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율.’관람료 수입을 극장과 배급사가 몇 대 몇으로 나눠 갖느냐는 비율을 뜻한다. 한국의 경우 외국 영화는 ‘극장 4, 배급사 6’이며 한국 영화는 ‘극장 5, 배급사 5’로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한국 영화는 배급사가 관람료 수입의 절반을 가져가선, 배급 비용 떼고 제작비 떼고 남는 돈을 투자사와 제작사가 나눠 갖는다. 외국의 경우엔 대다수가 영화마다, 극장마다 부율을 따로 정한다.
한국 영화 배급사가 외국 영화보다 수입을 작게 가져가게 된 건 스크린쿼터와 맞물려 있다. 한국 영화가 관객을 끌지 못하던 80, 90년대에 극장이 스크린쿼터에 따라 손님 안 드는 한국 영화를 상영하는 데 대해 보상해준다는 의미가 있었다. 90년대 후반 한국영화가 급성장하면서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극장이 의무상영일수 이상으로 한국영화를 틀어도 장사가 잘 되기 시작했다. 한국 영화 제작·배급사쪽에서 부율을 높이자는 말을 할 법한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에 또다른 변수가 끼어들었다. 씨제이, 오리온, 롯데 등 대기업 자본이 멀티플렉스를 짓기 시작해 2005년 이들 세 자본이 운영하는 스크린이 전체의 40% 가까이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이들 세 자본은 극장뿐 아니라 한국 영화의 투자·제작·배급도 겸하고 있다. 배급사가 극장업을 겸하면서 지난해 말 <태풍>의 경우처럼 자기 회사가 배급하는 영화를 자기 극장에 오래도록 내걸어 영화의 자유 경쟁을 방해하는 사례들이 빈번해졌다. 이들 대기업 자본은 투자·제작과 극장을 오가며 수익을 올리는 ‘꿩먹고 알먹는’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지난 2일 서로 맞물려 있는 두가지 일이 동시에 벌어졌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영화인회의가 주축이 된 영화산업합리화추진위원회가 세 대기업 멀티플렉스와 서울시극장협회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한국 영화 부율을 외국 영화보다 낮게 하는 건 극장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이자 담합이라는 것이다. 바로 이날 세 대기업 멀티플렉스와 서울시극장협회의 간부들은 문화부장관을 만나 스크린쿼터가 축소돼도 자율적으로 쿼터를 유지하겠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의 방점이 ‘쿼터 자율 준수’보다 ‘쿼터가 축소돼도’에 찍혀있다는 건 극장 간부들도 부인하기 힘들 것 같다. 법이 있을 때도 쿼터를 준수하지 않아 수년간 고발당했는데 법 없이 지킬 수 있을까. 극장 간부들의 말은 쿼터 축소의 용인, 그것도 소극적 용인이 아닌 적극적 용인을 의미한다. 쿼터가 축소돼도 자율 준수할 테니 국민들은 걱정 말라고 말하는 것은 쿼터를 축소하려는 정부를 도와주는 일이기 때문이다.(5일 뒤인 지난 7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쿼터 축소를 의결했다.)
극장만 운영하는 이들은 쿼터 축소를 용인할 수도 있다. 나아가 부율 문제로 제소된 시점에서 정부에게 우리 편 들어달라며 쿼터 축소를 도와주는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 대기업 멀티플렉스는 다르다. 이들 대기업은 한국 영화의 메이저 투자·제작사이기도 하다. 다른 제작자들이 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동안 아무 목소리도 내지 않는 것까지는 몰라도 극장 수익을 지키려고 쿼터 축소를 돕는 건 기회주의적인 양다리 걸치기로 보일 수밖에 없다. 스크린쿼터 반대론자들은 대기업 자본이 한국 영화를 제작하면서 충무로를 버티고 있기 때문에 한국 영화산업은 경쟁력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게 봐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