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미국의 육우 산업에 대한 담화, <패스트푸드의 제국>
2006-10-17
글 : 이다혜

<패스트푸드의 제국> Fast Food Nation
리처드 링클레이터/ 2006/ 미국, 영국/ 115분/ 월드시네마

패스트푸드는 나쁘다. 2004년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된 적 있는 다큐멘터리 <슈퍼 사이즈 미>는 모건 스펄록 감독 자신이 맥도날드 음식만으로 생활하는 생체실험을 낱낱이 기록해 맥도날드의 해로움을 밝혔다.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패스트푸드의 제국>은 에릭 슐로서의 논픽션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만든 픽션으로, 패스트푸드에 의한, 패스트푸드를 위한, 패스트푸드의 제국인 미국에 대한 이야기다. <패스트푸드의 제국>은 미국의 육우 산업에 대한 담화를 패스트푸드를 둘러싼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통해 보여준다.

돈 헨더슨은 '빅 원'이라는 햄버거로 유명한 '미키스'라는 패스트푸드 체인의 중역이다. 헨더슨은 자사 햄버거에 들어가는 고기들에 관해 조사하라는 임무를 띠고 육우 목장으로 향한다. 이 마을에 불법 입국한 멕시코인들이 들어온다. 그들이 구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건 도축장에서도 가장 고된 일들 뿐이다. 영화는 헨더슨과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의 상황을 번갈아 비춘다. 그리고 '미키스'에서 열성적으로 일하던 소녀가 환경운동에 나서게 되는 상황 역시 곁들여 보여준다.

<패스트푸드의 제국>은 패스트푸드가 그 음식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건강에만 해로운 것이 아니라 그 생산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착취당하는지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헨더슨의 이야기가 점차 줄어드는 후반부에서 극의 중심에 있는 인물들은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이며,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도축장에서 피범벅이 되어버린다. 살기 위해 발버둥치다 결국 몸을 버리는 이들의 이야기는 감동적으로 연출되었다. 다만,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섞는 과정에서 링클레이터는 적절한 균형점을 발견하지 못했고, 격정적인 클라이맥스가 될 수 있었던 부분은 어쩔 수 없이 김이 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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