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콘스탄틴이 알려주는 악마 본능과 퇴치법 [2]
2006-05-24
글 : 권민성

case 3: 키워진 악마

<카포티>의 카포티

카포티는 좀 특수한 경우였다. 그 역시 <샤이닝>의 잭처럼 소설가였다. 하지만 카포티의 악마성은 잭처럼 외부로 드러난 광기와는 달랐다. 카포티는 약간 어눌하고 가녀린 목소리를 지녔으며 뭔가에 억눌린 사람처럼 보였다. 예쁘게 빗어넘긴 머리와 뿔테 안경은 지적인 사람처럼 보였지만, 사실 줄곧 이상한 말투로 인해 쭉 이상한 시선을 받으며 살았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1959년 카포티는 캔자스에서 일어난 한 살인 사건에 주목한다. 그는 살해당한 가족의 관을 열어본 뒤 “처참한 걸 보면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그에게 어떤 트라우마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살인 용의자 페리 스미스와 각별한 우정을 쌓아나가면서 논픽션 소설 <인 콜드 블러드>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그는 사회가 페리를 극악무도한 자로 몰지 않도록 노력했고 실제로 그의 변호사를 구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선행은 어쩌면 그의 악마적 본성을 가리기 위한 속임수에 불과했늕지도 모른다. 그는 페리가 살인을 한 그날의 일을 듣기 위해서 그와 4년간 교우했다. 그동안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에 의해 감금당해 친척들의 손에 키워졌다는 말 못할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아픈 경험은 그의 내부에 악마의 싹을 심어주었고 ‘냉혈한’ 페리를 만나면서 그는 그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페리는 카포티를 전적으로 신뢰했지만 카포티 자신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책 제목이 ‘냉혈한’이라는 사실도 숨긴 채 페리를 책을 쓰기 위한 수단으로 철저히 이용했다. 그는 4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페리가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받자 책의 결론을 낼 수 없어 당황해한다. 그는 새 변호사를 구해달라는 페리의 부탁을 거절했고 페리는 사형대에 오른다. 페리의 사형 장면을 목격한 카포티는 페리를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심한 죄책감을 느꼈다. 카포티는 <인 콜드 블러드>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그 이후로 책을 내지 못했다.

카포티는 타고난 악마가 아니라 키워진 악마였다. 죄책감을 느낀다면 인간이지 악마는 아니다. 그의 마지막 미완성작에 나왔듯, ‘응답을 못 받은 기도보다 받은 기도에 더 많은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건 오직 인간만이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카포티 안에 들어있는 이중성을 통해 우리의 이기심과 악마성을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특별히 악마 같은 사람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어떤 인간에게 탐욕이 일말이라도 존재한다면 그 탐욕에 빌붙어 무섭게 커버리고 마는 것이 바로 악마의 습성이다.

콘스탄틴의 퇴마 tip: 누구든 악마와 함께 있으면 악마를 닮게 마련이다. 주변을 둘러보라. 가장 친한 친구를 의심하라. 당신은 악마에게 길들여지고 있진 않은가? 당신 주변의 사람들에게서 악마의 눈빛이 보인다면 재빨리 인연을 끊어라. 인연을 끊을 수 없다면 일촌이라도 끊을지어다.

