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린 비글로 감독과 제프 크로넨웨스 촬영감독은 영화의 흐름과는 관계없이 러시아와 잠수함이라는 낯선 두 공간에 적응했던 과정으로 음성해설의 도입부를 채운다. 그들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의 촬영 4개월 전부터 러시아로 건너가 생존자들을 만나고 촬영장소를 점검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재단의 첫 장편실사영화로서 이미 풍부하게 축적된 관련 자료가 있었지만, 비글로와 크로넨웨스에게 ‘마치 달 착륙 같았던’ 러시아행이 전해준 정서적 영향은 완성된 작품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 이후 그들이 실제 제작과정에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폐소공포증을 일으키는 잠수함 내부의 재현과 그들과 전혀 다른 세상, 즉 냉전시대의 러시아 군대를 살았던 인간 군상의 묘사였다. 특히 크로넨웨스는 실제 잠수함과 똑같이 좁아터진 세트에서 카메라와 조명의 동선을 매 순간 고민해야 했다는 것을 가장 어려웠던 경험으로 꼽는다. 내부가 너무 좁아서 스탭들이 계속 카메라에 잡히자, 그는 스탭들에게 아예 군복을 입혀 선원 역의 다른 배우들과 뒤섞어버리는 묘안을 쓰기도 했다. 원자로 장면에서 방사능에 의한 특유의 푸른빛을 표현하기 위해 토닉 워터를 조명에 활용한 아이디어도 꽤 재미있다. 토닉 워터 속의 퀴닌이라는 성분이 자외선 조명에 의해 푸르게 빛나는 성질을 활용했는데, 거의 실제와 같은 효과를 냈다고. 또한, 비글로와 크로넨웨스가 여행 도중 만났던 러시아 경찰들이 순직한 동료들을 위해 기념비 앞에 보드카와 빵을 바치게 했던 일화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대로 재현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회고들이 빼곡하게 채워진 음성해설은 마치 오디오북 같다. 러시아로의 출발부터 잠수함을 거쳐 마지막 장면까지 이어지는 그들의 이야기는 기나긴 여정을 담은 기행문 그 자체다.
씨네21
검색관련 영화
최신기사
-
[culture stage] 메리 스튜어트_Marry Said What She Said
-
[오수경의 TVIEW] Mr. 플랑크톤
-
여기 여기, 정보 담아가세요!, 노인, 장애인 관객이 알아두면 좋을 영화 활동
-
극장 에티켓은 극장에 가야 배울 수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전용 관람이 필요한 이유
-
[인터뷰] 당신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 <눈이 보이지 않는 시라토리 씨, 예술을 보러 가다> 출연자 시라토리 겐지 감독 미요시 다이스케, 가와우치 아리오
-
극장은 평등하지 않다 장애인, 노인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본 오늘의 영화관
-
[특집] 환영합니다, 한명도 빠짐없이 극장에 입장하세요! - 노인, 장애인 관객이 말하는 영화관 이용의 어려움과 앞으로의 극장에 필요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