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석 감독 인터뷰
“남성성이란 문제를 어떻게 찍을지 고민했다”
-촬영 중반이 지나서 스탭들과 가편집본을 봤다고 들었다.
=촬영 당일에 편집감이 가장 좋기 때문에 가능하면 촬영한 날 밤에 직접 편집을 한다. 스탭들은 종대, 기수, 요한이 춤추는 장면이나 종대, 정은이 춤추는 장면 같은 낭만적이고 따뜻한 장면들을 좋아하더라. 기수가 요한에게 화내는 장면은 딱 한번 테이크를 갔는데 다들 좋아했다.
-HD 작업의 특징과 장점을 꼽는다면.
=장점은 결정적인 순간이나 찰나의 빛을 잡아야 할 때 카메라를 켜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작단계인 기술이라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쳐 영화를 찍으면서 앞서 간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었고. 올해는 괜찮은 HD영화들이 꽤 나오는, HD영화의 원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마이 제너레이션>에 이어 김병석을 다시 캐스팅했다.
=전반적으로 미니멀한 것을 좋아한다. 감정 표현도 그렇고…. 이번 작품에서는 김병석의 섬세한 표정 변화가 더 잘 표현된 것 같다. 청춘영화를 한편 더 하려고 하는데, 그 작품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
-벌써 다음 영화를 구상하나.
=감독이 달리 무슨 생각을 하겠나. (웃음) 마지막 장면 찍을 장소를 찾다가 길의 이미지가 떠올랐고, 소매치기 형제가 나오는 로드무비를 떠올렸다. 유아인, 김병석이 바로 떠오르더라. 그걸 또 3억원으로 찍어야 하나 하는 딜레마는 있지만. 7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도 생각하고 있다. 베트남전에 참전하셨던 아버지가 서울로 휴가 오실 때면 홍콩에서 비행기 기다리며 잠깐씩 쉬다 오셨는데, 그때 찍은 사진들이 인상 깊었다. 범아시아 대작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웃음) 목 잘린 시체들의 사진을 찍어 고국의 아내에게 한눈팔지 말라고 보낸 남자가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다. 서울로 오는 길에 들른 홍콩에서 1주일 동안 사건에 휘말린다는 내용이다.
-청춘 이야기만큼이나 남자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앞으로 하고 싶어하는 영화들도 그렇지만,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보면 주요 등장인물이 남자라는 설정이나,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는 김 사장이라는 캐릭터, 부패 경찰, 총의 등장과 같은 요소들 때문에 남성성의 문제가 강하게 다가온다.
=늦은 나이에 해병대에 지원 입대했는데, 군대에 있으면서 인간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되더라. 관찰을 하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러다보니 남성성이라는 문제를 직시하는 순간도 생기고. 그런 점을 어떻게 찍을 것인지를 두고 고민했다.
-경험하지 않은 것을 못 찍기 때문에 SF나 공포는 못 찍을 것 같다고 한 적 있는데, 청춘영화를 두편 찍고 세 편째 구상하는 이유는 청춘을 지나왔기 때문이 아니라 여전히 그 시간에 살고 있기 때문인 것 아닌가. 그래서 당신이 청춘을 그리는 방식은 회고적이지 않고 현실적이다.
=그래서 내 삶에 변화가 오면 내 영화에도 변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이 제너레이션>과 이 작품의 차이점은 그동안 내가 변한 부분일 것이다. 동호가 연기하는 것을 보다가 내가 웃는 바람에 NG를 낼 거라는 생각은 예전엔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실제로 내가 웃는 바람에 NG가 났다. 너무 좋은 파트너들을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