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기상천외한 불량경찰 시상식 [1]
2006-05-15
글 : 권민성

‘국민과 함께하는 국민의 경찰’이라는 경찰청의 표어는 그저 표어일 뿐인가? 최근 영화계는 <사생결단>의 악랄한 형사 도 경장, <공필두>의 특채 형사 공필두, <크래쉬>의 인종차별 감각이 남다른 백인 형사 라이언 등 불량 경찰이 뜨고 있다. 그래서 뽑아봤다. 이른바 ‘불량 경찰 선발대회’. 7개 부문에서 1:1의 무난한 경쟁률을 뚫고 불량 경찰에 당첨(?)된 이들의 수상 배경을 공개한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이 한목소리로 외친 수상 소감은 이러했다고. “우리 제발 경찰 하게 해주세요!” 믿거나, 말거나. (스포일러 있습니다)

깝스부터 공필두까지 불량 경찰 Worst 7 & 수상소감

1. 열혈폭력상 - <공공의 적>의 강철중

대한민국 대표 불량 경찰 강철중(설경구)님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특채 경사로서 화려하게 데뷔, 5년 전 도둑놈한테 칼 맞아 아내가 세상을 뜬 이후, 두딸과 노모와 함께 살지만 통장 잔고 270원에, 집에는 거의 들어가지 못하는 찌질한 생활을 연명하고 계십니다. 올해 12년 경력의 강력반 경장으로 현재 경찰계 내부에선 ‘꼴통’으로 통하시죠. 이분의 말버릇은 “형이 돈이 없다고 그래서 패고, 말 안 듣는다고 그래서 패고, 어떤 새끼는 얼굴이 기분 나뻐 그래서 패고… 그렇게 형한테 맞은 애들이 4열 종대 앉아 번호로 연병장 두 바퀴다”, 요거죠. (성대모사 하실 분은 설경구식 무호흡법으로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한때 쓰셨다는 사직서의 ‘死표’란 글자가 강 경장님 최대의 블랙유머로 인구에 회자되죠.

무엇보다 강 경장님의 인생을 역전시킨 최대 사건은 뭐니뭐니해도 ‘조규환, 양친 살인사건’이죠. 잘나가는 펀드 매니저인 조규환(이성재) 이사가 아버지와 돈 다툼을 벌이다 아버지는 물론 어머니까지 함께 살해한 사건 말입니다. 사건의 시작은 ‘비 오는 날의 응가 해프닝’으로 올라가죠. 응가를 누다가 조규환과 부딪쳐 넘어진 강 형사님은 조규환의 칼에 얼굴을 맞아 30바늘이나 꿰매십니다. 용의자 조규환을 팼다가 밉보여 교통과에 내려가서 딱지 떼는 일도 하셨지만, 결국 해내셨죠. 바로 시체부검실에서 조규환 어머니 목에 걸린 손톱을 발견, 타고난 순발력으로 조규환의 깨진 손톱를 연상한 것 말입니다. 결정적 증거를 들고 조규환을 찾아가 죽지 않을 정도로 팬 다음 얼굴에 하얀 마약을 뿌린 건 하나의 전설이 되었죠. 그럼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어서 강철중 형사님의 수상소감을 들어보시죠.

강철중: “형사는 니미, 형님이라고 불러. 내가 상 탔다고 나한테 시비 거는 새끼, 난 경찰서 안 데려가. 죽여. 주먹질하면 주먹으로, 연장질하면 연장으로 죽여. 죽고 싶으면 지금 당장 굴다리로 와라.”

