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엄정화 주연 휴먼드라마 <호로비츠를 위하여> 공개
2006-05-11
글 : 이영진

재능 없는 피아노 선생과 결핍 많은 천재 학생이 음악을 통해 서로를 감싸안는 휴먼드라마 <호로비츠를 위하여>가 5월9일 대한극장에서 공개됐다. 얼마전 콘서트 형식의 독특한 제작보고회를 열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이 영화는 시사 직후 기대 이상의 감동을 받았다는 호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제작사인 싸이더스FNH는 기자시사 반응에 고무되어 2만2천명의 일반관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려던 대규모 시사회를 2만8천명까지 늘려 ‘입소문’을 기대하고 있다.

음대를 졸업했지만 다른 친구들에 비해 성공하지 못한 지수(엄정화)는 변두리에 피아노 학원을 차린다. 코흘리개 학원생들은 받지 않고 전공자만 제자로 받아들이겠다는 그녀의 고집도 잠깐. 월세도 제대로 못내는 상황이 되자 별 수 없다.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호로비츠를 꿈꾸지만 자신의 재능없음에 절망해 온 지수. 피아노를 가르쳐달라며 추근대는 피자가게 노총각 광호(박용우)와 실랑이를 하며 별볼일 없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그녀에게 반전의 기회가 찾아든다. 지수는 이사온 첫 날 메트로놈을 훔쳐가고, 애써 붙여놓은 학원 전단지를 모조리 떼어버린 사고뭉치 경민(신의재)이 절대음감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 고물을 줍는 할머니와 함께 어렵게 살아가는 경민이 피아노를 만져보기라도 했을까. 지수는 경민을 제2의 호로비츠로 만들기 위해 갖은 애를 쓰게 되지만 어찌된 일인지 경민은 첫 콩쿨 대회에서 건반 한번 눌러보지 못하고 쓰러진다.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익숙한 설정을 버무린 영화지만 그 결과는 진부하지 않다. 재능을 발견한 선생과 꿈을 이루기 위한 제자가 만난다는 설정에서 <빌리 엘리어트>가 연상되는 것을 비롯해 <시네마천국><선생 김봉두><집으로>까지 줄줄이 떠오르지만,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감정을 가득 실은 클래식 선율 아래 이야기를 솜씨좋게 녹여낸다. 누구에게나 특별한 재능이 있고, 누구에게나 말못할 결핍이 있으며, 뭣보다 애정이 있어야만 삶이 보이고, 음악이 들린다는 평범한 소통의 진리를 영화는 지수와 경민의 엇갈리는 관계를 통해 억지스럽지 않게 보여준다.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지만 제4의 주인공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호로비츠를 인물들간의 관계를 끈끈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접합 장치로 사용한 것도 흥미롭다. 지수에게 호로비츠는 절대로 근접할 수 없는 선망의 대상이고, 경민에게는 아직 알지 못하지만 언젠가 꿈이 될 존재이다. 또 지수를 흠모하는 피자가게 광호에게 호로비츠는 삼각관계의 연적이기도 하다. 이런 인물들의 관계를 매개하는 호로비츠는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클래식 선율들에 의해 또 한명의 주인공처럼 되살아난다.

제작진이 1년 동안 전국의 피아노 학원을 뒤지다시피 해 발견했다는 피아노 신동 신의재의 연기 또한 볼만하다. 엄정화, 박용우의 안정감 있는 연기도 돋보이지만, 기존 아역배우들의 능청스런 연기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신의재의 생동감 있는 감정이 영화 전체에 활력을 더한다. 이병우 음악감독의 음악을 비롯해 촬영, 편집 등 후반작업까지 세공을 거듭한 노력의 흔적이 역력하다. 각종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클래식 스타 반열에 오른 김정원의 실연을 볼 수 있다는 점은 보너스. 5월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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