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돌아보니 일장춘몽이어라
영호충은 무예에 능하긴 하나 술을 좋아하고, 여자를 밝히는 인물이다. 이연걸은 굳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자신과 매우 다른 성품(그는 말 많은 영화계에서 스캔들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지금의 아내가 재혼을 통해 만난 상대임을 공개한 일이 유일한 스캔들이라면 스캔들이다)을 지닌 영호충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영화를 찍는 내내 감독에게 “어떻게 사랑하는 이(의 마음)를 존중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한 여성을 희롱하고, 남몰래 다른 여자의 기분을 맞추다가, 또 다른 이에게 구애하다니요?” 하고 질문을 쏟아냈다. 감독은 “영호충은 뜬구름처럼, 또 방탕아처럼 구속받지 않고 자유로이 행동하는 성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고지식한 이연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바람 잘 날 없는 영화계에서 보낸 26년의 세월은 이연걸로 하여금 영호충을 마음으로 이해하게 했다. 과거의 한 인터뷰에서 했던 “이제 다시 영호충이 된다면 좀 더 진심으로 연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은 이제 이연걸이 강호 안에서 평화를 얻는 법을 비로소 깨달았음을 눈치채게 해준다. 자신 안에서 자유를 찾는 것이야 말로 바람 잘 날 없는 강호(영화계)에서 살아남는 법임을 알게 된 그의 다음 행보는 할리우드에서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자강불식’이라는 성어가 있다. 스스로 노력하는 데 쉼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 세월은 내게 그런 것들을 가르쳐줬다. 힘든 일도 있었지만, 나는 그러면서 생존 방법을 익혔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있으면 어디서든 살아남을 수 있는 것도 배웠다. 영화계란 곳이 그리 호락호락한 곳은 아니지만, 이젠 이곳에서 평화를 찾는 법을 알 것 같다.”
“나는 더 이상 살생하지 않을 거야!” 살생무기로 키워진 대니가 돌연 외친다. 일동 당황. 곧 평정을 되찾은 바트가 그를 달랜다. “피아노 사줄게!” 하지만 대니는 그 자리에서 꿈쩍도 않는다. <더 독>/ 2005년/ 감독 루이스 레테리에/ 주연 이연걸, 모건 프리먼
서정적이고 단아한 얼굴의 이연걸이 표현하는 ‘늑대소년’은 어떤 모습일까. <더 독>이 개봉하기 전 사람들은 궁금증을 감추지 못했다. 시놉시스대로라면, 액션보다 (어눌하고 순수한 늑대소년) 연기에 중점을 둬야 하는데, 그도 (내면)연기를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걱정하고 기대했다. 사실 이연걸은 화려한 외양(무술을 하는)만큼 연기력을 인정받진 못했다. 이연걸의 팬 대부분이 그의 놀라운 몸동작 이외의 것엔 통 관심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액션에 능하면(혹은 마스크가 되면) 연기는 못할 것이라는 편견 탓이기도 하다. 다행히 그는 <더 독>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줘 호평을 얻었다. 하지만 이연걸은 자신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것의 의미를 깨달은 대니와는 달리 무덤덤했다.
“내 영화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당연한 있을 것이다. 아직도 내 영화를 보기 위해 표를 사는 이들이 있는 것은 아직 나를 찾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리는 평가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영화를 만드는 동안 내 진심을 다했다면 분명 누군가는 알아주리라 믿는다.”
곽원갑 선생이 설립한 정무문의 새 관장이 말한다. 일본 여자는 이곳에 들일 수 없다고. 그리고 “진진, 이곳에 남든지 저 여자와 떠나든지 알아서 골라!” 하고 덧붙인다. 진진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달려온 여자를 차마 버릴 수 없다. 그것이 진정한 남자의 도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정무문>/ 1995년/ 감독 진가신/ 주연 이연걸, 나카야마 시노부
복수보다 강한 사람의 힘
진진은 무술로 곽원갑(=이연걸)의 경지에 오르기엔 아직 멀어 보인다. 그는 복수가 과거의 상처를 해결해주리라 믿는 쪽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무문>도 이연걸을 이해하는 텍스트로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 하지만 사랑을 대하는 그의 태도만은, 만삭인 아내를 위해 <와호장룡>의 출연을 고사하던 이연걸의 실제 모습과 매우 닮아 보인다. 정무체조회를 친구에게 맡기고 시골에서 자신만을 기다릴 월화에게 가려던 곽원갑(<무인 곽원갑>)은 말해 무엇하고.
