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고향에서 청하는 청춘과의 화해, <귀향>
2006-07-25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귀향>은 나 자신의 근본으로 회귀하는 영화다. 이 영화는 어떤 의미에서 나 자신과의 화해를 구하는 것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내 청춘과의 화해였다. 나의 젊은 시절을 정리한 것이다. 또한, 이 영화는 죽음에 대한 시선을 그리고 있기도 하다”고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올해 칸영화제에서 밝혔다. <나쁜 교육> 이후 만들어진 알모도바르의 신작 또는 스스로 회귀에 관한 이야기라고 표명한 영화 <귀향>은 어린 시절을 라만차에서 보낸 알모도바르의 경험과 그의 독특한 영화적 구성이 결합되어 완성된 영화다.

라이문다(페넬로페 크루즈)와 그녀의 언니 솔레는 부모가 화재로 세상을 뜬 뒤 고향인 라만차에서 떨어져나왔고, 오랫동안 마드리드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라이문다에게는 쓸모라고는 없는 고주망태 남편과 사춘기에 접어든 어린 딸이 있고, 솔레는 남편과 이혼한 뒤 혼자 불법 미용실을 운영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라이문다는 언니 솔레에게서 고향에 있는 이모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그러나 솔레와 같이 그곳에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아버지의 폭행을 견디다 못한 딸이 아버지(라이문다의 남편)를 죽이는 사건이 방금 벌어졌고, 라이문다는 딸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넋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반면, 동생을 남겨두고 홀로 고향을 방문하게 된 언니 솔레에게도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 이웃들은 솔레의 어머니가 유령이 되어 출몰한다고 말을 전하는데, 마침내 솔레는 여행길을 마치고 돌아온 차 트렁크 안에서 어머니의 음성을 듣는다. 그렇게 트렁크에서 나온 어머니의 혼령과 솔레는 한집에서 다시 살아간다.

삼대에 걸친 이 이야기를 <귀향>은 죽음과 모정을 매개로 하여 펼쳐낸다. 전작 <나쁜 교육>에서 알모도바르가 영화 속에 심어놓은 영화적 모티브가 ‘방문’이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이번에 그 방문의 목적지를 고향집으로 돌린다는 것은 더 흥미롭게 느껴질 일이다. 어머니와 딸과 그리고 그 딸의 딸까지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알모도바르가 말한 “청춘과의 화해”가 어떤 접점으로 담겨 있는지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사진제공 스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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