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이 오는 3월2일부터 5일까지 수집발굴전을 개최한다. 지난해 12월 중국전영자료관에서 발굴한 미공개 한국영화를 상영하는 행사에서 공개될 작품은 편집기사 출신인 양주남 감독의 연출 데뷔작인 <미몽-죽음의 자장가>(1936), <시집가는 날> <자유결혼>을 연출한 이병일 감독의 데뷔작인 <반도의 봄>(1941), 박기채 감독(<무정>)의 <조선해협> 등 세편이다. 이중에서도 <미몽…>은 영상자료원에서 보존하는 한국영화 중 최고(最古)작으로, 2004년 말 중국전영자료관에서 건네받은 1938년작 <군용열차>의 기록을 2년 앞당긴 셈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지난해 공개됐던 <군용열차> 등 8편의 영화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의 수집발굴전이 한국영화사 아카이브를 10년가량 앞당겼다는 데 큰 의의가 있었다면, 이번에 공개될 영화들은 하나같이 완성도가 뛰어나고 영화적으로 흥미로운 작품들이어서 눈길을 끈다. 20년 뒤에 등장한 <자유부인>보다 파격적인 ‘원조 자유부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미몽…>은, 가정을 버리고 정부를 택한 여자가 정부한테 배반당하는 내용을 다룬다. 급진적인 내용 못지않게 파격적인 편집형식이 돋보인다는 것이 영상자료원 관계자들의 말이다. 일본어 대사로 녹음된 <조선해협>은 형의 뒤를 이어 일본군에 지원하는 남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친일 의혹 우려는 있지만 그 밑에 깔린 신파서사가 흥미롭다. 영화제작자의 사랑, 그리고 영화를 만들기 위한 고군분투를 다룬 <반도의 봄>에는 극중 영화로 <춘향전>이 등장한다. 일제강점기 시대의 영화제작 현장, 극장가 풍경 등 대중문화 전반의 풍속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한편 이러한 영화가 발굴된 것은 그간 영상자료원이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등 동북아시아의 아카이브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 결과이다. 과거에 제작되었다는 기록은 있지만 프린트는 남아 있지 않은 고전 한국영화의 리스트를 전달받은 중국전영자료관이 이를 검색하여 확인해준 것.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영상자료원은, 홍콩 아카이브를 통해 한홍합작이 활발했던 시기의 한국영화 발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