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콘스탄틴이 알려주는 악마 본능과 퇴치법 [1]
2006-05-24
글 : 권민성

당신은 ‘악마’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엑소시스트> <악마의 씨> <오멘> 속의 악마? 하지만 악마가 흉측한 피부와 가지런하지 못한 치열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건 오해요, 편견이다. 영화 <카포티> <모노폴리>에는 겉은 선하지만, 속은 악마적 본능이 살아 있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이렇듯 인간의 내면에는 이중성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런 특성이 강해지면 다중인격 장애로 발전하기도 한다. <콘스탄틴>의 존 콘스탄틴(키아누 리브스)이 영화 속 주인공들의 악마적 본능에 대해 강의한다. ‘있다, 없다’ 자가 테스트를 통한 내 안의 악마 본능 및 퇴마법을 알아본다.

<내 안의 악마 본능> - O X 자가 테스트

1. 나는 살의(殺意)를 느껴본 적이 있다.
2. 누군가를 저주하거나 복수한 적이 있다.
3. 습관적으로 악플을 다는 취미가 있다.
4. 동물이나 식물을 보면 죽이거나 밟고 싶었던 적이 있다.
5. 조울증이 심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6. 스토킹을 해본 적이 있다.
7.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습관이 있다.
8. 영화 속 주인공이 칼이나 총에 맞아 죽는 것을 보고 쾌감을 느낀 적이 있다.
9. 머릿속에 666이란 숫자가 있는지 찾아본 적이 있다.
10. 착한 사람을 보고 역겹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8개 이상의 항목에서 ‘있다’를 선택한 사람은 아래 글을 필독할지어다. 당신 속에는 이미 악마가 꿈틀거리고 있을지도…)

내 이름은 콘스탄틴. 모든 건 신의 계획 아래 있다. 난 두번이나 죽고서야 그걸 깨달았다. 혼혈 천사와 혼혈 악마가 존재하는 세상, 그들을 구분할 수 있는 내 능력을 저주해 자살을 시도했다 실패했다. 15살 때부터 담배를 피워 일찍 죽었고 살상을 많이 해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성경에서 말하듯, 신의 뜻은 인간이 알 수 없는 것. 마음에 안 들어도, 받아들일 수밖에. 다시 태어난 나는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악령을 지옥으로 내쫓았다. 그래야만 지옥행이 분명한 내 운명을 뒤바꿔 천국으로 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음은 내가 만난 악령들과 만난 소감을 적은 기록의 일부다.

case 1: 분열형 인격장애

<반지의 제왕>의 골룸 & 스미골

처음 골룸을 만났을 때 나는 움찔했다. 툭 튀어나온 눈과 몹시 불규칙한 치열, 몇올 남지 않은 머리, 더러운 팬티 한장만 걸치고 있는 패션 센스, 그리고 영양실조로 보이는 앙상하고 구부정한 몸. 그의 외모만 놓고 보아도 골룸은 ‘미스터 데블’감이었다. 게다가 스미골로 변했을 때의 그 가식적이고 불쌍한 표정이라니. “골룸, 골룸!” 하고 기침을 해댈 때는 발로 한대 차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한때 호빗인 스미골이었지만, 반지 때문에 친구까지 죽이고 반지를 독차지했다. 김중배의 다이아몬드보다 더 소중한 반지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그는 안개의 산 깊은 곳 고블린 동굴에서 날생선만 먹으며 500년간 혼자 살았다. 하지만 반지는 웅녀 같은 골룸을 버렸고 골룸은 ‘My Precious!’를 다시 되찾기 위해 반지원정대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녔다. 프로도 일당한테 걸려 맞아 죽을 뻔했던 골룸은 프로도에게 비굴한 모습을 보이며 잠시 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러나 반지에게 지배당한 프로도가 반지를 끼자 그는 프로도의 손가락을 이빨로 잘라 손에 넣고 저 혼자 좋아서 발광하다가 반지와 함께 운명의 산 분화구 속에 빠져 죽고 말았다.

