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삶의 진실을 전하는 묵직한 영화, <상어>
2006-10-15
글 : 문석

상어 A Shark
김동현/한국/2005/109분/한국영화의 오늘

한 여름날 우연히 자그마한 상어를 잡은 어부 영철은 친구 준구가 살고 있는 대구로 향한다. 어촌마을을 나서는 명분은 친구에게 상어를 보여준다는 것이지만, 대도시를 향하는 그의 마음 속에는 다른 꿍꿍이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카드판에 매달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는 준구는 대구에 도착한 영철의 연락을 무시한다. 준구의 외면 속에서 찜통같은 도시를 헤매던 영철은 교도소에서 출소했지만 가족들이 살고있는 집을 찾지 못해 떠돌고 있는 유수를 공원에서 만나고, 공원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는 미친 여자 은숙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불량배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해 밴 아기를 잃었던 은숙은 도시의 열기 속에서 썩어가는 상어의 냄새를 맡고 자신의 아이라고 착각하곤 도망치는 영철과 유수를 쫓아다닌다.

푸른 바다에서 물고기떼를 호령해야 했을 상어는 여름날 대도시에 나타나 고약한 악취만 풍긴다.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곳에서 엉뚱하게 존재하는 건 상어만이 아니다. 어머니로부터 소개받은 맞선 상대보다 다방 여종업원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영철이나 생판 처음 찾은 도시에서 가족을 찾고 있는 유수, 자신이 누구인지 망각한 채 죽은 아이를 찾고 있는 은숙, 그리고 진짜 타짜를 몰라보고 허망한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준구는 모두 뭍으로 나온 상어처럼 속이 곪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진동하는 상어의 냄새를 맡으며 자신의 살이 썩어들어가고 있다고 상상하는 중년 남자의 사정 또한 마찬가지다. 상어는 또한 이들의 거짓된 욕망의 ‘모호한 대상’이다. 상어는 영철에게 도시 나들이를 시켜줄 구실이고, 은숙에게는 잔혹한 현실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과연, 이들은 언젠가 푸른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까.

<상어>는 배용균 감독의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 조감독을 거쳤고, 단편영화 <배고픈 하루>로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던 김동현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그는 집으로 돌아간다면서 여자를 만나는 영철, 영철에게 도박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 준구, 진실해 보이지만 돈이 떨어지니까 도둑질을 하는 유수 등을 통해 도시에서의 표피적인 관계를 냉정하게 보여주지만, <배고픈 하루>에서 그랬듯 결국 이들을 저버리지 않고 구원의 손길을 뻗친다. 그 구원의 매개는 비다. 비는 도시 곳곳에 스며든 상어의 썩은내를 씻어주며 거짓 욕망을 벗겨내고 온몸에 맺힌 피멍마저 없애주는 마술을 발휘한다. 김동현 감독이 말하는 이 영화의 주제인 ‘치유와 회귀’를 이끌어내는 것 또한 이 상징으로서의 비다. <상어>는 뛰어난 문학적 감수성과 과감하면서도 적절한 표현력을 통해 삶의 진실을 전하는 묵직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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