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물의 장르적 재미를 즐기는 관객이라면, 인질극, 총격전, 침투작전 등 기대하던 모든 장면을 원 없이 볼 수 있다. 그러나 <무간도> 류의 '심오한 형사물'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자칫 지루할 수도 있고, 형사물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관객이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아, 피곤한데~'를 연발할 지경. 영화는 기존 형사물보다 화력과 스케일이 늘어난 데다 촬영이 훌륭해서 '때깔'이 상당히 좋다. 게다가 섹시함과 기묘한 로멘스까지 들어있으니, 더 바랄게 무엇이랴. 그러나 줄거리는 단조로와서, 가령 선악이 뒤집힌다든지, 믿었던 인물이 배신을 '때린다'든지, 주인공이 갈수록 혼란과 회의에 빠진다든지 하는 내적 긴장은 약하다. 회의를 사랑으로 대치한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이런 장르에 사랑이 어울리진 않지만, 배우들의 섹시함이 상식을 상쇄한다. 관객이 영화를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역시 자신의 기호이다.-황진미/영화평론가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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