case 4: 욕망이 악마 본능을 발달시킨 경우

<아메리칸 사이코>의 패트릭

패트릭은 근육 강화 운동과 팩, 마사지에 집착하는 전형적인 여피족으로 보였다. 팩을 떼어내는 모습을 볼 때 마치 그가 가면을 한 꺼풀 벗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제와 보면 단순한 착각만은 아니었다. 그는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에서 흘러나오는 여자의 괴성을 들으면서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이상한 취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살인범의 이름은 거의 다 외우고 있었고 자신의 고급 시계를 누가 만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결벽증도 있었다. 그의 세련된 옷장 속에는 피투성이의 여자 시체 두구가 옷처럼 걸려 있고 찬장 속에는 도끼, 전기톱 등 살인 공구가, 냉장고에는 여자의 머리가 잘린 채 들어 있었다. 그는 친구들 앞에선 평등주의자, 평화주의자인 척했지만, 사실 엄청난 마초이자 바람둥이였다. 애인이 있음에도 여자친구를 두었고 종종 창녀들을 불러 포스트모던하다 해도 좋을 만큼 난해한 트리플 섹스를 즐기는 것은 예사였다. 그는 또 ‘꽁한’ 구석이 있어서 자신보다 더 좋은 명함을 가진 사람을 보면 참지 못했다. 그런 조건을 가진 폴 알렌은 패트릭을 다른 동료와 자주 헷갈리는 바람에 도끼에 맞아 죽었다. 그는 피가 튀지 않게 레인코트를 입고 음악을 튼 채 살해하는 낭만성(?)을 지녔으며 종종 “피를 향한 욕망이 들끓는다”거나 “살인에 취미가 생겼어”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는 죄없는 노숙자를 칼로 찔렀고 창녀의 등에 전기톱을 꽂음으로써 언행일치(?)에 성공했다. 개, 경찰, 할머니, 수위 할 것 없이 그의 눈에 띄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의 손에 죽어갔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가 살인을 솔직히 털어놓았을 때 그의 변호사는 그의 말을 농담으로 알아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모든 것을 밝힌 그 시점에서도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주변은 위선과 교만으로 가득 차 있어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제 진짜 살인은 저지를지도 모른다. 욕망의 끝을 보기 위해”라고 했던 그의 마지막 말은 잊을 수가 없다. 그는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쓴 악마 그 자체였다.

콘스탄틴의 퇴마 tip: 패트릭은 살인 동기를 ‘분노’라고 설명했으나 사실은 ‘욕망’에 가깝다. 그는 세상에 분노해서 살인을 저질렀다기보다는 살인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재확인하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찬 사람이다. 그는 세상과 격리해야만 한다. 혹시 그의 악마 본능을 가둘 만한 시설이 없다면 내게 데려 오는 게 좋을 것이다. 내가 그를 지옥으로 보내버릴 테니까.

case 5: 악마의 정당성을 과신하는 경우

<시계 태엽 오렌지>의 알렉스

오른쪽 눈에만 붙인 검은 속눈썹과 까만 모자, 하얀 유니폼, 롱부츠의 알렉스는 반항적인 청소년의 모습이었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일어날 수 있는 잠깐의 일탈???? 따라 들어간 집에서 그들은 주인집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성폭행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집에 들어온 그날, 알렉스의 선생님이 찾아와 말했다. “좋은 집, 훌륭한 부모와 선생님까지 계시는데… 대체 네 독엔 악마가 들어 있니?” 그는 고양이들과 함께 사는 할머니 집에 가서 할머니를 폭행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결국 그는 친구들의 배신으로 감화원에 들어가 ‘루드비커법’에 의한 새로운 훈육법을 받게 된다. 전깃줄이 달린 이상한 모자를 쓰고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를 하루 2번씩, 2주 동안 보게 된 것이다. 그는 영화를 보면서 폭력에 대해 죄악과 증오를 느끼고 앞으로는 선한 사람이 될 것을 굳게 맹세한다. 그는 치료 뒤 친구와 노숙자 패거리에게 두들겨 맞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베토벤 9번 교향곡도 들을 수 없는 상태에 빠져 건물에서 뛰어내렸지만 구조된다. 그는 “나는 이제 정상으로 돌아왔어!”라고 주장하지만 그의 상상 속에서 그는 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여인과 격렬한 섹스를 하고 있었다.

알렉스를 보면 과연 기술로 ‘악마’에 가까운 사람을 선하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 기술이 치료이든, 세뇌교육이든 상관없다. 알렉스는 고문에 굴복하고 세뇌교육에 의해 자신이 감화되었다고 믿을 뿐이다. “선함이란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지,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없다”는 말은 성악설을 지지하는 근거로 들린다. 알렉스는 변하지 않았다.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그의 말은 오히려 악마성이 조금도 사그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역설한다. 왜냐하면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것은 퇴마사의 일이지, 악마가 판단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악마는 악마 나름의 정당성을 갖고 있을 것이다. 악마는 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악마로서의 정당성을 과신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콘스탄틴의 퇴마 tip: 알렉스에게 필요한 건 약을 탄 우유나 좋은 교과서가 아니다. 성수와 십자가와 한장의 거울이다. 그의 내부에 존재하는 악마는 이미 키워질 대로 키워졌다. 나는 거울을 통해 악마를 퇴치하는 법을 알고 있다. 악령이 깃든 인간을 침대에 눕히고 그 위에 거울을 매단 뒤 거울 속에서 악마가 튀어나오려 할 때 창밖으로 거울을 던져버리는 것이다. 거울이 깨질 때 악령도 물러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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