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일상의 수렁 안에 빠진 9명의 여인들, <나인 라이브스>
2006-04-29

나인 라이브스 Nine Lives
로드리고 가르시아/ 미국/ 2005년/ 114분/ 시네마스케이프

<나인 라이브스>는 제목 그대로 9개의 삶을 담은 영화다. 만일 당신이 이 영화를 만든 로드리고 가르시아 감독의 작품 <그녀를 보기만해도 알수있는것>을 봤다면, 그것이 여성들의 삶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LA 인근에 사는 여성 9명의 삶을 차례로 보여주는 이 영화의 첫인상은 집요함이다. ‘산드라’, ‘홀리’ 등의 부제가 붙은 9개의 에피소드는 각각 한개의 컷으로만 구성된다. 그러니까 영화 전체가 9컷으로만 이뤄져 있다는 얘기. 인물들의 움직임을 끈질기게, 그리고 끊임없이 쫓는 스테디캠은 주인공의 행동보다는 내면을 향한다. 감옥 생활의 유일한 낙인 딸과의 면회가 잘 안되자 분통을 터뜨리는 산드라, 과거에 사귀던 남자를 마트에서 만나면서 마음이 흔들리는 다이아나, 양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집을 찾은 홀리, 친구 앞에서 내밀한 삶의 이야기를 폭로하는 남편에게 분노하는 소니아, 장애인 아버지와 정신적으로 피로한 어머니 사이에서 씩씩한 삶을 꾸려가는 사만다, 전 남편 부인의 장례식장에서 전 남편의 거센 성적 욕망과 만나는 로나, 외갓남자와 모텔을 찾아 성적 욕구를 해결하려는 사만다의 엄마 루스, 유방 수술을 받으러 병원에 와서 극도의 불안을 보이는 카밀, 딸 아이와 어느 무덤가를 찾아와 울컥하는 슬픔을 느끼는 매기 등, <나인 라이브스>의 여인들은 일상의 수렁 안에 빠져있다. 하지만 그들이 처해있는 난관이란 스크린 밖 관객들이 늘상 겪는 종류의 그것이다. 9명의 여인들은 간혹 다른 에피소드에 조연으로 등장하지만, 모두가 자기 인생에서는 주연이듯 서로 깊이 얽히지는 않는다. 콜럼비아의 문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아들이기도 한 가르시아 감독은 캐시 베이커, 글렌 클로즈, 홀리 헌터, 로빈 라이트 펜 등 호화스런 여배우들을 내세워 여성들의 창백한 내면을 지극히 섬세하게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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