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의 타이틀 크레딧은 십여년 전 미국영화 직배 반대 집회 장면을 엮은 것이다. 감독의 실제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은 이 영상은 원작과 판이하게 다른 후반부를 예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소설을 쓴 안정효는 이를 ‘의식하지 않고 썼던’ 자신과 ‘의식하고 찍은’ 감독과의 차이로 파악한다. 그것은 과거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원작자와 현재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감독의 접근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감독은 극중의 두 주인공 명길과 병석이 각각 자신의 반쪽을 대변한 인물이라고 말한다. 한쪽은 영화의 꿈과 환상에 빠진 채 평생을 그 속에서 살았고, 다른 한쪽은 냉정한 현실에 맞서면서 단단해져갔던 것이다. 할리우드라는 미몽과 충무로라는 현실. 그래서인지 수많은 미국영화들이 발췌, 인용되었음에도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는 오히려 한국영화의 정체성을 가장 심각하게 고민한 흔적으로 남는다. 그리고 개봉된 지 십년이 훨씬 넘은 이 ‘옛날’ 영화를 보면서, 관객은 ‘지금’ 한국영화판을 옥죄고 있는 문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의 음성해설은 촬영장 뒷얘기보다는 ‘영화 탐식’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감독과 원작자가 시대와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방담에 가깝다. 소설과 영화가 다른 점, 미몽과 현실, 1950년대와 60년대, 아날로그와 디지털로 거침없이 오고 간다. 때문에 다소 난삽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이들의 이야기는 한 시대의 진솔한 기록이며 그중 얼마간은 현재도 의미를 잃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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