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사이드 Offside
자파르 파나히/이란/2006년/88분/개막작
여성들의 축구장 입장이 금지되어 있는 이란. 한 남장 소녀가 광적인 사내들로 가득한 버스를 타고 국립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다. 그를 알아본 소년은 경기장에 들어가는 것이 위험하다고 몰래 충고하지만 한번 결심한 소녀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다. 축구장 진입을 시도하던 소녀는 결국 군인에게 발각되어 다른 소녀들과 함께 경기장 주위의 임시 울타리 속에 갇히고 만다. 경기장에서는 흥분한 관중의 열광이 들려오고, 소녀들은 군인들의 눈을 피해 어떻게든 울타리를 탈출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는 동안 군인들과 소녀들 사이에는 이상한 동류의식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오프사이드>의 박동하는 힘은 스크린을 궤뚫는 현장성으로부터 기인한다. 감독과 제작진은 실제로 축구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국립 경기장에서 “영화 촬영을 막으려는 정부의 시도를 피해 아마추어 배우들을 데리고” 게릴라처럼 영화를 찍어냈다. 그 결과 흔들리는 카메라로 배우들의 동선을 쫓아다니는 <오프사이드>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긴박한 소동극의 재미를 던진다.
2000년작 <써클>에서 현대 이란여성의 삶을 비관적으로 읊조렸던 파나히가 <오프사이드>를 통해 젊은 이란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인상적이다. 특히 경찰서로 향하던 군인과 소녀들이 군중과 어울려 승리를 축하하는 마지막 장면은 조국에 대한 파나히의 애정 고백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내 영화가 이란에서 상영되지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조국에 머물며 영화를 만들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그래서 <오프사이드>는 이란의 소녀들도 파나히도, 영화와 축구라는 축제를 함께 즐기기 위해 끊임없이 ‘오프사이드’를 넘어갈 것이라는 유쾌한 선언문처럼 여겨진다. 이란이라는 땅덩어리에도 축구를 보고싶어 숨어드는 발칙한 소녀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