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오다기리 조를 만나다 [2]
2006-03-28
글 : 정재혁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세계에서 제일 첫 번째 팬은 자기 자신”

<스크랩 헤븐>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

<밝은 미래> 이후 니무라 역의 ‘해파리’ 같은 이미지는 <꿈속에> <스크랩 헤븐>과 최근의 <유레루>까지 이어진다. 사회에 ‘독기’를 품고, 현실의 자신과 싸워가는 모습이다. 오다기리 조는 이런 장르의 영화를 음악의 한 장르인 펑크록에 비유한다. “사회에 대한 저항심, 굳이 방황하고 싸우는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느끼고 있는, 그런 정도의 반항심.”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 <스크랩 헤븐> <꿈속에> 등이 이런 카테고리로 묶일 만하다. 그리고 오다기리 조는 비교적 조용한 느낌의 영화 <메종 드 히미코>까지 ‘펑크적’이었다고 말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여러 가지 테마가 가능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게이가 등장하는 영화, 죽어가는 사람과 그를 바라보는 이의 영화, 내가 이 영화에 출연한다면 모처럼 좋은 영화에 나왔다는 소리를 듣겠구나(웃음) 그런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이누도 잇신 감독에게, 영화 속 하루히코 역에 맡겨버린다. “처음엔 <아이다호> 같은 영화를 보며 참고하려 했어요. 그런데 결국 영화는 시나리오에 다 있어요. 역할을 분석하려 하지 않고 제 안의 테마를 가지고 촬영에 임했어요.” 그리고 오다기리 조는 영화에 하루히코의 모습이 아닌 자신의 모습을 담아냈다. 영화 속 하루히코의 지친 표정은 당시 7편의 영화에 출연했던 오다기리 조의 실제 모습 그대로다. 그는 한손엔 하루히코를 그리고 다른 한손엔 ‘오다기리 조’라는 인물을 놓고 촬영에 임했다. “솔직히 ‘오다기리 조’라는 배우가 제 타입이에요. 세계에서 제일 첫 번째 팬은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항상 영화를 할 때 ‘오다기리 조’가 원하는 모습을 먼저 생각해요.” 그는 <메종 드 히미코>에서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밖으로 표출하지 않고 전달한다. 하루히코는 죽어가는 애인 히미코 앞에서 울부짖는 대신 바라보며, ‘호모’라며 물총을 쏴대는 동네 아이들에게도 무표정으로 일관한다. 그의 영화에서 중심이 되는 건 이제 에피소드가 아니라 얼굴 표정과 몸짓이다.

어둠과 밝음의 캐논을 연주하는 배우

<박치기>
<시효경찰>

오다기리 조는 최근 방영된 드라마 <시효경찰>에서 시효가 완료된 사건을 ‘취미’로 수사하는 경찰 역을 맡았다. 언제나 검은 뿔테 안경을 착용하고, 지갑엔 항상 2만엔을 넣어 가지고 다니며, 범인을 찾은 뒤에는 ‘이 사건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습니다’란 카드를 남기는 경찰 키리야마.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준 어둠, 고독함, 저항심은 찾아볼 수 없다. 또 내성적이라는 그의 성격과도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작품들은 오다기리 조 필모그래피 가운데 자주 발견된다. <밝은 미래>와 <피와 뼈> 사이에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이, <박치기!>와 <시노비> 사이에 <메종 드 히미코>가 있는 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의 패턴은 영화 속 캐릭터에서도 나타난다. 어둠 뒤에 숨겨진 밝음, 밝음 뒤에 숨겨진 어둠. <시효경찰>의 키리야마는 줄곧 엉뚱한 태도로 일관하지만, 시효가 완료될 때까지 범인을 잡지 못하는 일본 경찰에 대해 비판하며, <밝은 미래>의 니무라는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어둠 속에서 끝내 희망을 발견한다. 그래서 오다기리 조의 영화는 어둠과 밝음의 조화 속에 있다. 이는 단순히 ‘힘들어도 힘내자’거나 ‘메시지를 전하는 웃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박치기!>에선 저 혼자만 다른 공간에 있는 것 같았어요. 다른 젊은 학생들은 파워풀하며 현실적인 연기를 하는데, 저 혼자 이상한 복장을 하고서도 리얼리티를 지켜야 했어요.” 이는 곧 오다기리 조의 연기 스타일과 맞물린다. 표현하지 않고 연기하는 법, 자신이 내부에 가진 감정들을 숨김으로써 표현해내는 법. 그래서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의 비죠마루는 기이한 복장과 메이크업에도 불구하고 (영화적) 현실감을 지니며, <박치기!>의 사카자키는 우스꽝스러운 히피 복장을 하고 <임진강>을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시효경찰>의 제작진은 오다기리 조의 캐스팅에 대해 “미스터리한 구석이 있지만 웃음과 재능이 있는 키리야마에 딱 어울린다”고 말했다. 코미디에 미스터리를 불어넣을 수 있는 배우라는 의미일 것이다.