사실 골룸의 악마성은 분열형 인격 장애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그가 자신의 악마성을 다스리려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하지 않은 게 안타깝다. 악마가 되지 않기 위해선 끝없는 자기 관리가 중요하거늘, 쯧쯧. 587살의 나이로 인한 노인성 치매는 그렇다고 치자. 날생선을 조금만 줄였어도 비타민 B12 결핍으로 모난 성격은 덜했을 것이다. 대신 우유를 많이 마셨더라면 철분 부족으로 인한 과대망상증과 탈모증, 고갑상선 혈증으로 인한 신경질적인 성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악의에 찬 행동이나 신경과민, 편집증, 대인 관계 장애를 탈피할 순 없었겠지만, 적어도 콧구멍만한 반지 하나 때문에 평생 악마처럼 살아갈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콘스탄틴의 퇴마 tip: 내 안의 악마 본능은 탐욕에서 시작된다. 반지나 뇌물 따위에 약해지지 말자.

case 2: 악마의 혼령이 씌인 경우

<샤이닝>의 잭

겨울, 폭설, 미로 정원, 호텔, 살인 사건…. 밀실살인의 조건으로 완벽한 마이애미의 오브룩 호텔에 한 가족이 들어왔다. 호텔 관리자 겸 소설가인 잭과 아내, 아들 대니 그리고 보조 출연한 수많은 엑스트라 악령들이 그 주인공. 나는 잭을 만나기 전에 대니를 먼저 만나보았다. 대니는 핏물이 솟구치는 복도에서 하늘빛 원피스를 입은 쌍둥이 소녀를 자주 만났다고 한다. 그 아이는 237호에 갔다가 욕조 속의 미친 여자에게 목이 졸린 이후, ‘레드럼!’(REDRUM) 하고 외치고 다녔다. 나는 거울에 비친 글자 ‘MURDER’를 본 이후, 아이에게서 수상한 악마적 징후를 느끼고 즉시 그의 어머니를 면담했다. 그녀는 유난히 눈이 퀭하고 공포에 잔뜩 질린 듯한 표정을 지닌 깡마른 여자였다. 그녀는 남편이 대니를 학대한다고 주장하며 그의 원고에는 오직 ‘일만 하고 놀지도 못하던 잭은 멍청해져버렸다’는 글자들만 타이핑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잭을 하루빨리 만나지 않을 수 없었다. 치켜 올라간 눈썹, 사악한 표정과 간사해 보이는 입술. 그는 확실히 뭔가에 홀린 눈빛이었다. 그는 있지도 않은 바텐더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전직 살인자인 찰스 그래디와도 조우했다. 그래디는 예전에 그 호텔에서 가족을 살해한 뒤 자살한 남자였다. 잭은 처음엔 그래디의 존재를 의심하는 듯했지만 점점 그래디를 닮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소설을 집필하는 자신을 아내가 방해한다고 생각했고 아들을 미워했다. 결국 도망치는 아내와 아들을 쫓아 도끼를 들고 돌아다니던 그는 끝내 눈 쌓인 미로 정원의 눈 속에 파묻혀 죽고 말았다.

잭은 악마의 혼령에 씌인 전형적인 사례였다. 살인자의 영혼은 죽은 뒤에도 타인의 몸에 들어가 살인을 계속한다. 그것이 그의 본능이고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잭은 자신이 타이핑한 글씨처럼 그야말로 일만하다가 악마와 거래하고 말았고 결국 멍청하게 죽고 말았던 것이다.

콘스탄틴의 퇴마 tip: 밀실 살인 사건이 일어날 법한 호텔에는 가지 마라. 과거에 살인 사건이 일어났거나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들린다면 최악이다. 호텔에서 생명을 건 게임을 하는 것도 금지다. 악령은 어디에나 있다. 무궁화 다섯개짜리 호텔도 예외는 아니다. 생전 ‘빵’을 들락거리며 별 5개 단 악령이 당신의 방문을 노크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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