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마티, 브라운 박사와 함께 떠나는 ‘백 투 더 패스트’ [1]
2006-02-07
글 : 권민성

<뮌헨>은 1972년 뮌헨 올림픽 때 있었던 끔찍한 테러사건을 폭로하는 영화다. ‘검은 9월단’의 인질극은 11명의 희생자를 낸 채 끝날 뻔했다. 이스라엘 정부의 치밀한 복수작전 이후에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의 영토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듯 현대사는 민족·종교·인종 등 미묘한 갈등에서 출발해 비참하게 끝난 사건들로 점철돼 있다. 그래서 <ME>가 객원기자 2명을 과거로 급파했다. <백 투 더 퓨처>로 미래여행을 다녀온 마티와 괴짜 발명가 브라운 박사가 이번엔 현대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직접 체험하고 돌아왔다. 피비린내가 조금 날 테니 코를 틀어막고 봐야 할 것이다.

(때는 바야흐로 야식이 땡기는 한밤중. 교회 탑 앞에서 아인슈타인 짝퉁 티가 물씬 풍기는 괴짜 발명가가 페라리를 수리하고 있다. 이때, 스케이트보드를 탄 밝고 건강한 청소년의 대명사 마티가 로큰롤이 흘러나오는 mp3 플레이어를 귀에 꽂은 채 교회 앞을 지나다 이 장면을 목격한다.)

마티: 브라운 박사님! 또 차가 고장나셨삼?

박사: 페라리를 개조하는 중이다. 이제 탑에 이 전선만 연결하면 타임머신 개조 완료닷! 오~예! 난 역시 천재야!

마티: 어디로 가셈? 50년 뒤? 100년 뒤?

박사: 쉿! 이번엔 과거다.

마티: 어머낫, 지대 신난당!

박사: 너무 좋아하지 마라. 네게 특명이다.

마티: 뭐셈?

박사: 현대사로 가서 직접 그 사람들의 삶을 체험하는 것이지. 이른바 ‘체! 험난한 삶의 현장, 그 까이꺼’. 우선 뮌헨 올림픽이 열렸던 1972년 뮌헨으로 간다. 넌 거기서 엑스트라로 뛰는 거다.

마티: 박사님은요?

박사: 난 말이지….

(이때, 무장한 테러리스트가 등장, 브라운 박사를 향해 3발 연속 총을 쏜다. 박사, 신음한다)

마티: 박사니이이이임!

(마티, 테러리스트를 피해 홀로 타임머신에 올라탄다. 차가 부르르 떨며 어느 새 사라져버린다)

(정신을 잃었던 마티, 눈을 뜬다. 신문 가판대에는 세계적인 신문 <선데이 월드>가 꽂혀 있다. 신문 1면 톱기사에는 ‘피의 일요일 예고’이라고 씌어 있다. 그 앞을 잘 차려입은 남자가 지나간다)

마티: 아저씨, 오늘 며칠인가염?

아이반: 오늘이 무슨 말이냐고? 데리시에서 평화행진을 하기로 한 1월31일 아니냐? 그리고 난 아저씨가 아니란다. 영국 의회 하원의원 아이반 쿠퍼지.

마티: 오 마이 갓!

아이반: 자, 빨리 가자. (마티의 후드티 모자를 잡아당기며) 오늘은 무력행위는 절대 안 된다. 평화적인 행진이야!

마티: 대체 여긴 어디셈?

아이반: 예끼, 인석아! 북아일랜드지 어디야? 난 바빠서 이만, 휘리릭!

마티: 역시 브라운 아저씨를 믿는 게 아니었어, 덴장!

(마티, 행렬들을 따라 앞으로 걸어간다. 눈앞에 무장한 영국의 공수부대가 탱크를 앞세우고 서 있다. 군중들은 아이반의 구호에 맞춰 “영국 정부의 불법 억류 반대! 우리는 우리의 정당한 권리와 시민권을 주장한다!”고 외친다. 영국군이 물대포와 가스수류탄 세례를 퍼붓는다. 마티, “영국 새끼들 나가 뒈져!” 하고 소리치다 고무탄에 머리를 맞는다.)

마티: 으아악!

(사방에서 총성이 울리며 어린 학생들이 쓰러진다. 마티, 시체들 옆에서 코를 킁킁거린다)

마티: 이게 웬 피가 아니라, 케첩 냄새? 앗, 박사님!