오다기리 조, 다른 배우의 꿈이 되다

오다기리 조는 ‘창조적인 사람’이다. <가면 라이더 쿠우가> 때에는 싱글 음반을 발표했으며, 개인적으로는 그림, 글씨 작업도 해오고 있다. 또 감독 지망생이었던 그는 몇편의 연출작도 가지고 있다. 그는 <톱 러너>라는 토크쇼에 출연해 자신이 만든 7분30초의 단편 <퓨어리 인 메소토>를 공개했다. 이 영화에서 오다기리 조는 촬영은 물론 시나리오와 음악을 맡았으며, 그의 친구가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영화는 한 남자가 벌거벗은 채로 계곡에서 계속 춤을 추는 장면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아니, 춤이라기보다는 몸동작에 가깝다. 오다기리 조는 “알몸으로 춤추고 있는 남자가 정말 아름답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그가 좋아한다는 존 카사베츠와 짐 자무시의 영화, 그리고 그의 코미디 작품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다. 물론 이 좌표가 명확하지는 않다. 그의 영화는 자신의 연기가 그렇듯, 희극과 비극의 경계에서 오묘한 똬리를 틀고 있다. 미스터리, 고독, 웃음, 엉뚱함 등의 단어가 마구 뒤섞인 채.

<피와 뼈>
<메종 드 히미코>

오다기리 조는 2005년 ‘일본아카데미상’에서 <피와 뼈>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06년에는 <메종 드 히미코>로 <키네마준보>에서 주는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그는 2005년 한해에만 7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2006년에는 <빅 리버>로 베를린 무대에 섰다(이 작품은 2006년 베를린영화제 포럼부문에 초청됐다). <키네마준보>는 오다기리 조 특집기사에서 그를 ‘90년대 일본 영화계에 이물처럼 나타나, 메이저와 인디를 오가며 활약하고 있는 배우’라고 표현했으며, <시효경찰>에서 함께 연기한 아소 쿠미코는 “그(오다기리 조)의 연기를 직접 볼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꿈을 넘어, 이젠 다른 배우의 꿈이 된 오다기리 조. 그가 만들어낸 빛과 어둠의 세계가 빛나고 있다.

감독들이 말하는 오다기리 조

최양일(<피와 뼈>): 그의 아름다움은 연기가 끝난 직후 2∼3초에 있다. 이 세상이 아닌 곳에 있는 듯한 표정, 허공을 바라보는 모습, 홍조를 띤 볼은 매우 매력적이다.

스즈키 세이준(<오페레타 너구리 저택>): 보통 많은 배우들은 촬영에 들어가면 ‘나의 연기를 보여주겠어’라며 나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오다기리는 이상하게 간섭하지 않는다. 그는 촬영 전체의 분위기를 살피고 거기에 자신의 연기를 맞춰나간다.

소노 시온(<꿈 속에>): 보통 배우들은 자기 자신에서 출발해서 캐릭터에 접근한다. 하지만 오다기리는 바로 캐릭터를 연기해낸다.

사카모토 준지(<이 세상 밖으로 클럽 진주군>): 현장에서 감독의 의도를 전폭적으로 수용한다. 그래서 연출을 세부적으로 지도한 기억이 없다. 그는 자기 자신의 가치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상일(<스크랩 헤븐>): 그는 소수를 위한 작품과 대중을 위한 작품 사이에서 균형을 지키고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라면 위험도 무릅쓰고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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