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포럼] <마사지사>의 브릴란테 멘도자 감독, 관객과 대화
2006-05-04

필리핀 마닐라의 한 마사지 업소, 미소년 마사지사들은 오직 남자 손님만을 대상으로 마사지와 각종 성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TV 광고 제작자 출신의 브릴란테 멘도자 감독이 8일 동안 찍은 장편 데뷔작 <마사지사> 관객과의 대화가 3일 오후 6시 30분 메가박스 4관에서 열렸다. 진행을 맡은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이 작품이 로카르노영화제 비디오 경쟁부문에서 수상했으며 로마영화제를 비롯한 많은 영화제에 초청받았다고 소개했다.

마사지 업소와 동성간의 성행위 등 민감한 소재에 대해 자국인 필리핀 내에서의 반응은 어땠냐는 질문에 대해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고 말문을 연 멘도자 감독은 이어 “왜냐하면 이 영화가 로카르노에서 수상하고 토론토 영화제에서 상영된 이후에 필리핀에서 개봉했기 때문에 필리핀 관객들이 영화에 대해 ‘세뇌’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만약 수상 후가 아니었다면 다른 반응이 나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유머러스한 대답을 덧붙였다. 주인공 아버지의 죽음과 장례식을 마사지 업소의 서비스 장면과 교차시켜 보여준 것은 삶과 죽음의 평행, 그리고 의무라는 주제를 나타낸 것이라고. 감독은 밀착된 육체들을 차갑고 건조한 디지털 카메라로 바라본 시선에 걸맞게 “마사지사인 주인공과 단골 손님인 소설가 사이의 감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주인공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하고, 손님은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가려 했을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통역을 맡은 이현정씨가 직접 “주위 필리핀 친구들 가운데 아버지와 아들 사이가 애증관계인 경우가 많은데, 특히 필리핀에서 그런 일이 많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던지자 감독은 “필리핀에서는 아들이 아버지에 비해 어머니와 훨씬 가까운데, 주인공은 아버지와 오래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리고 그가 아버지의 유품에서 나온 종이를 보고 나서야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는 것처럼 필리핀의 아버지들은 애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다” 고 설명했다. 또한 감독은 주인공, 그의 어머니, 소설가를 제외하고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사람은 실제 마사지사를 비롯한 비전문배우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영화가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으로 객석에 잠시 웃음이 번지기도 했으나 멘도자 감독은 단호하게 “그것은 이 작품이 정직했기 때문이다”라는 현답을 들려줌으로써 박수를 받았다.

<마사지사> 이후 이미 두 작품을 완성했다는 멘도자 감독은 “하나는 서로 아주 다른 세 자매와 그들 아버지간의 이야기이며 다른 하나는 비디오 영화로 필리핀 내의 소수민족과 선거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글 최지은, 사진 장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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