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도 남지 않은 월드컵을 앞두고 영화사들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 월드컵의 위력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극명하게 드러난 바 있다. 그해 6월 전국 관객 수가 5월에 비해 44% 정도 줄었던 것. 영화계는 6월9일부터 시작되는 독일월드컵의 경우 개최국이 아닌데다 대부분의 경기가 심야와 새벽에 중계되는 탓에 “2002년만큼 타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대중의 관심을 월드컵에 뺏길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상당수 영화사가 월드컵을 ‘선방한다’는 자세로 임하는 것도 당연하다. 6월1일 <헷지>, 15일 <삼거리 극장>, 22일 <착신아리 파이널>을 개봉하는 CJ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헷지>는 그전주 미국에서 개봉되면 동영상 파일이 유통될 수 있고, <착신아리…>는 한·일 동시개봉일이 잡혀 있으며, <삼거리 극장>은 비교적 저예산이라 개봉을 결정했다”고 설명한다. 쇼박스는 6월 중 <아파트>와 <환생> 등 호러영화 2편을 개봉할 예정이다. 김태성 부장은 “시즌성이 강한 영화들이라 6월을 피해갈 수 없다”고 말한다. 한편, 롯데엔터테인먼트는 6월1일 <모노폴리>를 개봉할 계획이며, 시네마서비스도 6월 중 한국영화 한편을 배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포세이돈> <오멘666> 등이 월드컵 시즌에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월드컵을 적극 활용하는 곳도 있다. 월드컵 열기의 중심부인 6월8일이나 15일 개봉예정인 <강적>은 제목 ‘강적’을 내세워 월드컵과 연계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이정석 과장은 “다른 큰 영화가 없다는 점이 메리트”라고 말한다. 지난해 인천유나이티드의 돌풍을 담은 다큐멘터리 <꿈은 이루어진다>(제작 튜브픽쳐스)나 축구를 소재로 한 전주영화제 개막작 <오프사이드>(수입 스폰지)도 월드컵 기간 중 개봉될 예정이다. 극장 또한 월드컵을 이용하겠다는 계획이다.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체인은 한국 경기를 극장에서 생중계하는 행사를 나란히 준비 중이며, 독일행 티켓을 경품으로 내건 이벤트도 개최한다. 롯데시네마 이동호 부장은 “전체적으로 20% 정도 관객 감소가 예상되지만, 결국 일부 영화는 흥행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