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A to Z [2]
2006-11-01
글 : 김도훈

Meryl Streep: 메릴 스트립

“미란다 프리슬리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악마나 마녀가 아니다. 나는 우리 모두와 마찬가지로 모순되고 정의내리기 힘든 하나의 인간을 창조하는 데 관심이 있었을 뿐이다.” 원작의 미란다 프리슬리는 그저 냉혹한 악마의 캐리커처에 불과했다. 하지만 영화 속 미란다 프리슬리는 성공을 위해 버린 것들을 독한 마음속에 다잡은 현실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 숨쉰다. 이는 시나리오작가 알린 브로시 매켄나의 능숙한 각색 덕이기도 하지만, 능숙하게 살아 있는 캐릭터를 구축하는 메릴 스트립의 능력이기도 하다. “메릴의 미란다 프리슬리는 코미디적인 잔혹함과 진실된 슬픔의 경계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미끄러진다. 메릴이 지닌 엄청난 재능의 키포인트는 코미디와 드라마를 섞는 절묘한 능력이다.”(데이비드 프랭클 감독)

Numbers: (출판) 기록들

2003년에 출간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6개월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전세계 27개 언어로 번역되어 대부분의 국가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으며, 북미에서만 지금까지 140만권이 팔려나갔다. 한국에서는 책이 발간된 2006년 5월부터 대형 서점의 주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10월 현재까지 모두 40만부가량이 판매되었다.

Original: 원작

원작에 대한 비평가들의 평가는 가뭄의 염전처럼 짰다. <하퍼스 바자>의 케이트 베츠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리뷰에서 로렌 와이스버거가 <보그>에서의 독특한 경험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집중적으로 비난했다. “앤드리아는 왜 그녀가 상사인 미란다 프리슬리를 존중해야 하는지를 깨닫지조차 못한다. 그렇다면 왜 독자가 앤드리아를 존중해야 하는가. 왜 싸구려 스릴로 점철된 작가의 문장을 환대해야만 하는가.” <데일리 페이퍼>의 재닛 마슬린은 “비열한 비난으로 점철된 이 책은 작가가 문장을 가십으로 도배하지 않고서도 흥미진진한 내러티브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암시를 보여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비평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책을 난도질하든 독자들은 서점으로 달려가 ‘프라다’를 외쳤다.

Prada: 프라다

전세계 패션계를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이탈리아 패션 회사. 프라다는 1913년에 마리오 프라다에 의해 가죽을 취급하는 회사로 설립되었고, 사업을 물려받은 마리오의 손녀 미우치아 프라다가 1989년에 여성복 라인을 만들면서 지금처럼 다양한 패션 아이템을 아우르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프라다의 디자인은 별다른 장식이 없는 간소하고 세련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모든 것이 이탈리아의 투스카니에서 이루어지는 프라다의 디자인과 생산 공정은 단일 운영 시스템으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프라다의 집념도 동대문의 장인들을 피해갈 수는 없는 일. 프라다는 샤넬과 함께 한국에서 짝퉁이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레이블이기도 하다.

Queer: 패션계의 게이 파워

톰 포트, 칼 라거펠트, 존 갈리아노, 마크 제이콥스, 지아니 베르사체, 돌체 & 가바나, 장 폴 골티에, 입생 로랑, 빅터 & 롤프. 패션 문외한들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남성 톱디자이너들은 (여성분들에게는 아쉽게도) 대부분이 게이다. 스트레이트 남자들보다 심미안이 발달한(혹은 그렇다고 알려진) 게이 남성들에게는 성정체성에 대해 언제나 관용적인 분위기를 제공해온 패션계가 가장 적합한 일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호사가들의 통설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는 미란다 프리슬리의 오른팔이자 앤드리아의 조력자인 나이젤(스탠리 투치)이 패션계 게이의 스테레오 타입을 흥겹게 캐리커처한다.

Runway: 런웨이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걸어다니는 스테이지를 일컫는 말. 영국에서는 캣워크(Catwalk)라는 단어를 대신 사용한다.

Stiletto Heel: 스틸레토힐

일명 스파이크힐(Spike Heel)이라고도 불리는 스틸레토 힐은 하이힐 중에서도 가장 좁고 긴 뒤굽을 가진 신발을 일컫는 말. 1955년에 유명한 구두 디자이너 살바토레 페라가모에 의해 발명되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소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 앤드리아는 스틸레토힐을 신고 딱딱거리며 돌아다니는 런웨이 직원들을 딱딱이(Clackers)라는 경멸조의 명칭으로 부른다.

Television Series: 텔레비전 시리즈

2006년 10월12일, <폭스TV>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시트콤 시리즈로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시트콤은 2007년 중 방영될 예정이다.

Underplot: 언더플롯(곁줄거리)

원작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원작의 결줄거리들이다. 알코올 중독증에 걸린 앤드리아의 친구 릴리의 존재는 영화에서 완전히 사라졌으며, 그럼으로써 앤드리아가 <런웨이>를 그만두는 이유가 외부적 요소보다는 자아의 선택이라는 사실이 강조되었다. 그외 영화에서 사라진 원작의 흥미진진한 요소 중 하나는 패션계의 거두로 성장하기 위해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린 미란다의 뒷배경이다. 이 같은 설정에 대해 원작자 로렌 와이스버거는 “유대인이라는 사실이 나의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한다. “나는 보수적이고 개혁적인 시너고그(유대교회당)를 골고루 거치며 성장했다. 특히 유대교가 나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끼친 영향은 이스라엘에 대한 나의 사랑이다.”

