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파리] 북한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2006-08-03
글 : 차민철 (파리 통신원)
영·북 합작 다큐멘터리 <크로싱 더 라인> 들고 ‘파리 시네마’ 찾은 대니얼 고든
대니얼 고든

대니얼 고든은 영국의 다큐멘터리스트로 국내에는 2003년 데뷔작인 <천리마 축구단>(The Game of Their Lives, 2002)으로 알려져 있다. 이 영화는 세계 최초로 북한에서 촬영된 장편다큐멘터리인데, 고든은 이 영화의 촬영을 위해 4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북한에서의 촬영허가를 취득한 뒤 9개월간의 촬영을 마치고 <천리마 축구단>을 완성한다. 이 영화의 성공으로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게 된 그는 2003년 최대 규모의 매스게임을 준비하는 두명의 여중생과 그의 가족을 다룬 두 번째 다큐멘터리 <어떤 나라>( A State of Mind, 2004)를 만든다. 평양국제영화제에서의 수상을 비롯하여 트라이베카, 암스테르담, 멜버른, 시드니, 싱가포르, 부산영화제 등의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은 고든이 올 여름 또 하나의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를 가지고 ‘파리 시네마’를 찾았다.

2006년 7월 ‘파리 시네마’의 한국영화 섹션 중 다큐멘터리 파노라마(Panorama Documentaire)를 통해 소개된 고든의 새 영화는 <크로싱 더 라인>(Crossing the Line)으로, 1960년대 초 비무장지대를 넘어 월북한 4명의 미군 병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4명 중 2명은 사망했고 생존해 있는 2명 중 찰스 젱킨스는 2004년 탈북해 현재 미국에 살고 있으며 다른 한명인 제임스 드레스넉은 평양에 남아 있는 상태다. 이 영화를 위해 고든은 미국과 북한을 오가며 젱킨스와 드레스넉을 만나 월북 미군들의 북한 생활을 카메라에 신중하게 담아낸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천리마 축구단>과 <어떤 나라>가 영국 단독 제작인 데 비해 <크로싱 더 라인>은 영국과 북한이 공동제작한 것이란 점이다. 고든은 첫 영화를 위해 북한 정부로부터 촬영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았지만, 무려 20여 차례의 북한 방문을 통해 정치적 관점을 배제하고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담겠다는 신뢰를 주어 결국 허가를 받아냈고, 세 번째 영화를 만드는 데에는 북한이 공동제작까지 하게 된 것이다.

국제사회의 돌연변이로 인식되고 있는 북한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외국인으로서 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어온 대니얼 고든은 “국제정세도 중요하고 정치상황도 중요하겠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진솔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만 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대니얼 고든의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 3편은 올해 12월 파리에서 열리는 ‘2006 한-불영상제’의 특별 섹션을 통해 다시 한번 관객을 찾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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