2. 우격다짐상 - <미스터 소크라테스>의 구동혁

이번 수상 후보는 양아치 중의 양아치님이십니다. 아버지 대부터 ‘빵’ 생활을 전전하신 뼈대 있는 가문의 큰 아드님이시죠. 주인공인 구동혁(김래원)님은 원래 날건달로 아는 친구의 전화를 받습니다. 친구라고 하나 있는 게 사람을 죽였으니 같이 시체를 옮기자고 했다고 하죠. 보통 이러면 의리다, 뭐다 해서 눈감아줍니다. 근데 구동혁님은 112에 전화 걸어 ‘범인이 현장에 있으니 빨랑 오세용’하고 신고하셨죠.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 구동혁님의 뒤통수를 가격했고 깨어보니 깍두기들이 사방에 문신으로 병풍을 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중 한명이 <공공의 적>에서 강철중 형사님을 악질적으로 괴롭힌 전과가 있는 범표(강신일)선생이셨죠. 자신을 감금한 범표한테 날건달 구동혁님이 가만있었겠습니까. “사회 나가서 나 조심해라. 니 머리통을 부숴버릴테니까!”하며 선생을 협박했지만, 머리통 부숴질 뻔한 건 정작 본인이셨죠. 범표의 가혹한 교육방침에 구동혁님은 교실 문을 부수고 도망가기도 하셨습니다. 물고문, 망치로 무릎 가격에 이어 귀까지 깨물리신 이후로는 그저 얌전히 고등학교 검정고시부터 경찰시험까지 무사통과했는데 이게 웬걸 교통순경이 되십니다. 그래서 범표 일당은 작전을 짭니다. 탈옥범 한놈을 잡아 은행에서 연기하게 한 거죠. 탈옥범이 “구동혁이 있는 한 우리 사회에 범죄란 없다!”하고 외친 뒤로 우리의 구동혁 순경, 아니 경찰은 여차여차해서 강력계 형사까지 되었단 거 아니겠습니까. 어쨌든 그는 선배 신 반장(이종혁)과 함께 짱가파와 동춘이파의 조직원 100명을 상대로 벌이는 100:2의 액션을 보여주십니다. 나중에 양아치 동생을 (폭력을 사용하긴 했어도) 어쨌든 경찰로 만드시는 데 일조하셨답니다. 그럼 구동혁님의 수상소감을 들어보죠.

구동혁: “양아치도 형사도 사람을 팰 수 있는 직업이지만, 이왕에 팰 거 아버지처럼 ‘빵’에는 가지 말자고 생각해 형사가 됐습니다. 어쨌든 지켜야 할 법은 지킵시다. 소크라테스 아저씨도 그랬잖아요, 악법도 법이라고.”

3. 짜고 치는 고스톱상 - <깝스>의 야곱, 베니

이번에는 <마지막 늑대>의 두 콤비를 아깝게 차점 탈락시킨 분들을 모셔봅니다. 바로 스웨덴의 평화로운 마을 호그보트로스크의 야곱(파레스 파레스), 베니(토켈 페터손) 경찰이십니다. 쉽게 말해 경찰계의 ‘덤 앤 더머’ 커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닌 말로, 경찰은 범죄 때문에 먹고사는 직업 아니겠습니까. 근데 10년 간 이 마을엔 한건의 범죄도 없더란 말입니다. 경찰서 직원들이 마을 노인들과 포커 치고 순찰차로 드라이브하는 게 취미니까 말 다했죠. 그러던 어느 날 범죄율이 너무 낮아 3개월 안에 경찰서가 폐쇄된다는 상부의 지령이 떨어지고 맙니다. 어떡하겠습니까. 범죄를 일으키면 되지~롱! 일단 야곱이 사고를 칩니다. 동네 백수에게 맥주 두병과 낚싯대를 줄 테니 가게를 털라고 부탁한 겁니다. 게다가 동네방네 낙서하기, 공포탄 쏴서 시민들 겁주기, 멀쩡한 차 유리창 깨부수기 등으로 마을을 위협합니다. 한데 뜨개질과 영화 보면서 007 작전식으로 고양이에게 밥 주기가 취미인 경찰 베니가 야곱의 작당에 걸려들었습니다. 갱이 움직인 거라고 착각한 거죠. 하지만 이내 이런 사건들이 사건 실적을 올리려는 야곱의 수작임을 알고는 이 모험에 끼어듭니다. 멀쩡한 가게에 불 지른 뒤 마피아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총격전이 있었다고 진술한 뒤 멀쩡한 숲의 나무에 총을 쏘아 완벽한 증거물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통나무집에서 인질사건이 발생합니다. 특수기동대까지 불렀지만 이번엔 베니가 꾸며낸 짓이죠. 집 안으로 들어간 야곱이 인질처럼 꾸미고 베니와 함께 나온 뒤 뒤따르는 기동대와 차 추격전을 벌입니다. 하지만 차가 전복하고 이들은 서로 수갑을 찬 채 숲속을 달렸습니다. 하지만 그 위급한 순간에 ‘스웨덴의 강철중’ 베니는 응가가 마렵다고 합니다. 그는 숲 한가운데에서 응가를 누는 것으로도 모자라, 야곱에게 노래까지 불러달라고 했다가 결국 체포됐다고 합니다. 지금은 피자가게를 열어 새로운 삶을 개척하신 수상자들을 자리로 모셔봅니다.

야곱 & 베니: “한땐 경찰복과 순찰차가 인생의 전부인 줄만 알았죠. 지금은 ‘경찰 피자’가 잘 돼서 기분이 좋습니다. ‘POLIS(경찰)’ 대신 ‘PIZZA(피자)’란 딱지가 붙은 차를 운전하는 것도 즐겁고요. 잘 나가는 피자요? ‘다이하드’랑 ‘람보’죠. 피자는 역시 반죽이 생명이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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