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강렬한 흑백의 누아르 세계, <씬 시티>
2006-08-09
글 : 이다혜

“그저 술과 개 같은 싸움의 연속일 뿐인 삶이라 해도 죽음보다는 낫다. 아니, 난 영웅이 아니다. 뭐라 해도 그건 변함없다. 그저 골디를 쉽게 잊지 못하리라는 걸 알고 있을 뿐이다. … 목소리와 맛을 느낄 거고, 그녀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건 나뿐이었음을 평생 잊지 못할 거다.” 이미 영화화되어 개봉된 <씬 시티>의 원작 코믹스 <씬 시티>가 국내 출간되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기시감을 넘어 코믹스와 똑같은 영화장면들이 선명한 총소리, 거리의 소음과 함께 머릿속에 공명한다. 1권 <하드 굿바이>는 지옥같이 더운 밤, 하룻밤을 같이 지낸 아름다운 여인 골디가 죽어 있는 모습을 발견한 마빈의 이야기다. 마빈은 골디의 복수를 위해 거리로 나서고, 악의 사슬 꼭대기에 로크 추기경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희거나 검은 바탕에 거친 펜터치로 그려진 남자들이 주먹을 주고받거나 총알을 난사하면 사람들이 입이나 몸에서 검은색 피를 흘리며 죽어간다. 지나칠 정도로 굴곡이 선명한 몸매를 한 여자들은 무대 위에서 춤을 추거나, 길거리에서 몸을 팔거나, 직접 총을 들고 트렌치코트를 입은 남자들을 상대한다. 거리에서 통용되는 유일한 규율은 폭력이고, 복수를 위해 목숨을 건 남자들이 죄악으로 가득한 도시를 메우고 있다. 프랭크 밀러의 <씬 시티>는 누아르적인, 대단히 누아르적인 세계를 흑백으로 표현한 강렬한 이미지들과 남성적이면서 시적인 대사들과 독백으로 표현했다.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씬 시티>를 있는 그대로, 만화의 컷을 영화의 컷으로 그대로 옮겨서 (가능하면) 한치도 다르지 않게 영화로 만들고자 했던 것은 만화의 흥건한 땀냄새와 피냄새를 고스란히 살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코믹스 <씬 시티>는 프랭크 밀러를 공동감독으로 해서 원작의 펜터치를 그대로 옮기고 싶어했던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결정이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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