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류승완, 정두홍의 <짝패> 첫 선 (+전문가 100자평)
2006-05-08
글 : 문석
<짝패>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무술감독이 직접 주연까지 맡은 <짝패>가 5월8일 첫 시사를 가졌다. 류승완 감독의 다섯번째 장편영화 <짝패>는 주연급 조연 연기를 한 이범수를 제외하면 스타급 연기자 없이 연출자와 무술감독이 몸소 거친 액션 연기를 펼친다는 점만으로도 화제를 모아왔다. <짝패>의 배경은 충남 온성이라는 가상의 도시. 이 영화에서 이 공간은 매우 중요하다. 영문 제목 ‘City Of Violence’에서 떠오르는 바처럼 이곳에 사는 이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타락했으며, 이 세계는 법과 질서보다는 폭력이 지배하고 있다. 이야기는 친구 왕재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태수(정두홍)가 온성으로 내려오면서 시작된다. 서울에서 형사로 활약하는 태수는 왕재의 죽음 뒤에 무언가 검은 음모가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뒤를 캔다. 그는 어릴 적부터 함께 지내온 동생 석환(류승완)과 함께 어두운 그림자 속을 헤치며 위험한 수사를 진행하고, 그 배후에 고교 시절부터 함께 지내온 친구 필호(이범수)가 있음을 알게 된다. 관광특구 지정과 카지노 설립이라는 분위기에 취해 타락의 길을 걷고 있는 이 도시는 과연 구원받을 수 있을까.

<짝패>의 볼거리는 단연 화려한 액션이다. <피도 눈물도 없이>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정두홍 특유의 화끈한 액션 뿐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무예를 닦아온 류승완 감독의 액션도 볼만하다. 이 영화의 공동제작 파트너인 서울액션스쿨 소속 무술연기자 60여명이 펼치는 박진감 넘치는 다종다양한 액션 또한 눈을 즐겁게 한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광으로서 취향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 영화 안에는 스파게티 웨스턴에서부터 장철 감독의 홍콩 무협영화, 성룡과 샘 페킨파의 영화, 그리고 필름누아르와 하드보일드 세계까지 섭렵돼 있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담았으면서도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류승완만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지가 엿보인다. 액션영화를 추구하면서도 이 영화는 과도한 비장미나 쓸데없는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 그것은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충청도 사투리가 이런 닭살스러움을 제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충청도 누아르’ 또는 ‘중부권 하드보일드’의 백미는 사우나에서 살수라는 캐릭터가 상대방을 협박하는 장면일 것이다. 25억원의 비교적 저예산으로 만든 영화지만, <짝패>는 외양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나 류승완 감독의 전작을 뛰어넘는 구석을 갖고 있다.

<짝패> 100자평

'액션 활극'이라 이름 붙인 장르의 목적은 분명하다. 바로 무구한 몸의 향연을 통해 호쾌함을 누리는 것 아니겠는가. <짝패>는 그러한 목적에 충실할 뿐 아니라, 코미디적 흐름도 유려하고 드라마적 구성도 비교적 탄탄하다. 은근한 충청도 사투리의 말맛이 한껏 느껴지는 대사빨과 이범수, 류승완, 정두홍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빚어내는 색다른 폭력의 미학도 산뜻하다. 스타일이 지극히 '영화적'인 것에 반해, 줄거리는 상당히 '현실적'이란 것도 재미의 한몫을 거든다. (이런 영화를 보고 한미 FTA에 관한 풍자를 읽는다면 이는 물론 '과잉'일테지만, 그만큼 줄거리가 나름 현실적이라는 것!) 마지막 류승완의 표정이야말로 압권이다. 영화가 표방하는 정서의 모든 것을 드러낸다고나 할까. 심각한 척 겉멋이 없고 비장한 양 무게를 잡지 않는것이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 황진미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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