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만 감독은 오랜 세월 ‘갑빠’를 숭앙하여, 이 시대 갑빠의 올곧은 ‘道’를 찾고자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온, 아메리칸 네오 갑빠의 선두주자다. 한데 그냥 갑빠면 갑빠지, ‘네오’ 갑빠라 함은 또 무엇인가. 이는 그의 최고의 히트작 <히트>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개념으로, 실베스터 형님, 장 클로드 형님 또는 돌프 형님 등 근육적(즉 물질적) 관점에서의 갑빠를 보유한 배우에만 의존해왔던 기존 힘자랑 무비들과는 달리, 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 등 그닥 근육적이지 못한 연세의 큰형님들을 과감히 기용, 당대 최고 수준의 박진감을 선보임으로써, 진정한 갑빠의 세계는 물질이 아닌 정신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웠던 <히트> 등의 영화들을, 기존 힘자랑 무비들과 구별하기 위해, 필자 홀로 사용하고 있는 개념이다.
그러나 <콜래트럴>까지, 나름대로 팽팽하면서도 세련된 갑빠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던 그 역시, <마이애미 바이스>를 리메이크함에 있어 결국 ‘공허한 갑빠의 오류’를 범하고 마니, 나름 갑빠 무비 애호가임을 자처하는 필자로서는 그 원인을 짚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마이애미 바이스>는 흥행을 위한 각종 종합 요소들은 거의 다 보유하고 있다. 최근 가장 잘나간다고 볼 수 있는 팽팽한 남자배우가 흑백으로 한명씩, 그리고 쿵후질이나 공중부양을 일삼지 않고 정상적으로 걸어다니는 동양계 여성 한명이 주연을 해주고 있다. 또, 총, 슈퍼카, 섹스, 마약, 고속보트, 하드록 등등 미국 애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은 물론이요, <히트>부터 익히 보아왔던, 종군기자 기록필름을 방불케 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실감 총격전 장면 또한 어김없이 나와주고 있다. 그런데 어찌하여 당 영화는 그 어떠한 감흥도 주지 못했던 것인가.
물론 영화의 두 남성주인공들이 스크린 가득 내내 흘리고 다니는 고독한 승냥이적 눈빛이, ‘함정수사를 하는 아메리칸 마약 단속 경찰’이라는 기득권 냄새 펑펑 나는 그들의 직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그 원인 중 하나로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원인은, 당 영화가 이미 90년대에조차 진부했던 레퍼토리인 ‘마약과의 전쟁’을 주요 컨셉으로 전면에 내밀고 있다는 점이라 사료된다. 보자. 바야흐로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지금은 미국이, 자신들 맘에 안 드는 애들을 조지기 위해 ‘마약 수출 근거지’ 따위의 핑계를 주워 섬기는 조잡한 짓을 하는 대신, ‘왠지 쟤가 테러국가일 거 같아요’라는 한마디만을 던지며 그냥 화끈하게 들이받아버리는 시대가 아닌가. 바로 이러한 ‘나쁜놈 설정에서의 시대착오’야말로, <마이애미 바이스>의 리메이크가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아, 이렇게, 아메리카 네오 갑빠의 거목 마이클 만 역시 이전의 힘자랑 무비들이 걸었던 전철을 다시 밟아가는 것인가. 그렇게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