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인터뷰] 개막작 <오프사이드>의 자파르 파나히 감독
2006-04-28
글 : 오정연

어린이의 순진무구한 모습을 담은 자파르 파나히의 데뷔작 <하얀 풍선>에는 키아로스타미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 있었다. 이후 그는 사회의 모순을 정직하게 바라보거나(<순환> <붉은 황금>) 아이를 주인공으로 다큐와 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거울>)을 선보이며 출발지점으로부터 끊임없이 멀어지고 깊어지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개막작으로 초청된 <오프사이드>는 이란과 바레인의 월드컵 예선전이 벌어지는 동안, 금녀의 장소인 축구경기장에 들어가려는 소녀들의 고군분투를 다룬다. 사소한 취향이 경직된 편견과 부딪히는 현장을 유머러스하게 그리면서 평범한 축구광인 이란인의 모습을 담는 그 화법이 친근하고도 새롭다.

-당신의 영화 중 이란에서 개봉한 영화는 <하얀 풍선> 하나 뿐이라던데.
=그렇다. <순환>과 <붉은 황금>은 검열을 통과할 수 없었다. <순환>은 영화의 마지막에 여자가 자동차를 타고 떠난 뒤 감옥에 들어가는 장면을 포함해서 18분을 잘라야 했다. 하지만 그 장면이 빠지면 이란 여성들의 삶이 제약과 차별의 순환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걸 보여줄 수 없다. 이란 정부는 자국 여성들이 그렇게 차별받는다는 것을 외국에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란의 검열은 어떻게 진행되나.
=시나리오가 검열을 통과해야 제작에 들어갈 수 있다. 완성된 영화는 검열 이후 상영허가를 받는다. 그래서 아예 다른 시나리오나 미완성 시나리오를 검열용으로 제출해서 만들었다.

-이번 영화는 대중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고 월드컵도 있으니 개봉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러고 싶지만 아직 허가를 못 받았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전혀 다른 시나리오에 스탭의 이름을 도용해서 제출했는데, 그게 들통나서 상영자격을 박탈 당했다. 하지만 <오프사이드는>는 앞으로 20개국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한국과 영국은 월드컵 기간 동안 개봉한다고 들었다.

-실제 경기장에서 게릴라 촬영을 했다는데, 이란이 이기지 않았다면 영화는 어떻게 끝났을까.
=그건 지금도 모르겠다. 그저 한 무리의 소녀들이 축구 경기장에 들어가려고 하다가 제지를 당하고 어딘가에 감금된다는 것까지만 생각하고 시작했다. 이란이 졌다면 군인들이 소녀들을 경찰서로 보낸다는 식의 좀 더 무거운 결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란이 이김으로써 이란인들이 다른 모든 세계인들처럼 축구를 즐기는 유쾌한 사람임을 보여줄 수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에 흐르는 노래의 가사는 60년 전에 쓰여진 유명한 시다. 그전까지 이란을 찬양하는 시들은 왕이나 이슬람이라는 종교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것은 정치나 종교를 초월해서 이란인의 단결을 다룬다. 이 영화의 결말은 축구 경기가 만든 셈이다.

-여자들이 축구장에 입장할 수 없다는 것이 법률에 명시되어 있나.
=이슬람 혁명 이후 생긴 법이다. 얼마 전 대통령이 그 법률을 없애겠다고 발표를 했지만 많은 성직자들이 여기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 그런 법들이 불합리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사실 축구장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은 이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수많은 금지 중 아주 사소한 것에 불과하다.

-여성의 삶 전체(<서클>)나 계급문제(<붉은 황금>)에 비해 <오프사이드>의 소재는 소박하다.
=그처럼 아주 작은 자유마저 제한된 이들을 통해 그들이 갖지 못한 더욱 큰 자유를 보여줄 수 있다. 여러나라가 겨루는 월드컵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 소녀들이 세계의 소녀들과 자유롭게 경쟁하고 어울릴 수 있기를 바란다.

-<거울>의 첫장면에선 한국과 이란의 축구경기 중계가 계속해서 흘러나오더라. 개인적으로도 축구를 좋아하나.
=대학교 때까지 아마추어 축구선수였다. <거울>의 그 경기는 이란이 6:0으로 한국을 이겨서 화제가 됐다.(웃음) 하지만 한국이 지난 월드컵에서 보여준 경기는 정말 훌륭했다. 독일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과 이란 두 팀 모두에게 행운이 있길 바란다.

사진 소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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