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투 브라더스> 제작기 [2]
2006-01-17
글 : 이다혜

안전! - 호랑이와 유적과 인간을 보호하라

<투 브라더스>에는 30마리의 호랑이가 동원되었다.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표정이 풍부한 호랑이가 필요했지만, 액션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스턴트맨 역할을 하는 액션이 좋은 호랑이가 필요했다. 언제 어디서나 촬영에 투입할 수 있는 7∼12주 사이의 새끼 호랑이가 필요했기 때문에 세계 방방곡곡에서 태어나는 모든 호랑이를 찾아다녔다. 대부분의 새끼 호랑이는 프랑스에서, 일부는 타이에서 데려왔다. 어미에게서 버려진 갓 태어난 새끼들을 데려다 젖병의 우유를 먹이며 키우기도 했다. 곰과 달리 호랑이는 눈, 입, 귀로 감정을 표현했다. 마치 사람처럼! 차이가 있다면 호랑이들은 나를 육체적으로 상처입히고 죽일 수 있고, 할리우드 스타 배우들은 전화 한통으로 감독의 사회적 위신을 추락하게 할 수 있다는 것 정도일까.

<투 브라더스> 촬영현장
장 자크 아노 감독(왼쪽)과 조련사

우리는 호랑이들을 관찰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안전을 고려해서 호랑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곳에 우리를 만들어 사람들이 그 안에 들어가 있어야 했지만. 호랑이의 안전 문제에는 엄격한 기준으로 일했다. 어미 호랑이가 새끼를 물어 옮기는 장면도 실제 어미가 아닌 호랑이가 자칫 새끼를 물 염려가 있어 모형을 사용했다. 처음에 르 포르티에는 인드라라는 호랑이가 모형 호랑이와 친해지게 하기 위해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도록 훈련시켰다. 그런데 촬영이 끝난 뒤에도 인드라가 모형 호랑이를 자기 집까지 가져가 새끼처럼 돌보기 시작했다. 르 포르티에와 다른 조련사들이 조심스럽게 모형을 꺼내려고 수 차례 시도했으나 한참이 흐르고 나서야 겨우 빼낼 수 있었다. 호랑이뿐 아니라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 사원을 보호하는 일도 필수적이었다. 건축가와 고고학자들이 정해놓은 규정에 따라 스탭들의 동선 수십 킬로미터에 스펀지나 보호막을 꼼꼼히 설치했다. 엄청난 대공사였기 때문에 촬영 몇달 전부터 카메라의 위치를 미리 지정해야 했다. 영화의 배경인 20세기 초, 사원이 무성한 숲과 나무 넝쿨로 뒤덮여 있는 장면을 위해 150명 이상의 정원사와 조경사들은 쉴새없이 작업했다.

안전 문제에서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보호했다. 나는 라울 역의 프레디 하이모어와 호랑이를 절대 함께 두지 않았다. 트레이너와 함께 호랑이가 연기하는 것을 먼저 찍은 뒤 모니터를 보고 트레이너의 위치에 하이모어를 두고 연기하게 했다. 많은 작품을 만들면서 나는 배우, 스튜디오, 스탭들과 잘 지내는 법을 터득했다. 그러니 호랑이들과 잘 지내는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호랑이들과 잘 지내려면, 인간의 경우처럼 각각의 성격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수줍은 녀석, 질투심 많은 녀석, 영리한 녀석, 유쾌한 녀석 등 성격이 제각각이니까. 모성 본능이 강한 호랑이는 어미 역할을, 씩씩한 호랑이는 어른이 된 형제 역할을, 연약한 호랑이는 늙은 호랑이 역할을 맡았다. 겁이 없는 암컷 호랑이는 고난도의 스턴트 연기를 시원하게 해냈다.

호랑이 - 새끼 호랑이에게 메소드 연기 시키기

사실 호랑이들의 연기에 관해서라면 조련사인 티에리 르 포르티에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글래디에이터>에서 호랑이가 등장하는 원형 경기장 장면을 연출했던 베테랑이다. 르 포르티에는 30마리의 호랑이를 직접 훈련시켰다. 그는 우리가 호랑이를 훈련시킬 수는 있지만 길들일 수는 없다고 여러 번 주의를 주었다. 우리는 거대한 우리와 울타리를 만들었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밖으로 나갈 수 있었던 사람은 르 포르티에와 그의 조수뿐이었다. 카메라는 울타리 밖에 설치한 뒤 근접 촬영이 가능하도록 원격조종 장치를 부착했다. 안전을 위해 모든 우리에는 모두의 안전을 확인하는 담당 관리자를 두었다. 안전장치들은 후반작업에서 컴퓨터그래픽으로 제거했다. 정밀한 카메라 동작을 위해 모션컨트롤 기술을 사용해 좌우 이동은 물론 수직 이동, 팬, 줌, 포커스, 조리개 조작 등 모든 작업을 컴퓨터로 제어했다. 그 덕에 놀라운 장면들을 많이 얻었다. 호랑이와 함께 미끄러지듯 흐르는 장면을 얻었고, 입을 벌리고 이를 드러낸 호랑이의 코앞에서 표정을 포착했으니까.

