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트 태권V>를 보고 자랐을 세대가 아닌데 어떻게 이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1976년에 나는 재수를 하고 있어서 <로보트 태권V>가 아니라 <포세이돈 어드벤처>를 보러 갔었다. (웃음) 복원되기 전까지는 주변에서 이야기만 들었고, 직접 본 적도 없었다. 김청기 감독이 먼저 사무실을 찾아와서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나도 30년을 버티어온 캐릭터가 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복원판을 보니 30년 전에 저런 작품을 만들었구나 싶었다. 악인의 설정도 그렇고 <블레이드 러너> 이전에 벌써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인조인간이 등장한 것도 그렇고. 지금 봐도 재미있는 작품이다.
3D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면 태권V 디자인을 비롯한 많은 부분이 바뀔 듯하다. 작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올해 상반기 안에 시나리오를 완성해서 2010년 즈음 개봉할 생각이다. 그 사이에도 애니메이션 기술은 계속 발전할 테니까 어쩌면 시간이 단축될지도 모르겠다. 디자인도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존 형체를 유지하면서 어떤 선까지 변형을 시도할 것인가가 문제다. 디자인에는 사람들이 오리지널로 인정하게 되는, 어떤 선을 넘으면 더이상 예전 디자인이 아니라고 여기게 되는 한계가 있다. 태권V는 아마도 2D 디자인을 튜닝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로보트 태권V> 복원 계획이 발표되면서 끊임없이 표절 시비가 나오곤 했다. 이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두발로 서는 2족 보행 로봇은 형태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 마징가Z나 철인28호 등이 조금씩 변형된 모습으로 나타나기는 했지만 형체는 거의 비슷하다. 자동차가 모두 바퀴가 네개고 타이어가 검은색이라고 해서 표절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문제는 상체일 것인데, 태권V를 볼 때마다, 정말 잘생겼다 싶다. (웃음) <로보트 태권V>가 <마징가Z>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김청기 감독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데즈카 오사무도 디즈니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고 실제로 아톰은 미키마우스를 닮았다. 현대의 예술이란 그런 것 같다. 영화 한편을 뜯어보면 그 안에 수많은 영화가 존재한다.
(주)로보트태권브이를 설립하고 여러 부문에 걸친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공연까지 계획하고 있던데.
장편애니메이션은 제작비만 100억원이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애니메이션만으로는 투자받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로보트 태권V>는 이미 인지도를 쌓아왔기 때문에, 단순한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브랜드 사업으로 시각을 바꾸었더니, 일이 제대로 풀리기 시작했다. 지금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있다. 완구와 교재뿐만 아니라 재미있는 컨셉의 테마파크도 있고 뮤지컬도 있다. 뮤지컬이라니 이상한가? 롯데월드 안 가봤지? (웃음) 거기에서 반다이와 계약을 맺고 <파워레인저>를 공연하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로보트 태권V>는 그보다 이야기가 재미있기 때문에 좋은 공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