박사: 오, 마티!

<블러디 선데이>

마티: 박사님은 하늘나라 가셨잖아요?

박사: 쉿! (옷섶을 활짝 펼치며) 봐라, 방탄조끼 입었잖냐? 지금은 시체31로 활약 중이시다. 나 이참에 발명 때려치우고 엑스트라 알바나 할까 한다.

마티: 안 돼욧! 여긴 뮌헨도 아니잖아요. 대체 저 어린 학생은 왜 군인의 진짜 총에 맞고 쓰러졌삼? 영국이 너무한 거 아니삼? 13명이 죽고 14명이 부상당했삼! 저기 아주머니들 좀 보삼. 17살 난 아들이 죽었다고 엉엉 울고 있삼.

박사: 난 눈물연기가 약한 가봐. 인공눈물이라도 써야지.

마티: 박사님! 저 꼴 좀 보셈. 영국군은 이번 유혈사태가 IRA의 선제공격에 반격한 것뿐이라고 결론지었삼! 영국 장교는 여왕한테 잘했다고 훈장까지 받았삼! 헛, 뒷골 땡겨!

박사: 오늘이 괜히 ‘블러디 선데이(피의 일요일)’겠냐? 결국 이 사건 때문에 IRA가 25년이나 영국에 극단적 대항을 하게 된 거지.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건….

마티: 우리가 잘못된 시간에 왔다는 거 아니삼? 빨리 타임머신 타고 여길 떠나요!

박사: 그래, 알았다. 시간을 조금 뒤로 돌리마. 어금니 꽉 깨물어랏!

(두 사람, 타임머신 타고 사라진다. 눈을 뜬 마티 앞에 머리 벗겨지고 욕심많게 생긴 중년 아저씨가 나타난다)

마티: 앗, 깜딱이야!

닉슨: 이 자식, 너 케네디의 첩자지?

(마티, 주위를 둘러보고서야 그곳이 워싱턴의 닉슨의 선거 사무실이란 걸 알게 된다)

닉슨: 여기 <선데이 월드>를 봐! 5명의 남자가 민주당 후보의 사무실에 무단침입하려다 체포됐다고 나왔잖아.

마티: 제가 안 그랬삼!

닉슨: 젠장! 버터필드, 버터필드!

(버터필드 대신 브라운 박사가 들어온다)

마티: 브라운 박사님?

박사: 오, 마티! 가만있어봐. 닉슨한테 중요한 말이 있다.

닉슨: 대체 보좌관은 어디 갔어?

박사: 저…, 버터필드가 불었답니다. 대통령 집무실 대화 내용이 기록된 비밀 테이프가 있다고.

닉슨: 뭐얏! 이 버터의 들판 같은 자식!

박사: 민주당 의원들이 테이프 공개하라고 야단입니다.

닉슨: 지워버리라고 했잖아. 18분30초 정도만. 문제없지?

박사: 아…, 문제가 없지 않은 건 아니지 않은 것 같은데요.

<닉슨>

닉슨: 야, 임마, 너 내가 가난한 레몬농장의 촌뜨기 변호사 출신이라고 무시하는 거야? 어디 말해보시지. 워터게이트, 카스트로 암살도 다 내가 한 짓이라고!

박사: 한국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란 속담이 있다던데….

닉슨: 그럼 당신이 연기 안 나는 굴뚝도 발명하면 되잖아! 테이프도 지워서 즉시 보고햇!

박사: 옛! 최첨단 고무지우개로 싹싹 지워서 대통령 즉위식까진 대령하겠습니다욧.

(브라운 박사, 마티를 끌고 사무실을 빠져나온다)

마티: 원래 높은 사람한테 비굴하셈?

박사: 야, 다 먹고살자면 별수없는 거야. 닉슨은 뭐 안 그랬겠냐? 그는 자기가 사퇴 안 했으면 베트남 공산화나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도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자부하는 사람이었어. 결국 많은 의혹만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한번 권력의 맛을 본 사람은 다 끝까지 가게 되어 있다고.

마티: 아휴, 박사님! 더럽고 비열한 1972년은 수학의 정석보다 더 지겨우삼! 우리 이제 다른 시간으로 가셈~!

박사: 좋아, 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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