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짐 캐리 주연 <뻔뻔한 딕 & 제인> 첫 공개
2006-03-16
글 : 손주연 (런던 통신원)

짐 캐리, 테아 레오니 주연의 <뻔뻔한 딕 & 제인>(3월 30일 개봉 예정)이 3월 16일 대한극장에서 언론 시사회를 가졌다. 제인 폰다가 주연했던 1977년도 동명영화를 리메이크한 영화로, 지난해 12월 미국 개봉에서 <킹콩>과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 밀려 박스오피스 1위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1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남긴 작품이다.

영화는 IT기업의 홍보담당자 딕(짐 캐리)이 홍보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했다는 소식으로 시작한다. 드디어 회사 고위 임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사실과 엄청난 연봉과 두둑한 보너스까지 챙길 수 있는 실로 대단한 혜택에 딕은 뛸 듯이 기뻐한다. 하지만 누가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라 했던가. 그가 승진하고 첫 출근을 한 바로 그날, 회사가 파산하고 만 것이다. 회장(알렉 볼드윈)은 주식을 챙겨 이미 발을 뺀 상태고, 딕에게 남겨진 것은 순식간에 불어나는 빚더미뿐이다.

<뻔뻔한 딕 & 제인>이 자신의 정체성이 코미디 영화임을 증명하는 순간은 딕이 생계를 위해 멀끔한 양복을 벗으면서부터다. 온갖 잡다한 일들에 뛰어들어, 언제나 황당한 결말을 맞이하는 딕의 모험담은 재미 그 자체다. 짐 캐리가 빛을 발하는 순간도 바로 이 지점이다. 할인마트에 출근했다 치한으로 몰리는가 하면, 아시아 노동자들의 일용직 시장에 갔다가 이민국에 붙잡히는 식의 소동을 이처럼 유쾌하게 그려낼 이로 그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이름이 없다.

하지만 강도로 분장해 ‘별다방’ 커피를 무전취식하고, 편의점에서 푼돈을 털며 즐거워했던 ‘뻔뻔한 딕과 제인’이 ‘착한 딕과 제인’이 되는 순간, 영화는 초반 보여준 여러 장점을 잃어 버린다. 할리우드산 코미디가 수없이 써먹은 뻔하고, 지루한 결말은, 주연배우들의 열연과 상관없이 감동적이지도, 즐겁지도 않은 어정쩡한 또 하나의 코미디 영화를 탄생시킨 꼴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보너스 하나. <뻔뻔한 딕 & 제인>은 2002년 미국에서 일어났던 ‘엔론 스캔들’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미국 7대 기업에 속했던 에너지 그룹 엔론사가 655억 달러라는 세계 최대 규모로 파산함에 따라 엔론사에 적을 두고 있던 수많은 직장인들은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됐고, 미국 경제도 최악의 위기를 경험했다. 영화의 마지막, 딕의 친구가 새로 입사한 회사가 에너지기업 엔론사라는 것은 이를 풍자하는 블랙유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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