Vogue: <보그>

‘Vogue야 넌 잡지가 아냐. 섹스도 아냐 唯物論(유물론)도 아냐 羨望(선망)조차도 아냐. 羨望이란 어지간히 따라갈 가망성이 있는 상대자에 대한 시기심이 아니냐, 그러니까 너는 羨望도 아냐.’ 김수영이 67년에 발표한 시 <Vogue야!>에 따르면 <보그>는 잡지가 아니라 선망할 수도 없는 선망의 대상이다. 이토록 선망하기도 두려운 패션계의 화려함을 대변하는 <보그>는 1892년에 뉴욕 상류층을 대상으로 창간된 잡지다. 현재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러시아, 스위스, 독일, 그리스, 브라질, 오스트리아, 일본, 중국, 한국에서 발간되고 있으며, 창간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패션잡지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보그’는 팝가수 마돈나의 몫이다. 앤드리아가 “Strike a pose, Strike a pose”(포즈를 취해! 포즈를 취해!)라고 읊조리는 마돈나의 <Vogue>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수많은 디자이너 옷들을 갈아입으며 뉴욕 거리를 행진하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 <Vogue>는 영화 <딕 트레이시>의 비공식 O.S.T인 <I’m Breathless> 앨범 수록곡으로, 1990년 북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싱글로 기록됐다.

Working Girl: 워킹 걸

여성상사와 부하의 갈등을 다루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워킹 걸 장르’에 속하는 영화다. 88년작 <워킹 걸>은 증권회사에서 성공을 거두기를 원하는 비서 테스(멜라니 그리피스)의 성공담을 다룬 로맨틱코미디로, 세련된 비즈니스 우먼에 대한 선망이 가득하던 80년대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었다. 물론 <워킹 걸>은 성공을 획득하려는 여성과 여성상사의 대결을 보여줌으로써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편견을 재생산하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작품이기도 하다.

Xtra: 엑스트라, 카메오들

지젤 번천 외에도 패션계의 유명 인사들의 모습을 영화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눈에 띄는 인물은 패션계의 거장 발렌티노 가바라니. 인터뷰에서 “나는 메릴 스트립의 열렬팬이다. 잠깐 나오는 카메오 출연이지만 정말 큰 영광”이라고 감흥을 표현한 그는, 미란다 프리슬리가 자선 파티에서 입은 드레스를 직접 만들었다. 패션쇼 장면에서는 미란다 프리슬리의 근처에 슈퍼모델 하이디 클룸이 앉아 있는 모습이 슬쩍 지나간다. 또한 톱모델 알리사 서덜런드는 <런웨이> 직원으로, 브리짓 홀은 그녀 자신으로 잠시 스크린에 등장한다. 안나 윈투어의 후환이 두렵지 않은, 용맹한 카메오들이다.

Yawp: 불평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대한 패션계의 불만은 영화가 패션계의 현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영화의 개봉 직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누더기들’이라는 기사를 통해 “도대체 시크함이라곤 없다”며 영화 속 스타일의 실패를 벗겨냈다. “가장 끔찍한 실패는 미란다 프리슬리의 의상이다. 지나치게 평범한 은행원 같은 동시에 그냥 예쁘기만(Pretty) 하다. Fabulous의 세계에서 Pretty로는 충분치 못하다.” <엘르>의 패션 디렉터인 앤 슬로위는 “이 영화는 패션계를 모르는 사람들이 패션계 사람들이 어떨 것이라는 편견에 입각해 만든 작품이다. 캐릭터들의 의상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무 완벽한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이에 영화 의상을 담당한 패트리샤 필드는 자신의 의상들이 현실에 기반을 둔 것은 아니라고 변호했다. “내 직업은 사람들이 잠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오락거리를 창조하는 일이다. 패션계 사람들이 현실을 원한다면, 역사채널이나 볼 일이다.”

Zillionaire: 억만장자

2000년의 한 조사에 따르면 패션 디자이너들의 평균 연봉은 4만8530달러(약 4600만원)다. 연봉 순위의 중간 50%에 해당하는 디자이너들은 3만4800달러에서 7만3780달러 정도를 벌고, 가장 연봉이 낮은 10%의 디자이너들은 연간 2만4710달러를 받는다. 연봉 피라미드의 최상위 10%에 선 톱디자이너들이 1년에 벌어들이는 평균 수익은 10만3970달러(9800만원). 이런 디자이너들의 연봉을 올렸다 내렸다 할 힘을 쥔 <보그>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의 연봉은 무려 200만달러다. 한해 20억원을 패션쇼와 파티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트렌트와 디자이너를 개발하는 조건으로 받는 셈이다. 물론 윈투어에게 무료로 지급되는 의상비와 호텔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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