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마티, 브라운 박사와 함께 떠나는 ‘백 투 더 패스트’ [2]
2006-02-07
글 : 권민성

(타임머신,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다. 마티, 자신이 탄 차가 타임머신이 아니라 컨버터블 리무진이란 걸 알고 놀란다. 차 안에는 케네디 대통령, 재클린 여사, 브라운 박사가 함께 타고 있다)

마티: 여기가 어디삼?

박사: 텍사스주 댈러스다. 참고로 난 텍사스 주지사 코날리 역이지. 으하핫!

(마티, 1963년 12월22일자 <선데이 월드>를 활짝 펼친 채 ‘JFK 암살’이란 글자를 보며 깜짝 놀란다)

마티: 엥? 오늘이 케네디 인생 종치는 날이삼?

박사: (신문을 빼앗으며) 욘석아! 지금은 카퍼레이드에나 신경 쓰거랏.

(그때 어디선가 세발의 총성이 탕, 탕, 탕 하고 울린다. 첫 발에 케네디 쓰러지고, 둘째 발에 코날리를 명중시킨다)

박사: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꼴까닥!

마티: (뒷좌석에 뒷통수가 4분의 1이나 날아간 케네디를 바라보며) 존, 존!

재클린: 얘, 넌 언제 봤다고 존이니? 그건 나밖에 못 부르는 호칭이얌~.

마티: 죄송하삼. 그나저나 범인은 오스왈드라죠?

재클린: 신속정확한 게 북경반점의 번개배달부 뺨치겠구나.

마티: 세계 최고의 신문 <선데이 월드> 덕이삼. 근데, 아뢰옵기 황송한데, 사모님은 남편과 빠이빠이 했는데 안 우세요?

재클린: (대본을 주섬주섬 확인하며) 오늘 내 역할이 그러니까….‘울면서 경악한다’로군. (대본을 내려놓고) 아이고, 아이고. 존!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 가서 무좀 난다!

마티: (신문을 뒤적이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상하지 않으삼? 극장에서 경관 살인죄로 잡혔다는 범인 오스왈드요. 자긴 아무도 쏜 적이 없다고 하지 않았다고 하던데? 생각해보면 4초 안에 3발을 연달아 쏘는 게 사격의 달인 아니곤 쉽지 않은 일 아니삼? 더구나 그의 손에서 총 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고, 심지어 이틀 뒤엔 잭 루비라는 술집 주인 총에 맞아 죽지 않았삼?

재클린: 어린 녀석이 현대사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구나.

마티: 케네디 다음으로 대통령이 된 존슨은 대법원 워렌 판사를 위장으로 하는 위원회에서 ‘워렌보고서’를 작성, 이 사건이 오스왈드의 단독범행이라고 결론짓고 이 사건은 공식적으로 끝났다면서요?

재클린: 짐 개리슨 검사 말대로 이 사건은 음모야, 음모! 전쟁은 연간 800억달러의 수익을 미국에 가져다 줬어. 만일 존이 쿠바사태, 베트남전은 물론이고 핵무기에서도, 우주경쟁에서도 손 떼자고 나서면서 반카스트로파와 군산복합체, CIA, FBI 등을 자극하지만 않았어도 그가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야. 나쁜 자식들! 로버트까지 저세상으로 보내다니.

마티: 재조사를 하셈.

재클린: 국회조사위원회 자료는 2029년까진 미공개야. 내가 지하에서 썩어 문드러질 때로군.

(차가 다시 흔들린다. 마티, 정신을 잃었다가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깬다. 브라운 박사가 마티의 몸을 흔들고 있다)

박사: 자, 이 파란 도장을 받아. 이게 있으면 공장에 갈 수 있어.

<쉰들러 리스트>

마티: 여기가 어디삼?

박사: 폴란드의 크라코우. 폴란드계 유대인 쉰들러씨가 운영하는 냄비공장이지.

마티: 그럼 1939년 9월 독일이 폴란드를 2주 만에 격파한 때란 말이삼?

박사: 짜식, 과거여행하더니 철들었구나? 이제 가서 열차를 타거라. 빨리 안 움직이면 나쁜 거트 소령의 총에 맞아 죽을지도 몰라. 듣자 하니, 쉰들러씨가 유대인을 강제수용소에서 구해내 고향으로 데려간단다. 내가 유대인 명단 ‘쉰들러 리스트’에 네 이름도 살짝 끼워뒀다.

마티: 오…, 알러뷰 쏘머치. 땡큐. 근데 명찰은 안 주삼?

박사: 철들었단 얘기 취소다.

(마티, 1,100명의 유대인들의 몸에 밀려 열차에 올라탄다. 그때 쉰들러씨가 소방호스로 더운 열차에 물을 뿌려준다. 열차가 출발한다)

마티: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을 핥으며) 어머, 이런! 센스가 장난 아니셈!

쉰들러: 오늘부로 전쟁은 끝났소! 소련이 동유럽을 자유화시켰소. 난 이제 연합군을 피해 이곳을 떠납니다. 그리고 1949년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떠났다가 1958년 홀로 독일로 돌아와 살다 1974년에 사망, 1993년 스필버그 감독에 의해 영화로 부활하지요. 그럼 안녕!

마티: 뭐 이렇게 속도가 빨라?

박사: 3시간짜리 편집하기가 어디 쉬운 줄 아냐?

마티: 어쨌든 쉰들러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삼. 차 한대 더 팔았으면 유대인 몇 명 더 살릴 수 있단 말에 초감동했삼!

박사: 쉰들러뿐이냐? <쉰들러 리스트>의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가 나온 지 5년 뒤, 유대인 대학살을 공론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로만헤르초크 독일 대통령에게서 민간인에게 수여되는 독일 최고의 명예인 십자훈장을 받았단다. 종군위안부 할머니들한테 사과 한마디 제대로 않는 일본과 정말 비교되지 않니?

마티: Oopsy!

박사: 왜 그러냐?

마티: 쉰들러고, 쉰김치고, 이제 돌아가요! 부모님을 화해시켜드려야 한다는 걸 깜빡했어요.

박사: 그래. 나도 아직 만들어야 할 발명품이 너무나 많구나. 그럼 함께 외치자꾸나. Back to the future!

(타임머신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사라진다. 어디선가 교회의 종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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