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결혼원정기>의 라라
<가족>으로 인상적으로 데뷔한 수애의 두 번째 스크린 출연작. 한국 노총각을 우즈베키스탄 여성과 맺어주는 통역관 겸 커플매니저로 등장한다. 여자 앞에서 고개도 못 드는 만택(정재영)과 유부녀를 꾀는 희철(유준상), 성격은 다르지만 배우자 없이 늙어가는 신세는 마찬가지다. 결혼을 위해 우즈베키스탄 여행을 나선 둘은 그곳에서 탈북자임을 숨긴 채 돈을 버는 라라(수애)를 만난다. 라라는 만택의 순박함을 못견뎌하지만 실은 따뜻한 사람이다. 만택이 선사한 보라색 스카프를 꼭 쥐고 있던 그녀의 손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 해 여름>의 서정인
부드럽고도 강한 인상을 남겨온 수애가 처음으로 슬픈 사랑의 주인공에 도전한다. 1969년 여름, 서울에서 대학생 무리가 농촌봉사활동차 수내리에 내려오고 아버지에 반발해 농활에 참가한 석영(이병헌)은 시골 도서관 사서 정인(수애)에게 한눈에 반하고 만다. 끌리는 감정을 숨길 수 없는 두 사람 앞에,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이별이 찾아든다. 극중 정인은 가족없이 혼자 살아가는 씩씩한 여성으로, 남한행을 위해 고집스럽게 철조망에 매달리던 라라(<나의 결혼원정기>)의 단호함과 사랑에 빠진 이의 수줍음을 동시에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