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카> Luxury Car
왕차오/ 2006/ 중국, 프랑스/ 88분/ 아시아 영화의 창
"전작 <낮과 밤>이 영화적으로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프랑스 외의 지역에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많았다. 나는 그런 말이 싫었다. 이번에 나는 할리우드 영화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어떻게 진행시켜야 할 것인가의 문제를 고민했다. 시나리오에도 보다 공을 들여서 보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왕차오 감독이 <럭셔리 카>에 대해 중국 언론과 가진 인터뷰 내용은 이 영화가 전작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럭셔리 카>는 확실히 따라가기에도, 이해하기에도 편한 영화다. 또한 <안양의 고아>나 <낮과 밤>과는 다르다.
시골 학교에서 평생을 교사로 일해 온 나이 든 리가 죽음을 앞둔 아내를 위해 도시 우한으로 간 아들을 찾아나선다. 아들과는 연락이 끊긴지 오래라, 그는 일단 우한에 살고 있는 딸 얀홍에게 찾아간다. 건실한 회사원으로 살아가는 것 같던 딸은 사실 가라오케 바에서 일하며 나이 든 고용주의 애인으로 살고 있다. 얀홍은 아버지에게는 애인을 남자친구라고 소개한다. 아버지는 은퇴를 앞둔 경찰의 도움을 받아 아들의 소재를 찾아다니지만 애타는 노력이 희망적인 답변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어두워 보인다.
왕차오 감독은 이농현상과 천안문 사태 등 중국을 뒤흔든 시대적 움직임 속에 도시로 간 뒤 연락이 끊긴 자녀를 둔 부모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의 문제를 생각하며 이 영화를 만들었다. 당연히, 사회적 비판의식보다는 품을 벗어난 자식들의 삶을 묵묵히 바라보며 말없이 이마에 주름을 잡고 희끗해지는 머리를 쓸어넘기는 아버지의 깊은 마음에 관심을 둔다. 행방이 묘연한 줄만 알았던 아들의 생사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도, 딸의 직업이 딸의 말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도, 아버지는 딸을, 주변 사람들을 다그치지 않는다. 근심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아버지는 그저 침묵한다.
<럭셔리 카>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들은 아버지가 나이 든 경찰과 신뢰를 쌓아가는 대목들이다. 나이 든 경찰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리의 딸이 남자친구라고 데려온 남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리의 아들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낮은지. 하지만 두 사람은 섣부른 추측이나 위로를 건네는 대신 서로를 독려한다. 리의 아들의 행방은 영화 막바지에 밝혀지지만, 그것은 <럭셔리 카>에서 중요하지 않다. <럭셔리 카>는 그 모든 실수와 불운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힘껏 살아가는 삶을 인정한다는 게 부모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그렇게 이 영화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여유가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비밀과 거짓말에 언제까지라도 속아주고 싶은 부모의 존재를 깨우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