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리뷰]
1950년대 한국사회와 문화를 말한다, <자유부인>
2005-12-30
글 : ibuti

신문 연재소설이 인기있던 시절, 춤바람에 빠진 아낙네들이 잡혀가던 시절, 말끝마다 영어 몇 마디 넣는 게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시절, 정비석의 소설 <자유부인>과 한형모의 영화 <자유부인>은 태풍의 중심이었다. 1954년 정초부터 시작된 <자유부인>의 열기는 대단한 것이어서, 사람들은 연재소설을 읽기 위해 <서울신문>을 구독했다 한다. 이어 시대를 읽는 감각이 남다른 테크니션 한형모가 연출을 맡은 건 정비석도 원하는 바였다. <자유부인>은 가정의 테두리에 머물던 대학교수 부인이 춤과 연애에 눈길을 돌리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자유부인>은 유교적 인습에 갇혀 살던 여자를 대변하고 여자의 주체성을 옹호하는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당시의 새로운 물결이 전통적 관습과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사회적 파장을 논쟁 삼아 온건한 결론을 유도하는, 계몽적인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가정 파괴의 죄를 뒤집어쓴 여주인공은 결국 돌아갈 곳이 가정임을 깨닫게 되며, 그것도 남편의 허락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남편 또한 젊은 여자와 연애를 즐겼음에도 이런 결말이 맺어진 데서 어쩔 수 없이 당시 가부장적인 사회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자유부인>은 한국영상자료원 고전영화 컬렉션의 네 번째 작품이다. DVD엔 예의 충실한 부록들- 영상자료원장 이효인과 평론가 김종원의 작품 소개 및 사진자료(사진), 출연진 및 제작진 소개, 충실한 해설책자- 이 여전하다. 그리고 배우 이민과 미술을 맡은 노인택의 인터뷰(63분)를 수록했는데, 두 사람의 목소리에서 1950년대 사회와 영화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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