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제78회 오스카 가상 녹화중계 [2]
2006-03-16
글 : 김도훈

남우주연은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여우주연은 리즈 위더스푼

남우주연상 예측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골든글로브(드라마 부문), 전미비평가협회, 전미평론가위원회, LA비평가협회, 시카고비평가협회, 전미방송비평가협회,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 미국영화배우조합상,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타임>, 로저 에버트,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 IMDb 이용자, <버라이어티> 독자, <씨네21> 인터넷 투표 히스 레저 뉴욕비평가협회, <할리우드 리포터> 와킨 피닉스 골든글로브(뮤지컬 코미디 부문)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과 리즈 위더스푼

에니스/ 남우주연상은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이 유력합니다. 호프먼은 거의 모든 시상식에서 주연상을 휩쓸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히스 레저에게 이상하게 마음이 가지만요. 그러고보니 둘 다 게이 캐릭터네요.

잭/ 저는 히스 레저에게 걸겠습니다. 아무래도 인공적인 냄새가 진한 호프먼의 연기에 오스카 위원들이 거북함을 느낄 가능성도 있거든요. 그리고 작품상에는 연기상 하나쯤 딸려가게 마련입니다.

씨네21/ 이런, 트위스트씨의 예상이 나오기가 무섭게, 예상이 틀렸네요.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입니다. “우리 엄마는 네 아이를 홀로 키웠고, 그것만으로도 축하받을 자격이 있다”며 어머니에게 오스카를 바치는군요. 곧바로 이어지는 여우주연상은 리즈 위더스푼과 펠리시티 허프먼의 격돌입니다.

여우주연상 예측

리즈 위더스푼 골든글로브(뮤지컬 코미디 부문), 전미비평가협회, 뉴욕비평가협회, 전미방송평론가협회, 미국영화배우조합상,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타임>, <할리우드 리포터>, 로저 에버트,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 IMDb 이용자, <버라이어티> 독자, <씨네21> 인터넷 투표 펠리시티 허프먼 골든글로브(드라마 부문), 전미평론가위원회, 인디펜던트 스프릿 어워드

에니스/ 리즈 위더스푼이 아무래도 유력합니다.

잭/ 하지만 펠리시티 허프먼의 트랜스젠더 연기는 전통적으로 오스카가 선호하는 역할이지요. <거미여인의 키스>나 <소년은 울지 않는다>의 경우만 보더라도….

에니스/ 하지만 오스카가 TV 출신 여배우에게 이렇게 빨리 상을 안길지는 의문입니다.

잭/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헬렌 헌트는 벌써 잊으셨답니까.

씨네21/ 결국 리즈 위더스푼이 가져갑니다. “한번도 이 자리에 설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며 감격해하는군요. 수상소감이 조금 장황하긴 하네요. 자기도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를 겁니다. 엄마, 아빠. 이런, 마침내 할머니가 수상소감에 등장합니다.

잭/ 수상소감을 듣는 재미로 따지자면 올해는 정말 최악의 해네요. 줄리아 로버츠처럼 환호성이라도 지르거나, 에이드리언 브로디처럼 키스라도 퍼부을 일이지. 다들 예견된 수상인데 홍보담당자가 크게 신경을 못 쓴 모양입니다.

씨네21/ 각색상과 오리지널 각본상은 <브로크백 마운틴>과 <크래쉬>가 사이좋게 나눠 갖고 갑니다. 이렇게 되면 작품상을 쉽게 내다볼 수는 없겠네요. 기술부문과 연기상은 모조리 다른 영화들에 돌아갔으니, 이제 감독상이 작품상의 향방을 결정내릴 듯합니다.

감독상의 리안

잭/ 감독상은 리안이 확실합니다. <폭력의 역사>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에게 상을 수여한 전미비평가협회를 제외하고는 리안이 모든 상을 휩쓸어갔습니다. 미디어들도 하나도 빠짐없이 리안의 수상을 예견했다죠.

씨네21/ 역시, 리안이 감독상을 가져갑니다. “사랑의 위대함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두 인물은 실제로 존재한다”는 말로 영화 속 캐릭터인 잭과 에니스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습니다. 두분의 이름과 같은 것은 기막힌 우연이군요.

잭과 에니스/ ….

씨네21/ 리안이 “대만, 홍콩, 중국인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소감을 마무리하네요. 최근 대만의 천수이볜 총리가 ‘국가통일위’를 폐지하면서 급격하게 나빠진 대만과 중국의 관계를 의식하는 발언으로 들립니다. 리안이 감독상을 수상했으니 당연히 작품상은 <브로크백 마운틴>에 돌아가겠지요.

막판의 대이변-<크래쉬>의 작품상 수상

작품상 예측

<브로크백 마운틴> 골든글로브, 뉴욕비평가협회, LA비평가협회, 전미방송평론가협회,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타임>, <할리우드 리포터>,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 IMDb 이용자, <버라이어티> 독자, <씨네21> 인터넷 투표 <크래쉬> 시카고비평가협회, 로저 에버트 <굿 나잇 앤 굿 럭> 전미평론가위원회 <카포티> 전미비평가협회

씨네21/ 잭 니콜슨이 작품상을 발표합니다. 이런, <크래쉬>! <크래쉬>입니다! 이변이네요. <브로크백 마운틴>팀은 실망한 티가 역력하고, <크래쉬>팀은 환호성을 지르고 있습니다. 제작자인 캐시 슐만은 “미국 역사상 가장 놀랍도록 독립적이고도 숨막히는 순간”이라며 흥분한 채로 수상소감을 발표하고 있네요. 예상대로 심심하게 흘러가던 오스카가 마지막에 반전을 펼치는군요.

