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아카데미영화상 노미네이션 이모저모
2007-01-24
글 : 안현진 (LA 통신원)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

<밀리언 달러 베이비> <크래쉬>의 각본가 폴 해기스에게 2006년은 역시 흡족한 해였다. 그가 각본에 참여한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가 각본상은 물론 작품상 후보로 올랐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와 <크래쉬>는 각각 해당년도의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는 본래 2007년 개봉을 예정하고 있었으나 감독과 스튜디오가 갑작스럽게 결정해 11월에 촬영을 마치고 12월에 개봉해 이번 아카데미 후보로 오를 수 있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직전에 연출한 <아버지의 깃발>의 시각효과와 음향작업을 기다리던 중 <이오지마로부터…>의 촬영을 결정한 것을 회상했다. <이오지마로부터…>의 촬영기간은 32일이 소요됐고 제작비로 1900만달러를 사용했다. 촬영지인 일본에서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으며, 2월 열리는 베를린영화제에서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를 가진 후 전세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연기상 부문 노미네이션은 투표자들의 성향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기도 하는데, 이번 노미네이션에는 남자연기자상 부문 후보 10명 중 4명이 흑인 배우로 선발됐다. 최종 선발 전 남자연기자상 후보 20명의 구성은 흑인 5명, 라틴계 2명, 일본인 1명을 제외하고는 10명 이상이 백인이었다. 제79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는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하프 넬슨>의 라이언 고슬링, <비너스>의 피터 오 툴, <행복을 찾아서>의 윌 스미스, <라스트 킹>의 포레스트 휘태커다. <라스트 킹>의 포레스트 휘태커는 골든글로브에서도 최우수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여우주연상 후보 중 쥬디 덴치(<노트 온 스캔들>), 헬렌 미렌(<더 퀸>), 케이트 윈슬렛(<리틀 칠드런>) 등 3명이 영국배우라는 점도 눈에 띈다. 유일한 할리우드 여배우 메릴 스트립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의 열연으로 호명됐는데 이로써 통산 14번째 후보로 지명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전까지도 최고기록을 보유했던 메릴 스트립 스스로가 기록을 경신했다.

이번 아카데미영화상 후보 리스트를 살펴보면 유난히 이례적인 부분이 많다. 노미네이션 리더인 <드림걸즈>의 작품상 후보 탈락도 그 중 하나로, <플라이트93>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음에도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감독상 후보로 지명됐다. 하지만 2006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흥행에도 성공한 <미스 리틀 선샤인>은 작품상 후보에 올랐지만 영화를 연출한 조나탄 데이톤과 발레리 패리스는 감독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리틀 미스 선샤인>을 제외한 나머지 4편은 모두 감독상 후보로 나란히 올랐다. 또한 남녀주연상 후보에 오른 10명의 배우 중에서는 헬렌 미렌의 출연작 <더 퀸>이 유일하게 작품상 후보로 지명됐다.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한가지 더 눈에 띄는 요소는 영어권 영화의 독주가 아니라는 점이다. 작품상 후보로 오른 <바벨>은 영어를 포함해 4개 국어로,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는 일본어로 촬영됐다. 많은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린 영화 중 <바벨> 외에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칠드런 오브 맨> 모두 멕시코 출신 감독들이 연출한 영화다. <리틀 칠드런>은 여우주연상(케이트 윈슬렛)을 포함해 모두 3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됐다. 마찬가지로 페넬로페 크루즈는 스페인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귀향>으로 여우주연상 후보로 올랐다.