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메종 드 히미코> 등 흥행시킨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
2006-02-23
글 : 권민성
사진 : 이혜정
한국의 MK2를 꿈꾼다

<브로큰 플라워>와 <메종 드 히미코>가 각각 2만, 4만명의 관객을 넘어섰다. ‘단관 개봉, 관객 5천명’이라는 기존 인디영화의 불문율을 시원하게 깬 것. 이 영화들을 배급한 영화사 ‘스폰지’의 대표 조성규 이사는 그 돌풍의 주인공이다. 그는 1997년 영화 잡지 <네가>를 창설했다가 2000년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를 수입·배급하며 본격적으로 이 일에 뛰어들었다.

-인디 영화계쪽에서는 최강으로 이름나 있다. 스폰지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처음부터 감독에 대한 라이브러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일본에서는 어떤 감독 작품은 어떤 영화사가 맡아서 하는 게 관례화되어 있지만, 한국에서는 돈만 되면 다 달라붙는 식이다. 그런 룰을 깨고 특정 감독의 모든 작품을 모아보고 싶었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달라.
=게이 영화들을 많이 하다 보니까 이상한 오해를 받을 때가 있다. (웃음) 일본도 자주 왕래하니까 일본어를 잘하는 줄 알지만 사실은 아니다. 대신 이누도 잇신, 이상일, 기타노 다케시 등 일본 감독들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영화를 선택할 때 우선 순위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감독이다. 빔 벤더스, 기타노 다케시, 라스 폰 트리에 감독 등의 작품은 질이나 개봉 여부와 상관없이 대부분 사들일 계획이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더 차일드> <돈 컴 노킹> <만달레이> 등 경쟁작 21편 가운데 9편을 안정적인 가격으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짐 자무시 감독의 옛날 작품 판권도 7∼8개가량 샀다. 새로운 감독도 많이 발굴하려고 한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콘스탄트 가드너>(3월 개봉예정)가 대표적인 예다.

-올 초부터 시네코아 극장에 인디영화 전용관 ‘스폰지 하우스’를 개관했는데.
=장기 상영작을 위한 최소한의 근거지가 생긴 셈이다. 그동안 자체 극장이 없어 동숭이나 백두대간에 비해 불리했기 때문이다. ‘스폰지 하우스’에서는 한달에 3편씩 상영한다. 현재 <메종 드 히미코> <타임 투 리브> <신성일의 행방불명>이 상영되고 있는데 2주마다 신작 영화로 교체할 것이다.

-개봉영화 중 안타깝게 생각한 영화는.
=2억원을 들여 직접 제작한 윤도현 밴드의 뮤직다큐 <온 더 로드, 투>다. 한달간의 유럽 촬영과 수백개의 테이프들을 편집하는 과정 동안 상당히 재밌었는데 관객이 1천명도 안 들어 황당했다. 한국 독립영화 제작은 더이상 안 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감독의 라이브러리를 확충한 뒤 스폰지를 자체적인 극장망과 제작을 겸하는 프랑스의 MK2 같은 회사로 키우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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