잭/ 오스카의 보수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토니 커티스 같은 양반은 이미 “<브로크백 마운틴>을 볼 생각이 전혀 없으며, 나처럼 생각하는 아카데미 회원들도 많다”고 발언한 적이 있습니다. 늙은 호모포비아들 같으니.

에니스/ <브로크백 마운틴>의 수상 좌절을 두고 오스카의 보수성을 공격하는 건 지나치게 편리한 처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스카 위원회는 배우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인들의 집합체입니다. 토니 커티스처럼 영화를 보지도 않은 채 투표한 늙다리 회원들과 모든 영화를 꼼꼼히 챙겨본 젊고 의기양양한 각본가가 똑같이 한표를 행사하는 집단이라는 말입니다. 칸영화제나 베니스영화제처럼 특정한 소수의 심사위원들이 수상작을 선정하는 영화제가 아니라는 걸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오스카에서 특별한 경향이나 정치성을 읽어내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크래쉬>의 제작자 캐시 슐만과 감독 폴 해기스

씨네21/ 지금 막 들어온 소식인데, <브로크백 마운틴>의 작가 다이애나 오새너가 “미국인들은 카우보이가 게이임을 바라지 않는다”고 탄식하고 있다네요. <LA타임스>의 기자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물리치고 작품상을 수상했던 해 이후로 “가장 화나는 일”이라고 말했군요.

에니스/ 하지만 다민족 국가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작고 견고한 영화 <크래쉬>의 수상을 평가절하해서는 곤란한 일입니다. 물론 보수적인 오스카 위원들은 <크래쉬>에 표를 던짐으로써 <브로크백 마운틴>에 대한 죄책감을 덜겠지만, 어쨌든 미국이 당면한 가장 커다란 과제는 아무래도 얽히고설킨 인종문제니까요. 물론 <크래쉬>의 막판 오스카 캠페인이 가히 성공적이었기도 합니다만.

씨네21/ 그럼 교통정리를 해봅시다. <브로크백 마운틴>과 <크래쉬>가 연기상을 제외한 노른자를 갈라서 가져갔습니다. <킹콩>과 <게이샤의 추억>이 기술부문을 휩쓸었고, 연기상은 <카포티> <앙코르> <콘스탄트 가드너> <시리아나>가 찢어서 하나씩 들고 갔네요. 올해처럼 예상된 부문에 상이 골고루 돌아가는 것도 보기 힘든 일입니다.

잭/ 그래서 드라마틱한 순간도 부족하고 긴장감도 가장 떨어지는 해였습니다.

에니스/ 그나저나 트위스트씨의 예상이 맞아떨어진 부문이 거의 없군요. 도박으로 먹고살기는 힘들겠어요.

잭/ 이번 오스카가 끝나면 목장이나 경영하면서 살 계획이었습니다. 델 마씨는 외롭게 트레일러에서 늙어가지 않으려면 도박은 그만두고 저랑 목동이나 하시죠.

에니스/ 저라고 좋아서 이러고 있겠습니까. 한몫 챙기고 나면, 나도 손 씻고 싶다고잉 I wish I knew how to quit this.

내가 사는 곳은 엉망이지만 원래 그런 거야.
이 지랄 같은 곳은 피와 땀과 눈물이 가득해.
이 X같은 곳을 떠나기 전에 한몫 단단히 챙겨둬야 해.
뚜쟁이가 한몫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거든.
매일매일 나는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신께 기도하고 기원해.
뚜쟁이들이 살기에는 너무 힘든 세상이라네(니깟 게 뭘 알겠어).
뚜쟁이들은 집세 구하기도 힘든 세상이라네(니깟 게 뭘 알겠어).
캐딜락에 처넣을 가스비도 벌기 힘든 세상이라네(니깟 게 뭘 알겠어).
<허슬 & 플로>의 ‘It’s Hard Out Here for a Pimp’(최우수 주제곡상)


새로운 진행자 존 스튜어트

불쌍한 존에게 노력상이라도…

오스카 진행자는 잘해봐야 본전이라. 빌리 크리스털이 손사래를 친 이후 오스카 진행을 맡았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혹평 세례에 시달려야 했으니 말이다. 존 스튜어트 역시 지루한 드레스만큼이나 뻣빳하기 그지없는 관중으로 꽤나 속을 썩여야만 했다. ‘비욕-딕 체니 농담’과 러셀 크로 놀리기(“<신데렐라 맨>이 분장상을 받지 못해 실망이 큽니다. 러셀 크로가 마치 격투를 벌인 것처럼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요”) 등 신랄하고 무례한 특유의 유머감각은 발군이었지만, 시상식 관중은 웬일인지 웃음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특히 불법복제에 대해 발언한 오스카 위원장의 연설 직후 스튜어트는 값비싼 옷을 걸친 배우들을 가리키며 “바로 이 사람들이 당신들(불법으로 영화를 복제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뜯기고 있는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따끔한 농을 건넸지만 코닥 극장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이를 두고 <MSNBC>는 “<데일리 쇼> 스타일의 정치적인 농담들이 시상식에 모인 관중에게는 별로 통하지 않았던 것”이라 해석하며 “스튜어트는 존중할 만한 진행을 해냈으나 관중이 그를 사랑한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버라이어티> 역시 “스튜어트는 왠지 몸에 잘 맞지 않은 옷을 걸치고 있는 듯하다”고 평가. <헐리우드 리포터> 홈페이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단하다’가 37%, ‘나쁘지는 않다’가 4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LA타임스>와 로저 에버트는 “그만하면 잘해냈고, 계속해서 진행을 맡을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호평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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