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개봉하는 <달콤, 살벌한 연인>(손재곤 감독)은 <연애의 목적>이나 <광식이 동생 광태>를 잇는, 개성있고 참신한 로맨틱코미디다. 두 영화보다 유머감각과 독특함은 한 수 위다. 아래층 위층에 살면서 성격도 배경도 정반대인 남녀의 만남은 로맨틱코미디의 공식을 따라가는 것같지만 영화는 여기에 연쇄살인이라는 ‘난데없는’ 요소를 끌어온다. 이 난데없음이 드라마를 억지로 몰고갈 위험이 다분한데 오히려 두 요소가 부닥쳐 내는 불협화음을 이야기의 힘으로, 발칙하고 깜찍한 웃음으로 형질전환시킨다.
소심함의 카리스마= 서른살이 넘도록 연애 한번 못해봤으면서 그 이유를 연애의 상투성에 대한 혐오때문이라고 자위하던 대학강사 황대우. 그러나 뒤늦게 빠진 첫연애에 정신 못차리고 친구에게 “너도 키스할 때 입에다 혀집어넣고 그래? ”라고 속없는 자랑을 한다. 대사보다 지극히 ‘대학강사스럽게’ 말하는 태도가 더 웃긴다. 황대우를 연기한 박용우는 이처럼 영화 내내 어처구니없고 부조화한 상황과 대사를 반듯하고 진지하게 소화한다. 그래서 영화 속 웃음을 증폭시킨다.
“소심한 캐릭터고 미나(최강희)에 비하면 평범하지만 시나리오를 보면서 대우에게 카리스마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멋지거나 광기있는 카리스마가 아니라 소심함의 카리스마죠. <반칙왕>의 송강호 선배 캐릭터처럼요.” 영화를 보면 박용우는 진짜 황대우같은 사람이 아닐까 착각이 든다. 좋은 연기가 언제나 그렇듯 ‘다른 배우가 그 역할을 연기하는 게 떠오르지 않을’ 정도의 맞춤옷같은 연기를 했기 때문이다.
나를 구제한 연애? 연기!= 황대우와 박용우의 공통점은 있다. 연애가 지루하고 무덤덤한 삶에서 황대우를 구제했듯 박용우는 “무덤덤한 삶에서 연기가 나를 구제해줬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이끌어준 길을 아무 생각없이 따라가면서 살았어요. 연기자요? 생각도 못했어요. 공대 교수이신 아버지를 따라 당연히 공대를 준비하다가 삼수하면서 문득 이렇게 사는 내가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거예요. 그래서 갑자기 영화과로 진로를 바꾸게 된거죠. 본래 연출 전공이었는데 다시 무모한 도전을 해본다는 생각으로 탤런트 시험도 본거예요.”
연기를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생각도 없이 “될 때까지”해본다는 생각으로 세 번 탤런트 시험을 쳤고 그 이후에 쉼없이 연기를 했다. “운이 좋은 케이스였는데 결과적으로 불행했죠. 준비 안된 상황에서 큰 기회들이 오니까 놓칠 수는 없는데 능력은 안되고, 괴로웠죠.”
이제야 내 얼굴이 맘에 든다= <혈의 누>에서 비로소 그 존재감을 또렷이 드러내기까지 11년 동안 그는 늘 곁에 있어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 친구처럼 관객 옆에 머물러왔다. 준수하고 무난한 얼굴에 준수하고 무난한 캐릭터가 따라온 이유도 있다. “처음에는 초콜릿처럼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기만 해서 내 얼굴이 싫었어요. 역할도 그런 것만 주문을 받게 되고. 좀 지나니까 아주 잘 생기든지, 아니면 개성이 두드러지든지 이도저도 아닌 얼굴이 불만이었죠. 이제는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 얼굴이라 연기를 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 좋은 마음이 들어요. 일종의 마인드컨트롤인거죠. 하하”
<달콤, 살벌한 연인>이 시사회 뒤 좋은 평을 받으면서 그는 종종 “너무 늦게 떠서 얼굴이 삭아 안됐다. 쯧쯧”류의 네티즌 댓글을 본다고 한다. “걱정 마시라”고 당부한다. “맨날 칭찬 받는 것도 부담스러워요. 한번 칭찬 받으면 두 번 정도는 자연스럽게 작품 안에 묻혀 들어가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