“(<와호장룡>을 포기하는)그런 결정은 별로 어려운 게 아니다. 영화는 30편이든 40편이든 찍을 수 있지만, 아인 아니지 않은가. 사랑하는 여인이 임심했을 때 그 옆에서 보호해주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나는 그녀를 지켜주겠다 약속했고, 남자라면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곽원갑은 자신이 곧 죽을 것을 알지만 대결을 그만두지 못한다. 죽음의 신이 눈앞을 어슬렁거리던 그 순간에도 그는 다나카 아노(나카무라 시도)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지 못한다. 폭력이 폭력을 부르고, 복수가 복수를 부르는 진리를 이젠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무인 곽원갑>/ 2006년/ 감독 우인태/ 주연 이연걸, 나카무리 시도
어린 곽원갑의 패기 넘치는 모습은 <소림사>와 <황비홍>에서 빛을 발하던 이연걸을 떠오르게 한다. 후반부의 따사로운 곽원갑은 <정무문>과 <더 독>의 이연걸과 겹쳐진다. 그가 곽원갑이 바로 자신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무인 곽원갑>이 이연걸에게 매우 특별한 영화임은 이제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제가 이해하는 무술과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개념이 다를 수 있다. 내 생각이 궁금하면 <무인 곽원갑>을 보면 될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무술을 익히고 연기하면서 가진 생각과 느낌을 이 영화에 모두 쏟아 부었다. 내가 앞으로 무술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 영화에서 다 보여줬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계속 영화를 찍을 거다. 영화에서 액션신이 필요하면 이전 같은 무술을 보여줄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연기일 뿐이다. 무술에 대한 내 나름의 철학이 담긴 작품은 <무인 곽원갑>이 마지막이다.”
지식인 가라사대 - 이연걸 관련 황당 질문·답변 베스트5
Q: 이연걸보다 강한 K-1 선수가 있을까요?
A1: K-1 선수들이 이길 겁니다. 우선 중국무술을 배우면 자연스레 급소를 노리게 됩니다. K-1의 규칙은 기본적으로 치명적인 급소는 못 때리는데다, 급소를 때린다 해도 글러브 때문에 데미지가 크게 줄어듭니다.
A2: 저는 최배달, 이연걸, 성룡 팬인데요. 이연걸이 영화 찍을 때 실제 스피드의 2분의 1이나 3분의 1 정도 스피드를 낸다고 하죠. 그런데 K-1은 잘 모르겠군요. 붙어봐야 알지만요.-.-:;
A3: 본야스키가 때리려고 하면 이연걸이 번쩍 날아올라 얼굴을 가격하지 않을까요?Q: 이연걸은 현재 몇 살인가요? 성룡 연배인가요? 한데 왜 이렇게 어려 보이죠?
A1: 이연걸의 생년월일은 1963년 4월26일입니다.
A2: 1963년생 맞음. 연예인이 늙는 거 본 적 있으삼?Q: 이연걸 하고 반달곰 하고 싸우면 누가 이겨요?
A1: 반달곰의 완승. 아무리 격투에 도가 텃다고 해도 절대로 만화 같지 않습니다. 이연걸 올해 나이가 몇 인데요.ㅋ
A2: 곰이 공격해올 때 재빨리 얼굴을 공격하고, 휘청하는 사이 올라타서 마구 때리면 이연걸이 이기지 않을까.-.-::
A3: 이연걸이 고춧가루 스프레이 한방 뿌리면 곰은 그냥 달아나서 사람한테 접근도 잘 못하거덩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