, 지금 저 멀리 베트남에선 장동건이 최고의 ‘해외 스타’다. 베트남까지 전파를 탄 드라마 <의가형제> 덕이다. 조만간 한번 다녀오긴 해야 할 텐데, 기약이 없다.

세번째 영화 <연풍연가>를 마치고 장동건은 부쩍 성숙해져 있었다. 그는 일상을 벗어나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가 ‘섬처녀’와의 새로운 사랑을 예감하지만 실연의 상처 때문에 주저하는 ‘육지 남자’를, 과장 없이 그러나 밋밋하지 않게, 재현해냈다. 데뷔 6년차. 드라마와 영화를 적잖이 했지만, 그중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고백한다. “애틋한 감동이 있는 영화를 개인적으로 선호하지만, 조금씩 깊어가는 감정을 표현해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작가와 연기자 교체라는 홍역을 앓았던 드라마 <사랑> 이후 그는 근 일년을 쉬었다. 침묵하고 있는 사이, 그가 주연으로 내정됐다고 홍보한 영화만도 여러편. 그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면서도, 불안하고 초조해짐을 어쩔 수 없었다. “웬만하면 그냥 할까. 좋게 좋게 그냥 넘어가 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구요.” 그럴 때마다 좋은 영화에 대한 욕심이 그를 잡아줬다. <연풍연가> 다음 작품은 이명세 감독의 신작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대선배 박중훈, 안성기와의 호흡이 막내 장동건은 오히려 맘 편하다. “보험이라도 들어야 할 만큼” 리얼하고 거친 액션이 아니라면, 매일매일이 즐겁고 재미있다. 조만간 TV 나들이도 한다. 김현주와 황수정이 함께 하는 트렌디 드라마 <청춘>에서 패기있는 회사원을 연기할 예정.

재수 삼수로 우울하고 외로웠던 십대 시절이 그를 고독하고 쓸쓸해뵈는 이미지에 가둬놨지만, 실제로 그는 외향적이고픈 사람이다. “내면은 외향적이어서” 외향적인 사람을 좋아하지만, 낯을 가리는 편이라 현장에 적응하기 힘든 때도 있다. 내키지 않거나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은 자신 없어진다는, 그래서 연기 테크닉을 키워야 할 것 같다는 자가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남자 나이 서른에 대한 느낌이 있어요. 막연하지만.” 이제 스물여덟인 장동건은 서른이 넘기 전에 해야 할 일과 서른이 넘고 나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서른이 넘기 전에 그는 청춘 영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제껏 맡아왔던 “생동감 없고 우중충한” 역할말고, “표면적인 고뇌를 그리는” 역할말고. 또 서른이 넘으면 “연기력을 인정받기 위해서” 진짜로 악랄한 사람을 연기해 보고 싶다고 했다.

의상협찬 ez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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