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천년여우 여우비>의 음악감독 양방언 인터뷰
2006-12-22
글 : 강병진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연민과 슬픔을 안고 씩씩하게 날아가는 바람의 느낌" 양방언의 음악을 들은 이성강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재일교포 음악가인 양방언은 <십이국기><채운국 이야기><엠마:영국사랑이야기> 등의 애니메이션, <아이온> 등의 게임에서 음악 작업을 맡아온 인물. 그의 오랜 팬이었던 이성강 감독은 기획단계에서부터 양방언만을 고집했다고 한다. <천년여우 여우비>의 작업과정에 대해 양방언은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기뻤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나.

-=2000년에 기타리스트 이병우와 함께 공연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이성강 감독을 소개 받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성강 감독이 이병우에게 <마리이야기>의 음악을 부탁했는데, 이 작품이 나와 어울릴 것이라고 이병우가 이성강 감독에게 소개해줬다고 하더라. 하지만 그때는 다른 일 때문에 참여할 수 없었고, 3년 후에 다시 <천년여우 여우비>의 제의를 받게 됐다. 전 제작 공정에 걸쳐 이성강 감독과 함께 아이디어를 공유한 경험이 유익했다.

-소재를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나는 일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구미호란 존재를 잘 몰랐다. 그래서 처음에는 스토리를 이해하는 게 힘들었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적인 요소를 느낄 수는 있었다. 하지만 굳이 동양적인 것에 집착하지는 않았다. 이번 작업에서는 일부러 동양악기를 하나도 쓰지 않았다. 꼭 그래야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고, 내가 느낀 그대로의 순간을 최대한 증폭시키려는 데에는 서양악기가 알맞았다.

-당신은 실사영화와 드라마의 음악도 작곡했었다. 애니메이션의 음악작업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실사는 피부의 질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럽다. 그에 비해 애니메이션은 인공적이지만 그만큼 환상에 대한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음악적으로도 크게 반영되는 부분이다. 세상에 나오는 대부분의 영화음악들은 오케스트라 협연을 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는 어떤 악기가 들어와도 맞을 수 있다.

-<천년여우 여우비>의 주제가에 대한 악상을 꿈속에서 얻었다고 했다.

= 이번 작업 하면서 가장 큰 난점은 시간 부족이었다. 그날도 주제가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빨리 자고 일어나서 해야겠다는 생각에 술을 먹고 잠들었다. 사실, 꿈속에서 어떤 멜로디를 듣는 경우는 2,30대에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아침에 다시 생각해보면 항상 최악의 음악들이었다. 그런데 이번 같은 경우는 악보에 옮겨보고, 약간의 편곡을 해보니까 스스로 만족할만한 것이더라. 앞으로 이런 경우가 많아야 할 텐데.(웃음)

-당신의 음악이 어떻게 받아들여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나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가는 음악이었으면 좋겠다. 거창하게 규정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럴만한 천재가 아니라서 고민도 하고, 술도 마시고 그러지 않나.(웃음) 처음 들었을 때 가슴으로 바로 다가오는 음악이 가장 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2007년에는 어떤 계획이 있나.

=얼마 전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 주제가 작업을 끝냈다. 나머지 곡들은 내년부터 작업하게 될 거다. 봄에 한국에서 공연을 가질 계획이다. 무엇보다 내년엔 그동안 미뤘던 솔로앨범을 내고 싶다. 5집을 내고서 2년 동안 영화나 게임음악 작업을 하느라 앨범을 만들지 못했다. 물론 영화나 게임의 경우도 상상력의 제약이 없고 나와 맞는 작품이 있다면 고려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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