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방과 후 옥상> 표절문제, 뜨거운 감자
2006-03-27
글 : 김수경
87년작 <세시의 결투>와 흡사… 제작사는 유사할 뿐 모방은 아니라고 주장
<방과후 옥상>

<방과후 옥상>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인터넷 포털과 <방과후 옥상> 홈페이지를 통해 제기된 논란의 골자는 <방과후 옥상>이 필 조아누 감독의 1987년작 <세시의 결투>와 흡사하다는 것. <세시의 결투>는 학교 문방구에서 일하는 소심한 주인공 제리가 불량스러운 전학생 버디와의 말다툼 뒤 오후 3시에 주차장에서 결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방과후 옥상>에서는 주인공 남궁달이 공문고로 전학온 첫날, 학교에서 싸움을 제일 잘하는 재구와 시비 끝에 옥상에서 오후 4시에 싸우기로 한다. <방과후 옥상>은 3월16일 개봉했고, 20일 오전 몇몇 언론에서 이 사안을 보도하면서 표절 논란은 삽시간에 세간으로 퍼졌다.

처음에는 한정된 시간과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전학생이 싸움을 벌이는 비슷한 설정이 문제가 됐다. 그러나 현재 표절을 주장하는 네티즌들은 “이야기의 장치나 표현의 세부가 비슷한 요소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이를테면 자연다큐멘터리와 시계를 통한 긴장감 조성, 소지품 검사, 담배를 피워 상황을 모면하려는 시도, 돈으로 다른 사람에게 대리전을 시키는 일 등의 이야기 전개나 플롯의 세부가 일치하는 대목이 많다는 것이다. 한 일간지는 <세시의 결투>와 <방과후 옥상>의 열 가지가 넘는 유사점을 나열한 비교 도표를 싣기도 했다.

<방과후 옥상>을 제작한 씨네온엔터테인먼트는 “후반작업 도중에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 20년 전 영화라 힘들게 구해서 봤는데 구조의 유사성은 있지만 문제가 될 소지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영화사쪽은 “<방과후 옥상>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억세게 운이 없고 왕따인 주인공 남궁달의 정체성이다. 학교라는 공간도 저예산 기획영화를 잘 만들어보자는 제작 측면에서 접근한 결과다. 한정된 공간과 시간이라는 설정은 장르영화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방식이다. 대결을 예고하는 전개도 서부극의 기본문법처럼 장르적 장치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방과후 옥상>은 표절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주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고 제작사는 후속편을 기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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