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
부산의 첫추억-노동석 감독의 2004년 부산
2006-10-15
그에게 청심환을 먹인 관객의 응원
<마이 제너레이션>

2004. 10. 9. 김포공항.
<마이 제너레이션>의 두 주인공 김병석, 유재경과 함께 비행기 탑승구를 걷는다.
부산에 가면 전어회를 꼭 먹으라고 했는데….
이런 생각에 빠져 걷고 있는 내게 병석이 웃으며 말한다.
“좋은 시간 되세요.”
그 맑은 미소가 오래 남는다.

2004. 10. 9. 해운대 메가박스. <마이 제너레이션> 첫 상영.
상영 내내 분위기가 차갑다 못해 냉기가 흐른다.
일어나서 소리라도 지를까, “다시 편집해올게요!”
불이 켜지고, 우르르 일어나는 외국 사람들을 보면서 한시름 놓는다.
2개관 동시 상영인데, 우리가 있던 관은 해외영화제 게스트들이 대부분이다.
GV(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옆 관으로 이동하자, 우리나라 관객들이 뜨거운 환호를 보내준다.
이거 참, 한일 월드컵도 아니고….
그 열기에 놀란 병석은 GV가 끝난 후 우황청심환을 사먹는다.

2004. 10. 11. 남포동 거리.
재경, 병석과 남포동 거리를 지나는데, 어느 중년 여인이 병석 손을 잡는다.
“힘내서 살아요!” 여인의 한마디에 놀란 병석.
주머니 속 우황청심환을 만지작거린다.

2004. 10. 13. 병석의 메일.
영화제에서 돌아온 후 <부산에서>란 제목으로 병석이 메일을 보낸다.
<부산에서 1주일 어떠셨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잔뜩 만들어졌습니다. 친구 덕에 강남 간다고…. 솔직히 작품 활동에 참가해서 거창한 일을 했다는 생각은 아직도 없는데…, 손이 떨리고 숨도 못 쉴 기억들을 얻었습니다. 두고두고 생각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근데 확실히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나 봐요. 몸도 주변도 온통 탈이 난 듯 싶습니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들었던 아주머니 관객의 힘내라는 그 말도 감독님이 만드신 이야기의 남자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솔잎을 먹고 살던 병석이 다시 돌아온다, 2006 부산에,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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