<투 브라더스> 촬영현장
<투 브라더스> 촬영현장

우리는 새끼 호랑이에게 ‘메소드 연기’를 가르치는 데 도전했다. 말이나 채찍이 아니라 음식으로! 새끼 호랑이에게 재채기를 시키려면 초콜릿 가루 냄새를 맡게 하면 된다. 하품을 하게 하려면 우유 두병을 먹여 곤히 잠들게 했다. 다행히 새기 호랑이들은 아주 활동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귀여운 친구들이라, 물가에 데려다 놓으면 금세 물장구를 치며 놀기 시작했고 코코넛을 주면 털실을 가지고 놀 듯 장난을 쳤다. 애교스러운 촬영은 다 큰 호랑이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호랑이 앞에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바로 목숨을 잃을 수 있으니까. 가이 피어스가 호랑이에게 쫓기는 장면에서 르 포르티에는 피어스의 뒤에 웅크리고 있었고 조수들은 양 옆에 서 있었다. 호랑이가 피어스쪽으로 오는 동안 르 포르티에는 호랑이와 시선을 맞추었다. 피어스를 쳐다보지 않도록 하면서 가까이 다가오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호랑이가 그를 발견하게 되면 르 포르티에가 얼른 일어나 호랑이의 주의를 끌고 피어스를 도망가게 하는 작전이었다. 달리는 장면을 찍으려면 호랑이 앞에서 사람이 말을 타고 뛰어야 하는데, 호랑이는 한번 말을 앞지르면 더이상 달리지 않았다. 르 포르티에는 매일 호랑이들을 유인할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 그는 동물들의 본성과 성격, 반응까지 모두 꿰뚫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재회한 호랑이 두 마리의 반응은 진짜였다. 촬영을 위해 오랜 시간 따로 떨어져 시간을 보내다 재회한 호랑이들은 영화 대본에서처럼 서로를 알아보고 반가워했다.

그리고 다시 호랑이 - 그들의 자유로운 생존을 위하여

나는 “영화는 듣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라고 믿는다. 인물의 감정을 보여주는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 좋고, 자막이 많지 않아도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 좋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동물들을 이렇게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이 피어스와 함께 일하는 게 즐거운 경험이었던 이유는 그가 호랑이들를 좋아해서이기도 했지만 그는 대사가 적은 연기가 흥미롭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참 다양한 영화를 하시네요”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내 영화들이 하는 일관된 이야기는 문화의 충돌에 관한 것이다. 아, <베어>와 <투 브라더스>는 열일곱살 난 내 딸을 위한 영화이기도 하다. <연인>도 보여주었냐고? 당연하지. 무척 좋아한다. 우리는, 프랑스인이잖나. 하하. 나는 정사신 찍기를 좋아하는데, 그 때 인간의 동물성이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찍으면서 나는 호랑이의 생존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 텍사스주에서 집 뒷마당에서 키우는 애완용 호랑이는 세계 어느 나라의 야생 호랑이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 누구라도 버려진 새끼 호랑이를 발견한다면 숲에 되돌려놓기보다는 집으로 데려가 키우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이 동물들이 다 자라면 어떻게 될까? 호랑이는 육식동물이기 때문에 훈련시킨다 해도 위험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우리는 프랑스와 미국에 있는 세계야생동물기금협회와 함께 호랑이와 호랑이 서식지를 보호하는 기금을 형성했다. 나는 호랑이를 포함한 야생동물이 살아갈 수 있는 땅이 지구 어딘가에 존재했으면 하지만, 파리의 아파트에서 편하게 사는 내가 캄보디아에 사는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호랑이를 보호하라고 할 수는 없다. <투 브라더스>를 촬영한 캄보디아의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를 증오한다. 호랑이가 마을에 침입해 돼지나 소를 잡아먹으며, 때로는 아이들을 해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지구가 식물, 새, 물고기, 호랑이, 곰, 토끼, 나비 등등 모두 함께 사는 곳이었으면 한다. 몇 십년 뒤, 인간이 지구상의 유일한 생명체로 남는다면 그만큼 슬픈 세상은 없을 테니까. 그래서 다음 영화는 무슨 동물이 주인공이냐고? 가장 다루어보고 싶은 호랑이 얘기까지 해버렸으니, 이제 인간들 세상으로 돌아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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