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으로 땅 파던 <광복절 특사>부터 손망치로 벽 파던 <쇼생크 탈출>까지 ‘1초라도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어서 그들은 그렇게 숟가락이, 손망치가 마르고 닳도록 교도소 바닥을 파헤쳤나보다. 하지만 그 다음은? 앤디 듀프레인처럼 국경의 남쪽으로 넘어가지 못한 이들은 1988년 대한민국의 지강헌처럼 인질극을 벌이거나, <밴디트><밴디트 퀸??>의 여전사들처럼 목숨을 내놓을 수밖에. 궁지에 몰려 내일을 알 수 없는 이들. 그런 사람들과 누군들 엮이고 싶겠냐만 그중에서 특히 마주치고 싶지 않은 탈주범 베스트5.
<치킨 런>의 자유를 꿈꾸던 닭들을 기억하는가. 감옥 아닌 감옥에 갇혀 언제 닭튀김이 될지 알 수 없는 운명의 닭들. 양계장을 거대 비행정으로 개조해서 탈출에 성공하는데…. 이런 녀석들이 우리집 마당에 불시착이라도 하게 된다면? 삐약삐약 꼬꼬댁거리는 소음에, 조류인플루엔자도 유행이니…. 위생상의 이유로 5위를 차지했다.
4위는 <콘 에어>의 카메론(니콜라스 케이지). 탈옥하고 싶지 않았던 그가 왜 4위냐고? 잘 생각해보면 카메론만큼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캐릭터가 또 있을까. 제대하던 날 더럽게 엮여서 살인을 하게 되고, 모범수로 감형되어 출소하던 날 탈옥사건에 휘말리고…. 그런 사람과 엮이면 나도 어떤 더러운 시추에이션에 엮이게 될지, 상상이 되지 않나?
3위는 <홀리데이>의 지강혁(이성재). 명명백백, 두말이 필요없이, 누가 인질극에 휘말리고 싶을까. 아무리 인질범이 인간적이고 나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2위는 <황혼에서 새벽까지>의 게코 형제(조지 클루니, 쿠엔틴 타란티노). 인질은 인질대로 다 죽이고, 겨우 살아남았다 싶었더니 흡혈귀 소굴에서 밤을 나야 하는 상황?! 성질 더러운 동생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흡혈귀에게 피를 빨리거나, 이들과 마주친다면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이 두장뿐이다.
1위는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안소니 홉킨스). 렉터 박사는 탈주범보다 그냥 희대의 살인마로 더 유명한 인물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렉터 박사도 탈주범이 아니던가. 오늘 저녁 개구리 반찬과 함께 그의 식탁에 오르고 싶지 않다면, 마주치고 싶지 않은 정도를 넘어서 절대 마주치면 안 될 탈주범이 바로 이 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