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와 뉴욕의 비평가협회, 미국영화협회(AFI), 전미영화평론위원회(National Board of Review of Motion Pictures, NBR)가 각각 올해의 영화와 배우 등을 발표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 마틴 스코시즈의 <디파티드>, 폴 그린그래스의 <플라이트 93> 등이 주요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최악의 전투를 일본군의 입장에서 바라본 영화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는 일본어로 만들어져 외국어영화로 분류될 수 있고, 같은 전투를 미국군의 입장에서 바라본 이스트우드의 또 다른 영화 <아버지의 깃발>과 경쟁해야 한다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LA비평가협회와 NBR이 올해 최고의 영화, AFI가 올해의 영화 10편 중 하나로 선정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에 따라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의 배급사 워너브러더스는 애초 내년 초로 예정됐던 개봉일을 12월20일로 앞당겼다.
LA비평가협회와 NBR은 각각 폴 그린그래스와 마틴 스코시즈에게 감독상을 안겨줬고, 주요 부문에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뉴욕비평가협회는 감독상 수상자로 스코시즈를 택했다. 포레스트 휘태커와 헬렌 미렌은 LA와 뉴욕의 비평가협회, NBR의 남녀 주연상을 휩쓸었다. 미렌은 다이애나비의 죽음 이후 토니 블레어와 엘리자베스 여왕 사이의 알력 다툼을 그린 영화 <더 퀸>에서 여왕을 연기했고, LA비평가협회상에서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의 샤샤 바론 코헨과 함께 수상의 영광을 나눈 휘태커는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으로 <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왕>에 출연했다. 이 밖에 두각을 나타낸 영화로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귀향>, 조지 밀러의 <해피피트>, 데이비스 구겐하임의 <불편한 진실> 등이 있다. 각각 외국어영화상과 최우수 애니메이션, 최우수 다큐멘터리로 몇번에 걸쳐 선정된 작품들이다. 한편 최고의 영화는 발표하지 않은 AFI 선정 올해의 영화 10편은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 <플라이트 93> <드림걸스> <보랏…> <바벨>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하프넬슨> <해피피트> <인사이드 맨> <미스 리틀 선샤인>이다.
일련의 수상작 발표에 따라 내년 골든글로브와 오스카를 향한 호사가들의 예측 또한 본격화되고 있다.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이스트우드와 스코시즈의 재대결. 이들은 2년 전 <밀리언 달러 베이비>와 <에비에이터>로 격돌한 바 있으며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모두 거머쥐면서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